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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국방부가 지난달 23일 내놓은 ‘국가방위전략’(NDS)을 읽어 보면, 미국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두 동맹국인 한국과 일본에 각각 어떤 ‘군사적 역할’을 부여하려 하는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한국이 떠맡게 된 역할은 일단, ‘북한 억지’에 대한 1차적 책임이다. 미국은 이 문서에서 한국의 군사적 역량에 대해 “북한을 억제할 수 있는 1차적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는 평가를 내린 뒤, 자신들은 앞으로 “결정적이지만 더 제한된 지원”만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제한된’ 지원만 한다는 것은 앞으로 주한미군의 역할·규모를 크게 줄이고, 한국군에 대한 전시작전통제권도 돌려주게 될 것임을 강하게 암시하는 것이다. 동시에 ‘결정적’ 지원은 이어간다고 했으니, 핵을 통한 확장억지는 이전 수준으로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북한의 공격이 임박했을 때 이를 미리 제거할 수 있는 강력한 타격 수단을 얻고자 노력해왔다. 그 성과물이 2024년 10월1일 국군의 날 행사에서 처음 공개된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현무-5’였다. 이 미사일의 탄두 중량은 무려 8t으로 재래식 미사일 중에선 세계 최고 수준의 파괴력을 가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에 요구하는 역할은 조금 더 복잡하다. 미국은 “우리는 제1열도선 일대에 강력한 ‘거부 방어’(denial defense) 역량을 구축하고, 배치하고, 유지할 것”이며 “이를 위해 이 지역에 있는 우리 동맹들과 파트너들이 특히 효과적인 거부 방어와 관련된 집단 안보를 위해 더 많이 기여하도록 유도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열도에서 시작해 오키나와~대만을 거쳐 필리핀에 이르는 제1열도선에 위치한 미국의 동맹은 일본과 필리핀이다. 즉, 미국이 일본에 요구하는 것은 중국 해군이 대만 침공을 위해 접근하거나 제1열도선을 벗어나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려 할 때 이를 강력히 견제하는 ‘거부 능력’을 갖추는 것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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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역할을 감당하려면 중국 함선을 타격할 수 있는 ‘어느 정도 사정거리를 가진’ 대함 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마침 딱 맞는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일본 방위성은 지난해 12월19일 보도자료를 내어 ‘12식 지대함 유도탄’의 사거리 연장을 위한 “개발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사거리가 기존의 100~200㎞에서 1000㎞로 늘어난 이 미사일이 처음 배치되는 곳은 대만까지 딱 1000㎞ 정도 떨어진 구마모토다. 한·일은 미사일로, 평화를 지켜낼 수 있을까.

길윤형 논설위원 charism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