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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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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을 앞두고 연명의료를 받지 않겠다는 사전 서약에 따라 연명의료가 중단된 건수가 누적 5만건이 넘었다. 가족의 죽음을 직접 경험하거나 미디어 등을 통해 연명의료가 크게 의미있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사전에 의향서를 작성하고 연명의료를 중단·유보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된다.

26일 국립연명의료관리기관의 통계를 보면, 지난 2018년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지난달 30일까지 연명의료 유보·중단이 이뤄진 것은 모두 45만3785건으로, 이 가운데 5만130건이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따라 연명의료 중단이 이뤄졌다.

연명의료를 중단하기 위해서는 의사 2명으로부터 ‘임종과정’에 접어들었다는 의학적 판단을 받아야 한다. 임종과정이란 회생의 가능성이 없고 치료를 해도 회복될 수 없어 급속히 증상이 악화되고 사망에 임박한 상태를 말한다. 현행법상으로는 ‘말기 환자’에게는 연명의료를 중단할 수 없다. 연명의료란 치료효과 없이 임종과정 기간만 연장하는 것으로, 연명의료 시술에는 심폐소생술, 혈액투석, 항암제 투여, 인공호흡기 착용, 체외생명유지술, 수혈, 혈압상승제 투여 등이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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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적 판단 이후에는 환자 또는 가족의 의사가 필요하다. 환자 본인의 의사는 사전연명의료의향서와 연명의료계획서를 통해 알 수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는 19살 이상 성인이면 의학적 상태와는 무관하게 누구나, 언제든지 사전연명의료의향서 등록기관을 통해 작성할 수 있다. 임종과정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후 환자가 의사표현이 가능한 경우 의사가 다시 환자에게 의사 확인을 한다. 환자 의사표현이 어려우면 의사 2명이 의향서를 확인 후 연명의료를 중단하게 된다. 연명의료계획서는 말기 환자나 임종 직전의 환자의 뜻에 따라 의사가 작성한다. 또 환자가 평소 연명의료 중단 뜻을 밝혀 왔다는 가족 2명 이상의 진술이 있거나, 가족의 전원합의가 있으면 연명의료 중단이 가능하다.

환자 본인의 의사에 따라 연명의료가 중단되는 비율(자기결정 존중 비율)은 점점 높아지는 중이다. 자기결정 존중 비율은 제도가 시작된 2018년 32.5%였으나, 지난해 50,8%로 처음으로 절반을 넘었다. 올해 9월 기준으론 52.4%다. 제2차 호스피스·연명의료 종합계획(2024∼2028년)을 보면, 정부는 연명의료 중단 자기결정 존중 비율을 2028년 56.2%까지 높인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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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중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해 연명의료를 중단한 비율은 2018년 0.8%에서 2019년 2.2%, 2020년 5.0%, 2021년 7.5%, 2022년 10.6%, 2023년 14.2%, 2024년 18.5%로 크게 늘었다. 올해는 9월 기준 21.2%다. 제도 시행 이후 이뤄진 연명의료 중단 중 지난해까지 누적 9.6%가 사전연명의료의향서에 따라 이뤄졌다. 올해는 10%를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를 작성한 사람이 늘어나면서, 의향서에 따라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경우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의향서를 등록한 사람은 2018년 10만529명에서 지난해 270만1997명으로 늘었고, 지난 8월 300만명을 넘어섰다. 올해 9월 기준으로 306만9584명이 의향서를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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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두고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사회 분위기가 늘어났다는 분석이 나온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언론 또는 (죽음에 대한) 실제 경험을 통해 병원에서 이뤄지는 연명을 위한 치료들이 크게 의미있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건강과 생명에 대한 판단을 환자가 전문적으로 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그 주도권을 병원·의사로부터 본인 스스로에게로 다시 찾아오려는 생각도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