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희 부부는 매일 늦은 퇴근과 육아 사이에서 허덕이고 있습니다. (…) 해가 지면 녹초가 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옵니다. (…) 그런데 가게들이 이미 문 닫은 늦은 밤만 되면 아이들은 내일 학교에 물감 가져가야 한다고, 리코더 잃어버렸다고 그제서야 말합니다. (…) 어떻게든 준비물은 챙겨줘야 합니다. 그럴 때마다 새벽배송으로 구매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지난해 11월, 중학생과 초등학생 두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가정 주부 ㄱ씨는 국회 국민동의청원 누리집에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에 관한 청원’을 올렸다. ㄱ씨는 “저녁 늦게 귀가하는 맞벌이 부모에게 새벽배송은 단순한 편의가 아니라 일상을 지탱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새벽배송은) 단순한 소비의 문제가 아니라 가정의 행복과 건강, 육아와 교육을 지켜주는 삶의 기반 문제”라고 적었다. 이 청원은 6만7928명의 동의를 얻어 지난달 1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회부됐다.
ㄱ씨가 적었듯, 쿠팡은 각종 먹거리와 생필품을 새벽에 문앞까지 배달하는 로켓배송으로 주간 활성 이용자 수 3000만명에 이르는 플랫폼으로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 이면엔 장시간 노동과 돌봄의 이중고를 겪는 여성의 재생산 위기가 존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성평등노동연구소 소소는 28일 저녁 서울 중구 민주노총 교육장에서 ‘편리함의 대가, 누가 치르는가? 쿠팡사태로 본 플랫폼 경제의 젠더정치’ 토론회를 열고 쿠팡이 여성의 삶에 미친 영향을 진단했다.
이날 발제를 맡은 윤보라 전남대 강사(사회학)는 “쿠팡은 시간 빈곤으로 인한 돌봄과 재생산 위기를 데이터로 치환하고 이를 이윤 창출의 수단으로 삼아 성장했다”고 분석했다. 오프라인 장보기가 어려울 정도로 시간에 쫓기면서 돌봄 책임을 떠안고 있는 ‘워킹맘’의 구매 데이터가 쿠팡의 알고리즘을 정교하게 만드는 데 활용돼왔다는 지적이다. 윤 강사는 “실제로 지역의 부모님에게 주기적으로 생필품을 구매해 보냈더니 쿠팡이 명절 때 부모님 선물세트를 추천하거나 상조서비스 광고를 띄웠다”는 경험도 털어놨다.
사회적 재생산 위기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은폐한다는 점도 윤 강사는 짚었다. 윤 강사는 “로켓배송은 돌봄의 위기를 개인이 시장에서 ‘소비’로 돌파할 수 있는 행위로 치환했다”고 비판했다. 앞서 ㄱ씨의 청원 내용처럼, 쿠팡의 성장은 돌봄의 공공적 해법을 모색하기보다, 개인이 플랫폼에 의존해 문제를 해결하는 ‘파편화된 소비자'로 살아가게끔 유도한다는 설명이다. 윤 강사는 “‘편리함’이란 환상을 넘어 플랫폼 경제와 사회적 재생산의 위기를 함께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선 쿠팡의 독주가 여성 일자리 지형도 흔들었다는 진단도 나왔다. 온라인 유통이 대세가 되면서 대형마트가 점포를 줄이자, 그곳에서 일하던 중장년 여성 노동자들도 대거 실직 위기에 내몰렸다는 것이다. 대형마트의 판매·서비스직은 경력단절 여성이나 중장년 여성의 주요 일자리 중 하나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자료를 보면, 이마트의 경우 2017년부터 2024년 사이 남성 직원이 653명 줄어드는 동안 여성 직원은 4913명 급감했다. 여성 감원 폭이 남성의 8배를 웃돈다.
일자리를 잃은 중장년 여성들은 결국 다시 불안정한 형태의 일자리로 흘러 들어간다. 정하나 서비스연맹 정책국장은 “쿠팡과 같은 온라인 유통업이 규제없이 성장하는 동안 소매업 취업자는 감소하고 온라인유통업에서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과로하거나 야간노동하는 이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쿠팡 프레시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이소진 연세대 강사(사회학)는 본인의 경험을 전했다. 그는 “남성 노동자들은 비슷한 노동강도에서 더 높은 급여를 지급받을 수 있는 일자리가 존재하기 때문에 주로 일용직에 머무르지만 (쿠팡 프레시센터) 계약직 노동자 다수는 중년 여성으로 구성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강사는 이어 “쿠팡은 언제나 동원될 수 있는 대기인력이어야 하는 점, 생계부양책임에서 벗어나 있어 최저임금 수준을 받고도 장시간 고강도노동을 제공할 수 있는 점, 지시에 순응적인 노동자가 선호되는 점 등을 이유로 여성 노동자를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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