
조은석 특별검사팀이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2심 재판부에 제출한 항소이유서를 제출하며 비상계엄 준비가 오래전부터 이뤄졌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윤 전 대통령의 내란우두머리 사건 1심 재판부는 비상계엄 계획 시점을 2024년 12월1일 무렵이라고 결론을 내린 바 있는데, 이같은 판단을 반박하고 나선 것이다.
특검팀은 “지난 29일 내란 우두머리 등 사건과 관련해 피고인 윤석열 등 8명에 대한 항소이유서를 서울고등법원에 제출했다”고 31일 밝혔다. 한겨레가 확보한 항소이유서를 보면 특검팀은 2024년 5월 김주현 대통령실 민정수석 임명과 같은 해 9월 박종준 경호처장 임명 역시 계엄 준비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특검팀은 김 전 수석이 2024년 12월 3일 계엄 당일 오후 11시4분부터 13분간 윤 전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을 언급하며 “비상계엄 선포라는 급박한 상황에서 13분간 독대한 점에 비추어 이때 반대세력을 처벌하기 위한 근거법이 될 국가안전관리법을 제정하는 등 계엄 하 국정운영을 뒷받침할 법률 관련 업무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비상계엄 당일 박종준 당시 대통령경호처장이 조지호 경찰청장·김봉식 서울경찰청장을 서울 삼청동 대통령 안가로 불러내 윤 전 대통령과 만나게 한 사례를 들며 “윤석열은 비상계엄을 염두에 두고 민정수석, 경호처장 임명까지 치밀하게 준비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적었다.
아울러 특검팀은 2024년 10월~11월에 작성된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휴대전화 메모가 비상계엄이 사전에 치밀하게 모의·준비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뒷받침함에도 1심 재판부가 이를 판단하지 않고 누락, 배제했다는 내용을 항소이유서에 담았다.
특검팀은 항소이유서에 2024년 11월5일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메모를 주요 증거로 제시했다. 여 전 사령관은 이날 자신의 휴대전화에 “ㅈ(정보사), ㅌ(특전사), ㅅ(수방사), ㅂ(방첩사)의 공통 의견임. 4인은 각오하고 있음. 전시 또는 경찰력으로 통제 불가한 상황이 와야 함. 호기를 잡도록 오판하지 않도록 직언 드림”이라고 적었다.
이진우 전 수방사령관도 2024년 10월 7일 휴대전화 메모에 “특임, 기동중대들은 군 사법경찰로서 테러(계엄 시 방첩사를 지원 합동수사 예정) 발생 시 경찰과 원활한 협업 및 군사지역에서 법 집행기관으로서의 역할 수행” 등의 내용을 작성했다.
특검팀은 “비상계엄 선포 이전에 생성된 노상원 수첩, 여인형의 휴대전화 메모, 이진우의 휴대전화 메모 및 검색기록 등의 문서와, 윤석열·김용현이 야간에 관저와 공관에서 계엄에 참여한 군사령관들과 수회에 걸쳐 회합한 형태, 그리고 자신에게 불리함에도 곽종근과 여인형이 진술한 ‘비상계엄 선포 전 윤석열·김용현 군사령관 회합에서 발언’ 내용 등에 대해서는, 그 객관적 자료성과 자인적 성격에 비추어 충분한 증거가치를 부합하는 것이 증거법칙에 부합한다”며 “그럼에도 원심은 그 존재 자체가 가지는 생성된 문서와 행태의 증거가치를 간과한 채, 많은 부분에서 그 책임을 회피하려는 가담자들의 진술에 근거하여 마치 산수하듯이, 특정 진술에 배치되는 다른 진술이 존재하면 이를 배척하고, 부인하는 변명자의 진술에 부합하는 다른 변명자의 진술이 있으면 이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증거를 취사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특검팀은 작성 시기 확인이 가능한 ‘노상원 수첩’을 통해 비상계엄의 목적과 사전 모의 시기를 확인할 수 있음에도, 1심 재판부가 이를 합리적 근거없이 증거 가치를 배척했다고 항소이유서에 담았다. 1심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를 최종 결심한 시점을 2024년 12월1일이라고 판단했지만, 특검팀이 판단하는 비상계엄의 준비 시점이 늦어도 2023년 10월이라는 것이다.
또 1심이 노상원 수첩이 2023년 10월 군 인사 전에 작성됐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모친 주거지 책상 위에 그대로 두고 있다가 압수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증거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도 반박하며 “책상 위에 방치한 게 아닌 상당한 거리에 있는 모친 주거지의 박스 안에 보관돼 있던 것으로, 은밀하게 관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특검팀은 “1심 판결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례에 배치된다”고도 주장했다. 특검팀은 “대법원 판례와 달리 비상계엄 시 법률상 허용되지 않는 실력 행사로 나아가야만 내란이 성립한다는 잘못된 결론”이라고 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형이 가볍다는 점도 항소 이유로 꼽았다. 특검팀은 항소이유서에 “특히, 이 사건은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아래로부터의 내란’이 아닌 권력 정점에 위치한 현직 대통령 윤석열과 국방부 장관 김용현이 주도한 ‘위로부터의 내란’이자 ‘친위쿠데타’로서, 헌법으로 부여된 권한을 내란에 악용했다는 점에서 그 죄질이 차원을 달리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특검팀은 “(원심은) 진정한 피해자인 시민을 배제한 채 군, 경의 피해만을 양형 요소로 언급하는 것은 중대한 양형 요소를 빠트린 것”이라고도 했다.
앞서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부(재판장 지귀연)는 지난달 19일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과 계엄 선포를 사전 모의하고 계엄군을 출동시킨 혐의 등으로 함께 기소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에게는 징역 30년, 노상원 전 사령관에게는 징역 18년을 선고했다.
박지영 기자 jy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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