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반기 국회 상임위원장직 7곳 배정을 수락하고 50여일만에 원내 활동에 복귀하기로 한 국민의힘에서 이번엔 상임위원회 배분을 두고 당내 갈등이 폭발했다. 재선 권영진 의원이 23일 상임위 배정에 불만을 갖고 원내대표실을 찾아 전·현직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은 일은 볼썽사나운 정치의 구태를 보여주는 한 장면이었다. 당내에서 권 의원에 대한 징계 필요성이 거론됐고 권 의원은 사과했지만 논란이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원내대표 권위가 멱살로 귀결되는 상황”…국힘 내부 부글부글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오전 22대 후반기 국회 의장단과 여야 원내대표, 상임위원장단과 함께한 국립서울현충원 참배 일정만 소화하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는 불참했다.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원내대표의 권위가 멱살로 귀결되는 상황을 모두 지켜보셨을 것이다. 원내대표께서는 금일 회의에 불참한다”고 했다.
‘멱살 소동’은 전날 국민의힘 원내지도부가 의원들에게 배정된 상임위를 발표한 직후 벌어졌다. 권 의원이 원내대표실을 찾아 자신이 희망한 정보위원회가 아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로 배정됐다고 항의하며 정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았다. 함께 있던 의원들이 말리는 과정에서 몸싸움도 이어졌다고 한다.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 배치된 강민국 의원도 상임위 배정에 항의하며 김승수 원내운영수석부대표에게 욕설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선 이를 비판하는 공개 메시지가 이어졌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부끄럽고 참담한 일이 발생했다. 상임위 배정에 불만을 품은 의원이 원내대표의 멱살을 잡았고, 이를 말리던 전임 원내대표의 멱살까지 잡는 일이 있었다”며 “항의와 물리적 행위는 구분돼야 한다. 폭력은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 원내부대표단은 입장문을 내고 “합당한 절차에 따라 엄중하고 단호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의원총회 소집을 요구했다. 국민의힘 사무처도 “항의와 폭력은 다르다”라며 권 의원을 향해 “열 번이라도 국민과 당원에게 사죄해야 한다”고 했다. 원외 당협위원장 40여명은 입장문에서 “권 의원을 즉각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고 최고 수준의 징계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이날 의원 단체대화방에 “저의 불찰과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사과드린다”며 “저의 언행은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무조건 저의 부족함이고 잘못이었다. 정 원내대표께 큰 결례를 범하고 리더십에 상처를 드렸다”고 입장을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대구시당위원장 자리에 단독 출사표를 던졌던 그는 이날 지역 국회의원 단체대화방을 통해 “제가 시당위원장을 맡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다”며 출마 의사도 접었다. 그럼에도 징계 가능성은 커지는 분위기다.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번 사안을 단순히 사과로 넘겨서는 안 된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징계 요청서가 접수되는 대로 당의 단호하고 엄중한 조치가 이뤄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과열되는 ‘알짜 상임위’ 쟁탈전
여야는 ‘알짜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당내에선 ‘알짜 상임위원’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쟁탈전을 벌이는 모습은 새로운 장면은 아니다. 지역구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이나 사회적 파급력이 큰 법안을 심사하고 싶어하는 의원들 희망을 부적절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다만 이런 의원들의 요구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정무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등에 주로 몰리다보니 상임위를 배분해야 하는 원내지도부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때가 많다. 의원들 눈치싸움도 치열하다. 선호하는 상임위 중 다른 의원들이 몰리지 않을 곳을 찾아 1,2,3순위를 신청하게 된다.
예결특위는 지역구 예산을 따내기 용이하고, 국토위는 지역구 인프라 확장을 노릴 수 있다는 이유로 다수 의원들이 희망한다. 또 산자위는 기업 관련 정책을, 정무위는 재벌개혁이나 공정거래, 금융 정책 등을 다루다 보니 경제 분야 영향력이 막강하다는 점이 선호 요소로 작용한다. 농어촌 지역구인 의원들 사이에선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도 인기다. 법제사법위원회는 국회에서 ‘상원’ 역할을 하며 인지도를 얻는다는 점에서 의원들의 선호도가 높다.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일주일에 서너번씩 찾아오는데 전화는 얼마나 더 많이 오겠느냐”며 상임위 배정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국민의힘에선 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도 잡음이 일었다. 통상 3선 의원이 상임위원장을 나눠맡는 관행이 있지만, 이번에는 경선을 치르게 됐기 때문이다. 4선 유의동 의원이 자신이 3선이었을 당시 연장자인 의원들에게 상임위원장을 양보했었다며 상임위원장직 조율이 끝난 뒤 국토위원장직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당내 선거에서 3선 김정재 의원을 1표 차로 이기고 선출됐다. 투표 직후 성평등가족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던 3선 임이자 의원이 김 의원에게 위원장직을 양보하겠다고 밝히면서 다음주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국토부 출신인 송석준 의원이 외교통일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뒷말이 나온다. 송 의원은 당초 외통위원장을 1년간 맡은 뒤 김 의원과 교대해 국토위원장을 할 구상으로 외통위원장직을 수락했는데 유 의원이 국토위원장이 되면서 ‘1년씩 나누기’가 불확실해졌다.
조희연 기자 cho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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