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보다 인간적인 강지영 지음, STORY.B(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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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에서 구미호전을 보았을 때 의아했다. 초능력도 있고 인간보다 오래 사는 존재가 왜 인간이 되고 싶어 할까? 인간이 괴롭히지만 않으면 여우인 것도 좋아 보이는데? 생각해 보면 동화나 전설에는 어떤 이유든 인간이 되길 바라는 이종족 존재들이 적잖이 등장한다. 어른인 지금은 초자연적인 힘을 가진 크리처들이 인간을 사랑해서 자신의 종적 특성을 포기하려는 많은 이야기가 다분히 인간중심임을 안다. 현재의 지구 지배종 인간의 비대한 자의식이다. 인간은 지구상의 다른 종족에게 당연히 사랑받을 존재일까? 자신을 지나치게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 인간의 종적 특성일지도 모른다.

‘인간보다 인간적인’은 아름다운 이종의 사랑 이야기를 그린 판타지 액션 로맨스 소설이다. 드라마화된 ‘살인자의 쇼핑몰’을 포함, 역동적이고 긴박감 있는 작품을 써낸 강지영 작가는 이번에도 개성 있는 캐릭터들이 쉴 새 없이 활약하는 속도감 있는 소설을 선보였다. 사람들을 순식간에 매혹시키는 미모와 침술을 이용한 전투 능력을 지닌 수경은 수백 년을 살아온 존재이다. 수경과 같은 이들은 인간 소유주가 살아 있을 때는 그의 옆에서 가문의 번영을 이끄는 역할을 했고 이종이라고 불렸다. 몇 번씩 죽어도 재생되는 이종들은 대를 이어 승계되지만 소유주를 잃으면 재생이 불가한 변종이 된다. 수경은 자신의 소유주 정춘의가 떠난 후 자기와 유사한 변종인 교임을 만난다. 수경에게는 변종들의 삶을 유지하는 인염이라는 특수한 물질이 있고, 이를 다 잃으면 소멸하게 된다. 이종들이 태어나는 인영못을 찾아 착취당하는 동족을 멸절하려는 수경, 그의 동료 역할을 하지만 인염을 찾아 늙고 병든 몸을 재생하려는 교임, 이런 변종들을 살육하고 이종을 잡아들이는 미티어 그룹의 키퍼들, 그리고 정체를 숨긴 변절자들이 쫓고 쫓기며 전투를 벌인다.

이물교구설화, 인간과 이종족과의 사랑을 다룬 이야기가 흔히 그렇듯이 ‘인간보다 인간적인’은 인간성과 윤리를 결부한 질문을 던진다. 제목과 설정이 약간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수경과 춘의의 관계는 그간 전설과 민담에서 보았던 종을 넘는 사랑의 유형과는 달리 개별적인 부분이 있다. 아니, 여기서 이종과 그 소유주인 인간의 사랑은 각각 개별적이다. 교임과 순애의 동반자적 관계, 또 다른 이종인 영과 인간 정빈의 가학-피학적인 관계도 다른 모습을 띤다. 이 소설의 성취는 사랑을 다루면서 인간이 규정하는 이상적인 감정으로만 그 유형을 한정하지 않았다는 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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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종족의 교감을 다룬 판타지 로맨스든, 좀 더 엄밀한 의미의 트랜스휴먼 소설이든 현재 많은 장르소설은 모두 인간으로서 느끼는 감정에 골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감정은 인간의 전유물이 아닐 수도 있다. 소설에 등장하는 교배종은 괴물이라는 낙인이 싫어서 “존재 말고 인간이 되고 싶어”라고 말하지만, 진짜 인간 외에 그 어떤 존재가 인간이길 굳이 바랄까 싶다. 적어도 픽션에서는 “인간적”이라는 말의 용법을 고민할 때이다.

박현주 작가·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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