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이민 정책으로, 지난 6월 닷새 동안 1만명의 이민자가 체포되는 등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단속이 거세지고 있다. 200만이 넘는 미국 거주 한인들에게도 언제든 닥칠 수 있다. 자택으로 단속 요원이 찾아올 경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전문 변호사에게 물었다.
시민단체 ‘텍사스 시민권 프로젝트’의 샬럿 와이즈 변호사는 한겨레와 서면 인터뷰에서 “이민단속국 직원이나 그와 함께 온 경찰이 집 문을 두드리더라도 섣불리 문을 열지 말라”고 당부했다. 그는 “문 너머로 누가 왜 왔는지, 판사가 서명한 수색영장이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영장이 있다고 하면 문 아래로 밀어 넣어 달라고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와이즈 변호사는 “경찰이 집 안으로 들어와 수색하려면 연방법원 판사가 서명한 영장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이민단속국은 국토안보부 명의의 ‘행정 영장’을 제시하며 집 수색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행정 영장은 이민 담당 공무원이 발부하는 문서로, 집에 강제로 들어가거나 수색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지 않는다.
그는 “영장이 어떤 종류인지, 발부 주체가 이민 담당 공무원인지 법원인지, 연방 판사의 서명이 있는지, 그리고 수색 범위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적혀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와이즈 변호사는 “행정 영장을 제시했다면 문을 열어줄 의무는 없다”며 “이 경우 ‘수색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히되, 신체적으로 막아서거나 충돌을 일으키는 방식의 저항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경찰이나 단속 요원에게 어떤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을 권장했다. 현장에서 한 대답이 법원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서다. 와이즈 변호사는 “헌법에 따라, 개인은 경찰관이 길에서 멈춰 세우거나 심문할 때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며 “묵비권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고, 가능한 한 빨리 변호사와 연락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단속 상황에서 흥분해 언쟁을 벌이거나, 상황을 피하려고 자신의 신분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허위 서류를 제출해서는 안 된다. 이는 별도의 형사 범죄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체포 과정에서 권리가 침해됐다고 판단된다면, 이후 대응을 위해 최대한 많은 정보를 남겨두는 것이 필요하다. 체포에 관여한 경찰관·단속요원의 배지 번호, 순찰차 번호, 소속 기관, 현장에서 오간 주요 발언과 상황을 가능한 한 자세히 기록하고, 현장을 목격한 사람들의 연락처도 확보해 두는 것이 권장된다.
이미 이민단속국에 체포돼 구금된 경우에는 인신보호 청원이 중요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인신보호 청원은 본인의 구금이 연방법이나 미국 헌법에 위배되어 불법이라고 주장하며 법원에 심사를 요구하는 절차다. 다만 청원 심리 속도와 결과는 담당 판사의 업무량과 재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변호사나 시민단체와의 신속한 상담이 권장된다.
곽진산 기자 kj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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