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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 정민영 특검보가 지난 9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 정민영 특검보가 지난 9월24일 오전 서울 서초구 특검팀 사무실 브리핑룸에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최현수 기자 em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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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사건 외압 의혹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이 수사 기간 종료를 2주 앞두고 막판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검팀의 활동 종료일은 오는 28일로, 현재 가동 중인 세 특검 가운데 가장 먼저 수사를 마무리하게 된다.

특검팀은 지난 10일 특검법에 명시된 수사 대상 ‘1호 사건’ 채 상병 순직과 관련해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현장 지휘관 4명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기소하며 수사를 매듭 지었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 등 5명에게 채 상병이 순직한 당일 실종자 수색 작전에서 충분한 안전 대책을 세우지 않고 해병대원들에게 허리 깊이의 수중 수색을 하게 한 업무상 과실로 채 상병을 순직하게 하고 다른 해병대원을 다치게 한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검팀이 임 전 사단장을 채 상병 순직에 대한 책임자로 포함한 건 임 전 사단장에게는 형법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본 앞선 수사기관의 판단을 뒤집는 결정이다. 특검팀은 임 전 사단장의 작전 통제와 지휘가 업무상 과실이며 채 상병 사망 원인에 해당한다고 봤다. 정 특검보는 임 전 사단장 기소 결정을 발표하며 “(임 전 사단장은) 대원들의 안전보다는 언론 홍보와 성과를 의식해 무리한 수색을 지시했고, 바둑판식 수색, 내려가면서 찔러보며 수색, 가슴 장화 확보 등 수중 수색으로 이어지게 된 각종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임 전 사단장의 지시로 현장 지휘관들이 무리한 수중 수색을 강행한 탓에 사고가 났다는 것이다. 특검팀의 공소 제기로 채 상병 순직 2년4개월 만에 임 전 사단장을 비롯한 사건 관련자들이 재판에 넘겨져 법원 판단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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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본류 사건인 수사 외압 의혹 사건도 ‘정점’인 윤석열 전 대통령 조사를 끝으로 사실상 최종 정리 작업에 들어갔다. 특검팀은 출범 이후 주요 피의자들을 여러 차례 불러 조사하며 채 상병 사건 수사 외압 의혹 실체를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브이아이피(VIP) 격노’를 설이 아닌 사실로 확인하고 이첩 기록 회수, 국방부 조사본부 재검토,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 항명죄 수사 등 외압의 주요 국면마다 윤 전 대통령이 관여한 정황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검팀은 수사 외압 사건을 ‘조직적으로 외압을 행사한 중대 공직 범죄 사건’으로 규정하고 지난달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등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모두 기각됐다. 특검팀은 이르면 다음 주 초 이 전 장관 등을 불구속기소할 예정이다.

이 전 장관의 도피성 주오스트레일리아(호주) 대사 임명 의혹 관련 수사도 막바지에 들어섰다. 이 의혹과 관련해 조태용·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이 피고발인 신분으로 특검팀 수사를 받았다. 특검팀은 오는 16일 윤 전 대통령 조사까지 마무리한 뒤 이들에 대한 공소 제기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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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수사 시작이 늦었던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사건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관련 수사도 막판 스퍼트를 내고 있다. 특검팀은 최근 박 대령의 인권침해 진정을 위법하게 기각했다는 혐의를 받는 김용원 인권위 상임위원을 다시 압수수색했고, 공수처 사건 관련 직권남용 혐의 피의자 두 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팀은 송창진 전 공수처 수사2부장검사의 국회 위증 사건을 수사하다 김선규·송 전 부장검사의 직권남용 사건과 오동운 처장 등의 직무유기 혐의를 인지해 수사를 확대했다. 특검팀은 김·송 전 부장검사가 지난해 상반기 처·차장 직무를 대행할 당시 공수처 수사팀을 압박해 수사를 방해한 정황을 확인하고 지난 12일 이들의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의 영장실질심사는 오는 17일 서울중앙지법에서 남세진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다.

한편 임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관련 수사는 차질을 빚고 있다. 특검팀은 유력한 로비 창구로 지목된 김장환 목사와 한기붕 전 극동방송 사장이 특검팀의 참고인 조사 출석 요구에 여러 차례 불응하자 이들을 상대로 공판 전 증인신문을 청구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모두 소환장을 송달받지 않고 있어 특검팀이 수사 기간 내에 이들의 법정 진술을 확보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 김건희 여사에게 임 전 사단장의 구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는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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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로 활동 종료 2주를 앞둔 특검팀은 조만간 주요 피의자들을 재판에 넘긴 뒤 수사 결과를 정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김수연 기자 lin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