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4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 채택하는 모습. 민주노총 제공
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4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 채택하는 모습. 민주노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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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114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 ‘플랫폼 경제에서 양질의 노동에 관한 협약’(193호 협약)이 채택된 가운데, 노동계가 한국 정부에 조속한 비준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노총은 15일 환영 성명을 내고 “플랫폼 노동자를 위한 최초의 국제노동기준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노동 역사에 남을 위대한 진전”이라며 “정부가 이번 협약의 취지를 존중해 해당 협약을 조속히 비준하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과 ‘노동자 추정제’ 도입 등 국내 법을 신속히 정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협약 채택 직후인 12일 “(이번 협약은) ‘계약 (형식)이 아니라 (노동의) 현실이 고용을 결정한다’는 원칙을 성문화하고 알고리즘이라는 불투명한 사용자를 책임의 영역으로 끌어냈다”며 “노동권 없는 디지털 경제에 맞선 역사적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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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협약은 찬성 406표, 반대 8표, 기권 36표로 높은 지지를 받아 채택됐다. 한국 정부와 노동계는 찬성표를, 사용자 대표로 참석한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번 총회에서 사용자 쪽이 반대표를 던진 나라는 한국과 모리셔스, 태국 뿐이다.

협약은 배달 라이더, 대리운전기사 등 플랫폼 노동자의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노동 기본권을 보장하고,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의한 노동 통제에 관해 노동자의 권리를 명문화한 것이 특징이다. 협약은 ‘디지털 플랫폼 노동자’를 ‘고용상 지위와 관계없이 디지털 플랫폼을 통해 보수나 대가를 받고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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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와 올해 아이엘오(ILO)의 ‘플랫폼 노동 협약을 위한 기준설정위원회’에 참석했던 윤애림 노동자권리연구소 소장은 “이번 협약을 한국 법제에 대입하면 근로기준법 등 노동관계법상 ‘노동자’로 인정되는 사람뿐만 아니라 노무제공자나 자영업자로 분류되는 플랫폼 노동자도 동등하게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협약은 또 모든 플랫폼노동자에게 △결사의 자유와 단체교섭권 보장 △강제노동 및 아동노동 철폐 △고용·직업상 차별 철폐 △안전하고 건강한 노동환경에서 일할 권리 등을 보장하도록 회원국에 의무를 부여했다. 이와 함께 산업재해 예방조치, 작업중지권, 폭력·괴롭힘으로부터 보호, 최저보수 보장, 플랫폼 기업의 노무제공관계 일방적 종료 금지 등의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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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인공지능과 알고리즘에 기반해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스템에 대한 노동자의 권리를 처음으로 국제협약 수준에서 규정했다. 협약에 따르면, 플랫폼 기업은 알고리즘이 노동조건과 일할 기회에 미치는 영향, 자동화된 평가·배차·보수 결정 방식 등에 관한 정보를 노동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또한 계정 정지나 보수 삭감 등 노동자에게 불리한 결정이 이뤄질 경우 그 사유를 설명하고 재검토 절차를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플랫폼기업이 노동자 권리에 반해 개인정보를 수집·처리하지 못하도록 규제할 것을 회원국 의무로 규정했다.

노동계는 이번 플랫폼 노동 협약을 채택하는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고도 지적했다. 윤 소장은 “한국은 2024년 아이엘오(ILO) 사무국 설문조사에서 플랫폼 노동 국제 협약 제정에 반대 의견을 냈고, 지난해 플랫폼노동 협약·권고 초안에 관한 사무국 설문조사에도 답변하지 않았다”며 “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해 모든 일하는 사람을 보호하겠다는 이재명 정부의 공약을 고려하면 이같은 한국 정부의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장에 참석한 민주노총 관계자도 “표결 전 2주 동안 협약 문구를 축조심의하는 과정에서 아프리카, 중남미, 중국 등 다수 정부가 플랫폼 노동 보호 필요성을 적극 제기했지만 한국 정부는 아무런 의견도 표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노동계는 이번 협약 채택을 계기로 한국 정부가 이를 비준하는 등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민규 노동문제연구소 해방 실장은 “이번 협약에는 이재명 정부가 추진하는 ‘일하는 사람 기본법’에 없는 알고리즘 투명성 관련 내용까지 포함돼 있다”며 “협약을 비준하면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발생하는 만큼 사실상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에 준하는 의미를 가진다”고 짚었다. 아울러 협약을 비준할 경우 최저임금법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적용 확대, 사회보험 불평등 해소 등을 위한 후속 입법도 필요하기 때문에, 플랫폼 노동자의 권리를 보다 폭넓게 보장할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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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고용노동부는 아직 협약 비준에 신중한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아직 협약 비준 여부를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우선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을 추진해 가능한 빨리 입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