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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자현 새 검찰총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구자현 새 검찰총장 직무대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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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14일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 사퇴 당일 원포인트 인사로 후임 구자현 서울고검장을 임명한 건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로 인한 검찰 안팎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조속히 안정화하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검찰 내 대표적인 ‘기획통’으로 내부 조직관리와 대외 업무 경험이 많은 구 고검장을 ‘총장 대행’으로 낙점한 이유다. 구 고검장도 이를 의식한 듯 이날 “검찰 조직의 안정화에 최우선 가치를 두겠다”고 밝혔다.

법무부는 이날 오후 4시49분께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15일자로 구 고검장을 총장 직무대행(대검찰청 차장검사)에 임명한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날 오전 노만석 전 직무대행의 퇴임식이 열린지 한나절 만에 후임 인사를 단행한 것이다. 심우정 전 검찰총장이 지난 7월2일 퇴임한 뒤 검찰총장 자리는 계속 비어있는 상태다.

검찰 내부에선 일찌감치 예측 가능한 인사였다는 평가가 나왔다. 한 검찰 간부는 “수평 이동이 가능한 현직 고검장급 중 가장 적임자”라고 말했다. ‘기획통 중에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구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 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지냈고,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검찰 인사·예산을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국장을 역임했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시절엔 공보 역할인 법무부 대변인도 맡았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선 법무연수원으로 좌천됐다가 지난 7월 이재명 정부 첫 검찰 고위간부 인사에서 서울고검장으로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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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고검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법무부 탈검찰화를 논의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직속 법무·검찰개혁단장을 맡은 경험이 있어 검찰 내부에선 비교적 검찰개혁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편에 속한다. 이재명 정부의 검찰개혁 기조에 부응하면서도 후속 제도 설계 과정에서 검찰의 보완수사권 등 조직의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전달해야 하는 구심점 역할로는 최적이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인사 발표 직후 구 고검장의 첫 일성은 ‘조직의 안정화’였다. 구 고검장은 이날 오후 6시5분께 서울 서초구 청사 앞 퇴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어려운 시기에 무거운 책임 맡게 됐다”며 “검찰조직이 안정화되고 또 맡은 본연의 책무들을 성실하게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최우선 가치를 두고 업무에 임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구 고검장은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사태를 묻는 기자들에게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이라며 “지금 이 자리에서 특별히 드릴 말씀은 없다”고 즉답을 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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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 고검장은 이어 대장동 항소 포기로 인한 검찰 내부 반발이 이어지는 상황을 두고선 “그것도 마찬가지(로 다음에 말씀드리겠다)”라며 “(검찰 조직이) 안정화되고 자기 일들을 성실하게 할 수 있도록 제가 돕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을 최대한 아꼈다. 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검사들을 일반 공무원처럼 파면시키는 검사징계법 폐지안과 보완수사권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정진우 서울중앙지검장 사퇴로 공석이 된 서울중앙지검장 후임 인선은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으로 사회·정치적으로 중요 사건이 몰려 당장 자리를 비워두기 어려운 곳인 만큼 이르면 다음 주 중 후임자가 임명될 것으로 관측된다. 김태훈 서울남부지검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배지현 기자 beep@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