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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을 하던 연방 요원에 의해 사살된 앨릭스 프레티가 숨진 현장에 시민들이 모여 밤이 늦도록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을 하던 연방 요원에 의해 사살된 앨릭스 프레티가 숨진 현장에 시민들이 모여 밤이 늦도록 추모를 이어가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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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하지 마라, 결코 실수를 인정하지 마라, 그리고 공격해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협상과 대결에서 보여줬던 특유의 정치전략에 오히려 발목이 잡히고 있다. 트럼프는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 연방 요원들에 의한 시민 2명의 사살 사태에 강경 대처하다가 취임 이후 최대의 정치적 위기에 빠지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4일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을 하던 연방 국경순찰대 요원들에 의해 중환자실 간호사 앨릭스 프레티가 사살당하자, 그를 “국내 테러범” “암살자”로 비난했다. 위기에 오히려 강경히 맞대응하는 트럼프 특유의 전략을 구사한 것이다. 하지만, 연방 요원들이 일방적으로 프레티를 제압하고 사살한 현장 영상들이 잇따라 공개되며, 미니애폴리스뿐만 아니라 미국 전역에서 항의 시위가 격화했다. 그러자 트럼프와 행정부는 하루 만에 물러나 뒷걸음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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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25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전화 인터뷰에서 “모든 사항을 들여다보고 있다” “어떤 총격도 좋아하지 않는다” “어느 시점에는 우리가 떠날 것”이라고 물러섰다. 트럼프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이민 단속을 지휘하던 국경순찰대 현장사령관 그레고리 보비노를 전보시키고, 톰 호먼 국경차르를 파견한다고도 발표했다. 사망한 프레티를 국내 테러범이라고 공격했던 크리스티 놈 국토안보부 장관과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도 자신들의 발언이 현장 보고에 기초한 것이라고 변명하고 있다. 트럼프는 27일 아이오와 집회 뒤 한 폭스뉴스와 회견에서 정부가 “약간 긴장을 완화할 것”이라며 두 사건이 “끔찍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론과 민주당의 공세는 더 거세지며,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정부 셧다운(폐쇄)에 몰리고 있다. 전국적인 항의 여론에 올라탄 민주당은 30일이 마감인 연방정부 예산 거부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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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불법이민 단속에 나선 연방 요원들이 마스크를 벗고 무차별적인 단속 순찰도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또, 연방 요원들이 무력사용 시에 통상적인 법집행 관행을 준수하고, 신원을 확인하는 명찰도 착용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이번 사태를 주도한 국토안보부에 대한 예산 승인에 거부감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이 문제로 연방정부 폐쇄사태가 다시 벌어져도, 트럼프 행정부가 불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트럼프 슈머 원내대표는 28일 회동해 협상을 진행했으나, 이날 밤까지 합의에 도달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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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이미 한 발짝 물러났는데도, 상황은 진정되지 않고 추가적인 양보만 더 압박받고 있다. 이 때문에 트럼프는 28일 제이컵 프레이 미니애폴리스 시장을 다시 비난하며 특유의 맞대응 공격을 다시 시도했다.

트럼프는 프레이가 연방기관의 불법 이민자 추방 작업에 협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며, “불장난”을 한다고 비난했다. 초점을 다시 미네소타 주 정부와 미니애폴리스 시 정부가 불법이민을 방조한다는 쪽으로 돌리려는 시도이다. 하지만, 프레이 시장은 즉각 지방 경찰의 역할에 이민단속은 포함되지 않는다며 “나는 우리 경찰이 살인을 막기를 바란다”고 받아쳤다.

트럼프로서는 미니애폴리스 사태로 자신의 최대 치적이라고 자랑해온 불법이민 단속의 빛이 바래고 중간선거까지 위협받는 지경으로 몰리고 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단속을 계속하거나, 혹은 병력을 철수해도 그 효과는 별 차이가 없을 수 있다. 지지층이나 공화당에 대한 장악력 상실도 우려된다.

트럼프는 비판에 직면했을 때에는 이를 인정하지 않고 맞대응하다가 다른 사안으로 주의를 돌리는 전술을 흔히 사용했다. 하지만, 자신의 언행으로 인한 경제 충격 등 피할 수 없는 사안에 직면하면, 서둘러 물러나곤 했다. 지난해 4월 고율 관세 부과 때 중국이 맞불을 놓거나, 지난주 그린란드 문제로 유럽연합이 강경히 맞대응하자, 자신의 결정을 철회했다. 물론 트럼프는 이때에도 자신이 승리했다면서 물러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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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이번 미니애폴리스 사태에서 어떻게 출구를 찾을지는 향후 그의 정치 행보에서 중대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