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에 있는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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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애 | 논설위원

 ‘검찰개혁’을 둘러싼 격렬한 논쟁이 한차례 지나가고 부쩍 ‘당신’을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검찰개혁을 입에 올릴 때마다 노무현 대통령님을 생각한다”(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며 눈물로 당신의 이름을 소환하는 수많은 정치인들 때문만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을 생각할 때면 언제나 ‘먼저 온 미래’란 말이 떠오른다.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고자 했던 노 전 대통령의 비전, 우리 사회가 그 비전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못했다는, 만시지탄의 감정이다. 노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17년 만에야 완성 틀을 갖춰가는 검찰개혁도 그렇지만, 행정수도 이전을 통한 국가균형발전, 국민 통합을 위한 개헌, 성장과 복지의 동반 성장 등은 모두 참여정부 집권 당시 그가 던진 정치적 화두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지역균형발전 방안이 진지하게 논의되고, 여야 의원 다수가 ‘국민적 합의가 가능한 부분부터 개헌하자’고 얘길 하는 걸 듣고 있노라면, 먼저 온 미래가 이제야 제시간을 찾은 듯한 기분이다. 노 전 대통령은 당-정 분리, 비우호적인 언론 환경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지금은 전통적 코어 지지층에 더해 ‘뉴이재명’이란 새로운 지지층까지 이 대통령을 든든히 받쳐주고 있다. 개혁으로, 먼저 온 미래로 나아갈 적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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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면에서 당면한 현안, 검찰개혁의 ‘최종 완결판’이라고 할 검찰 보완수사권 문제를 이 대통령이 어떻게 풀어나갈지 주목하고 있다. 공소청 검사의 보완수사권 존치 여부를 다룰 형사소송법 개정안 논의는 일단 6·3 지방선거 이후로 미뤄진 상태다.

범여권 검찰개혁 ‘강경파’들은 벌써부터 ‘검사의 보완수사권은 예외적으로라도 남겨놓지 않겠다’고 천명하고 있다. 김용민 민주당 의원은 “당이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주도권을 가져갈 필요가 있다”며 벼르고 있고, 자칭 ‘정치 인플루언서’ 유시민 작가는 ‘가치형(A), 이익형(B), 가치·이익 동시 추구형(C)’이라는 틀로 민주당 정치인들을 분석하며 검찰개혁의 선명한 전선을 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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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대통령은 이미 신년 기자회견 등을 통해 “공소청(검사)의 남용 가능성을 봉쇄하고, 아주 예외적인 경우 안전장치를 만든 다음에 보완수사권 정도는 갖게 해주는 게 국가 업무를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안”이라고 밝힌 바 있다. “검찰개혁의 핵심은 검찰 권력을 빼앗는 게 아니라 국민의 권리 구제와 인권 보호”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러면서 “본질과 괴리된 과도한 선명성 경쟁과 긴요하지 않은 조치 때문에 결정적인 개혁 기회를 놓치고 결국 기득권의 귀환을 허용한 역사적 경험을 상기해볼 필요가 있다”고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의 이 발언이 상기시킨 건, 지금처럼 행정부와 국회 권력을 다 쥐고도 ‘4대 개혁 입법’(국가보안법·사립학교법·과거사진상규명법·언론관계법)에 실패했던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의 경험이다. 열린우리당은 당시 한나라당과 ‘국가보안법을 폐지하는 대신 최소한의 독소조항을 삭제해 개정하고 나머지 개혁 법안 일부를 통과시킨다’는 타협안까지 만들어놓고도 개혁을 포기했다. “어설프게 개정하느니 차라리 손대지 않는 게 낫다”는 당내 ‘국가보안법 폐지 강경파’들의 반대에 두 손을 든 것이다. 선명한 검찰개혁이란 ‘가치’를 강조하고 있는 유시민 작가가 당시 4대 개혁 입법 타협안에 반대했던 대표적 의원이었다는 사실이 공교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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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 안팎에선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 법안이 범여권 검찰개혁 ‘강경파’의 주장에 가깝게 수정된 뒤, 보완수사권 문제도 그런 전철을 밟지 않겠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검찰보다 비대한 경찰은 어떻게 견제할 것이냐’는 우려가 아무리 높아도, 핵심 지지층이 공소취소 거래설까지 꺼내들며 ‘닥치고 검찰개혁’을 외치고 있으니 별수 있겠느냐”는 소리다.

이 대통령은 지난 30일 “국민을 기준으로 선택하고 판단한다면 이념, 가치, 개인적 성향 이런 게 뭐 중요하겠느냐”며 “자기의 신념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 정치를 하는 사람도 있겠으나, 국민의 삶을 직접 책임질 때는 정치인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실험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정치권 안팎에서 나오는 관측들에 대한 답변이리라 여긴다.

여기까지 오는 데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선명성을 내세운 밀어붙이기식 개혁으로 훗날 되치기 당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오로지 “다수 국민의 최대 행복”을 기준 삼아, 이재명 대통령이 먼저 온 미래로 뚜벅뚜벅 걸어 나가길 기대한다.

hongbyu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