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이 오는 19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60일 동안 호르무즈해협 문제와 이란 핵 프로그램, 대이란 제재 등을 놓고 다시 맞붙는다. 전장에서 승부를 내지 못한 양국이 협상 테이블에서 2차전을 벌이는 셈이다. 세부 합의 내용은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으나, 양국은 벌써 합의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며 치열한 여론전을 펴고 있다.
가장 주목되는 주제는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해협 통항 관련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각)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호르무즈해협의 통행료 없는 개방”을 전면 승인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뉴욕타임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는 이번 합의로 호르무즈해협이 “영구적으로 통행료가 면제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파이낸셜타임스 등은 복수의 협상 관계자를 인용해 합의 내용에 담긴 통행료 면제가 영구적 조처가 아니라 휴전 기간인 60일 동안 적용되는 방식이라고 전했다. 이후 해협을 어떤 방식으로 관리할지는 역내 국가 간 대화와 후속 협의에서 정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란 쪽 기류는 미국의 ‘완전한 개방’과는 결이 다르다. 이란 협상 수석대표인 국회의장의 전략 고문인 마흐디 모하마디는 이란 반관영 메르 통신에 합의문 초안을 설명하며 “이란이 현재 호르무즈해협에서 안전, 항행, 보안 서비스를 제공하며 수수료를 징수하고 있다”며 “이런 수수료를 징수할 권리는 전적으로 이란과 오만에 있으며, 다른 어떤 당사자도 개입할 권한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 체계는 어떤 합의가 이뤄지든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란이 국제법상 금지된 ‘통행료’가 아닌 기뢰 제거와 항로 안내, 환경 파괴 복구 등 명목으로 ‘서비스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쟁 목표로 내걸었던 ‘이란 핵 위협 제거’를 두고 양국은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란 쪽은 60일 협상을 하더라도 ‘핵무기 불추구 선언’과 ‘고농축 우라늄 처리’ 두 가지만 논의될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모하마디 고문은 합의문 초안에 이런 내용이 있다며 “핵물질이 희석되더라도 국내에 남게 되며, 필요할 경우 단기간에 다시 고농축 수준으로 복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이란이 핵물질을 “군사적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영원히 저농축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에 우라늄 농축을 20년간 금지하는 것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15년까지 줄여줄 수 있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궁극적으로 440㎏의 60% 고농축 우라늄 외에 “이란이 보유 중인 12톤 농축 우라늄 전량을 희석하고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소식통을 인용해 양국은 9톤이 넘는 이란의 모든 농축 우라늄을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독 아래 현장에서 저농도로 희석하는 방안이 최소한의 합의에 포함된다고 보도했다.
제재와 전쟁으로 심각한 경제난에 처한 이란 정부는 이를 타개할 동결 자산 및 제재 해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이란 쪽은 양해각서 서명 즉시 이란 동결 자산 240억달러(약 36조원)의 절반을 돌려받고, 나머지는 60일 협상 기간에 돌려받는 내용에 합의했다고 주장한다. 또 미국과 동맹국들이 최소 3천억달러(약 455조원) 규모의 이란 재건 계획을 세우고, 미국의 1·2차 제재와 유엔 제재 영구 해제도 추진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이런 주장을 부인하며 이란이 핵 문제 등과 관련한 약속을 이행할 때까지 제재 완화나 동결 자산 해제는 없을 것이라고 이날 거듭 강조했다.
2015년 이란 핵협상(JCPOA)을 만든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 협상단 인사들은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미 에이비시(ABC)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앞으로 나올 어떤 (미-이란) 합의도 우리가 처음에 했던 합의와 비교해 뚜렷하게 다르거나 큰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란 핵 협상에 참여했던 로버트 맬리 전 이란 특사는 엑스에 “양해각서 체결 이후 해결해야 할 이란의 핵 프로그램의 향방, 농축 우라늄 처리, 제재 완화 문제는 전쟁 이전보다 해결하기 훨씬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전쟁은 단순한 범죄를 넘어선 중대한 오판이었고, 단순한 오판을 넘어선 무모함이 빚어낸 값비싼 대참사였다”고 비판했다.
김지훈 기자,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atchd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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