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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이란 테헤란 남부의 베헤슈트 자흐라 묘지에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가 치러지는 가운데 슬픔에 잠겨 있는 이란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EPA 연합뉴스
지난 9일 이란 테헤란 남부의 베헤슈트 자흐라 묘지에서, 전쟁 희생자들을 위한 장례가 치러지는 가운데 슬픔에 잠겨 있는 이란인들의 모습이 보인다. EPA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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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경 | 국제뉴스팀 기자

 전쟁은 늘 참혹하지만, 어린아이들의 고통을 보는 것은 더욱이 견디기 어렵다. 고통스러운 보도사진을 볼 때면 심장이 뛰어 숨을 크게 고르곤 한다. 이번엔 이란의 미나브 초등학교 공습 사진이 그랬다.

언론사는 보도에서 죽음과 피를 선정적으로 보여주지 않으려 노력하므로, 지나치게 참혹한 모습은 보도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국외 통신사가 보내온 전쟁 관련 사진엔 핏빛 사진이 ‘보도 주의’ 표기와 함께 있지만,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 기자들은 보게 된다. 이번에 이란에서 공개된 많지 않은 사진 가운데 흙더미 속에 드러난 주검 사진이 있었다. 다른 부분은 보이지 않았으나, 잿빛이 된 손가락이 보였다. 잡으면 아직 손안에 쏙 들어오는 내 아이의 작은 손이 떠올라 가슴이 철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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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도, 전쟁도, 죽음도 이해하지 못했을 아이들의 죽음이다. 아무리 전쟁일지라도, 병원과 학교를 공격하지 않는 것은 원칙이다. 초등학교를 덮친 것이 미국산 토마호크 미사일이었다는 증거가 잇따라 나오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자작극 아니냐며 근거 없이 발뺌하는 것도 그만큼 비난 여론이 두렵기 때문일 것이다. 가자 전쟁 때도,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민간 시설 아래 숨어 있다며 병원과 학교 등을 폭격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은 바 있다.

독재정권의 박해와 미국·이스라엘의 폭격 사이에 낀 이란 국민은 이중으로 고통받고 있다. 지난해 12월 말 이후 이란 전역을 휩쓴 반정부 시위 때 이란 정권은 3만명에 이르는 자국민을 학살했다. 희미하게 타올랐던 저항의 불씨는, 이제 외세의 위협에 맞서 단결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묻혀 스러지는 중이다. 정권은 전시 상황을 명분으로 반대파를 간첩으로 몰아 처형하고 있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 출신 의원인 살라르 아브누시는 지난 5일(현지시각) 국영방송에 출연해 정권에 항의하면 이스라엘 앞잡이로 간주하겠다며 “사살 명령이 내려졌다. 조심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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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47년간의 권위주의 통치와 작별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던 이란 시민들은 이제 파괴뿐인 전쟁에 직면했다”며 이란 시민들이 느끼는 고통을 전했다. 타임과 인터뷰를 한 테헤란 시민은 “트럼프 대통령은 눈썹을 뽑으려다 오히려 우리의 눈을 멀게 했다”고 했다. 미국이 테헤란 등 이란 전역에 2차 공습을 대거 퍼부었던 지난 10~11일, 테헤란 시민들은 “지옥 같은 밤”을 보냈다고 했다.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 건, 우리도 늘 전쟁의 공포를 머리에 이고 사는 나라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1994년 빌 클린턴 행정부는 북한 핵시설에 대한 전략적 타격을 검토했고 미군 내부에선 100만명이 사망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고 한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북한의 장사정포, 화학전 가능성 등을 함께 검토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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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전쟁)부 장관은 “지금 걱정해야 할 사람들은 살아남을 거라고 믿는 이란 사람들뿐”이라고 했다. 미 국방부는 언론이 보도하는 헤그세스 장관의 얼굴 사진이 “볼품없다”며 사진기자들의 출입을 차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손녀 카이 트럼프는 값비싸기로 유명한 미국 유기농 마트에서 쇼핑을 즐기는 영상을 올렸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가가 드론 방산 산업에 투자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다.

edg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