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장님, 입 냄새 없애려고 가글을 수시로 해요. 99.9% 살균된다니 안심되잖아요.” 진료실에서 이런 말씀을 하시는 환자분들을 볼 때마다 저는 급히 손사래를 칩니다. 우리는 흔히 입속 세균을 박멸해야 할 ‘적’으로만 여깁니다. 하지만 앞서 장내 세균 칼럼을 읽으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세균은 무조건 없애야 할 존재가 아니라 우리 몸과 공생해야 할 ‘파트너’라는 사실을요.
오히려 지나친 살균 강박이 내 몸의 가장 강력한 방어선인 ‘구강 미생물 생태계’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그 무너진 방어선이 초래하는 끔찍한 결과, 바로 전신 질환에 대해 이야기하려 합니다.
양치질 안 한 원시인 치아가 더 건강한 이유
먼저 간단한 역사 이야기로 시작해볼까요? 놀랍게도 칫솔도 치약도 없던 수렵채취 시대의 원시인들은 현대인보다 훨씬 건강한 치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연구진의 치석 분석 결과, 그들의 입속은 충치균 대신 유익균이 가득한 ‘건강한 숲’이었습니다.
비결은 ‘단순함’이었습니다. 그들에겐 설탕과 정제된 밀가루가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농경과 산업혁명을 거치며 인류가 부드럽고 달콤한 가공식품에 탐닉하자, 입속 유익균은 굶어 죽고 그 자리를 당분을 좋아하는 강력한 유해균이 차지해 버렸습니다. 우리가 겪는 구강 질환은 게으른 양치질 탓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식단의 변화가 부른 생태계 파괴’인 셈입니다.
심장 혈관까지 막는 입속 세균
문제는 입속 생태계가 파괴되면, 그 피해가 입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우리 잇몸에는 수많은 미세 혈관이 뻗어 있습니다. 만약 잇몸병(치주질환)이 생겨 잇몸에 피가 나고 상처가 생기면 어떻게 될까요? 그 상처는 입속 유해균이 전신으로 침투하는 ‘고속도로’가 됩니다.
전문가들은 심한 치주질환 환자의 잇몸 상처 면적을 합치면 ‘성인 손바닥 크기’만 하다고 경고합니다. 손바닥만 한 궤양을 입안에 달고 사는 것과 같습니다. 이 열린 문을 통해 침투한 세균은 혈관을 타고 돌며 뇌, 심장, 췌장 등 주요 장기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힙니다.

가장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곳은 심장입니다. 입속 세균인 ‘진지발리스’나 ‘뮤탄스’ 균은 혈관 내벽에 상처를 내고 혈전(피떡)을 만듭니다.
실제로 심근경색이나 동맥경화로 수술받은 환자들의 혈관 내 찌꺼기(플라크)와 혈전을 떼어내 유전자 분석을 해보면, 놀랍게도 구강에서만 서식하는 세균이 다수 검출됩니다. 입속에 있어야 할 균이 왜 심장 혈관을 막고 있었을까요? 잇몸병이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보다 심장 질환 발병 위험이 2배 이상 높다는 연구 결과는 이제 학계의 정설입니다.
치매환자 뇌에 치주질환균 독소 나오기도
더욱 충격적인 것은 ‘뇌’와의 연관성입니다. “설마 입속 세균이 뇌까지 가겠어?”라고 생각하시겠지만, 사실입니다. 치주질환 원인균은 뇌를 보호하는 장벽(BBB)을 뚫고 뇌세포에 침투할 수 있습니다. 최근 다수의 연구에서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 조직에서 치주질환 균인 ‘진지발리스’가 만들어낸 독소 효소가 발견되었습니다. 이 독소는 뇌신경 세포를 파괴하고 치매 유발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 축적을 가속화합니다. 씹는 힘이 약하고 잇몸이 안 좋은 노인일수록 치매 위험이 월등히 크다는 통계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이 밖에도 입속 유해균은 췌장암의 위험을 높이고,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방해하며, 임신부에게는 조산이나 저체중아 출산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입속 염증은 단순한 치통이 아니라 내 몸 전체를 서서히 무너뜨리는 ‘전신 염증의 도화선’인 것입니다.
가글 NO…설탕 끊고, 10번 꼭꼭 씹어 드세요
그렇다면 이 무시무시한 공격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답은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것입니다. 첫째, 유해균의 먹이인 설탕을 끊으세요. 세균은 거짓말하지 않습니다. 달고 끈적한 간식을 먹으면 유해균은 폭발적으로 늘어납니다.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는 것이 칫솔질 백번보다 낫습니다.
둘째, 씹고 또 씹으세요. 씹는 행위(저작 운동)는 ‘침’이라는 최고의 천연 항생제를 만들어냅니다. 침 속에 든 면역 물질이 유해균을 씻어내고 입안을 중화시킵니다. 거친 채소와 섬유질을 오래 씹는 것, 그것이 바로 구강 면역 훈련입니다.
셋째, ‘박멸’하려 하지 말고 ‘관리’하세요. 강력한 화학 가글로 입안의 모든 균을 죽이려 들면, 우리를 지켜주는 유익균까지 사라져 더 큰 병을 부릅니다. 올바른 칫솔질과 치실 사용으로 세균막을 물리적으로 닦아내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오늘 밤 양치질을 하며 거울 속의 자신을 보십시오. 그리고 기억해주세요. 지금 닦고 있는 것은 단순히 ‘이’가 아니라, 당신의 심장과 뇌를 지키는 ‘생명선’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건강한 입속 정원이 당신의 ‘100세 건강’의 시작점입니다.
메디람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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