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서울 서초구 만남의광장 주유소.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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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석유 최고가격제에 따른 정유사 손실 보전 등에 5조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대중교통 이용을 촉진하는 차원에서 교통비 환급 사업인 케이(K)패스 환급률은 일시 상향한다. 전 국민 교통비 경감을 위한 조처지만, 유류비가 어디까지 오를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가격 낮추기’에만 집중하는 정책은 오래갈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3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중동전쟁 위기 극복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을 보면, 정부는 전체 추경 예산(26조2천억원)의 약 20% 수준인 5조1천억원을 전 국민 유류비·교통비 경감 사업에 쓰기로 했다. 이번 추경안에 담긴 단일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5조1천억원 중 4조2천억원은 정유사 손실 보전 등 석유 최고가격제 지원에 배정됐다. 정유사 공급가에 상한선을 두는 최고가격제가 3월13일부터 시행 중인데, 정부는 공급가를 낮춰서 생긴 정유사의 손실을 재정으로 보전해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추경안에 반영된 손실 보전 예산은 6개월치로, 최고가격제가 9월까지 운영될 거란 전제로 짜였다. 손실 보전액은 정유사의 자체 산정 손실액에 대해 정부가 꾸리는 ‘최고액정산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사후 정산될 예정이다. 조용범 기획예산처 예산실장은 “만약 9월 이후에도 최고가격제를 계속 시행하면 (정유사 손실 보전 예산은) 내년 예산에 반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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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케이패스 환급률도 6개월 동안 일시적으로 높인다. 대중교통을 월 15회 이상 이용한 케이패스 기본형 일반 가입자는 기존 20%에서 30%로 환급률이 상향된다. 청년·2자녀·어르신은 30%→45%로, 3자녀 가입자는 50%→75%로 확대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해당하는 가입자의 환급률은 53%→83%로 올라간다. 이 밖에 등유·엘피지(LPG)를 사용하는 에너지바우처 수급 가구에는 5만원을 추가 지원하며, 농어민에게는 비료·사료 구매 비용을 보조하기로 했다.

수출기업 피해 지원 및 공급망 안정에도 2조6천억원이 배정됐다. 수출바우처 지원 대상을 7천개사에서 1만4천개사로 2배 확대하고, 중동 현지 공동물류센터도 추가 지원한다. 수출금지 대상으로 지정된 나프타(납사) 수급 지원에도 쓴다. 재생에너지 전환에는 5천억원을 들여 발전설비 지원, 소상공인 전기화물차 지원 등에 사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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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번 추경안이 수급처 다변화 등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 변화보단 국민의 에너지 가격 부담을 낮추는 데에만 집중돼 있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으로 지적된다. 에너지 전환 예산은 5천억원에 그치고 고유가 부담 완화 명목으로는 총 10조1천억원을 배정했기 때문이다.

우석진 명지대 교수(경제학)는 “유가가 계속 올라가는 상황에서 (석유류 소비자가를) 싸게 붙잡아놓는 건 지속가능하지 않다. 자칫 수급에 부하가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석유가 비싸다고 석유에만 재정을 지원하는 모양새인데, 근본적인 대책인 재생에너지나 에너지 절약 시설 설치 같은 사업이 부족한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신민정 기자 shin@hani.co.kr 박수지 기자 suji@hani.co.kr
김윤주 기자 kyj@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