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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청준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유청준 전국전공의노동조합 위원장이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하고 있다.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전공의들끼리 연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다른 노동조합 그리고 사회적으로 저희가 연대할 일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의사들이 사회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노조의 이름으로 해보고 싶습니다.”

9일 오후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에서 만난 유청준(29·중앙대병원 내과 레지던트 3년차) 전국전공의노동조합(전공의노조) 위원장은 새롭게 출범한 노조의 활동 방향에 대해 ‘연대’를 강조했다. 1년6개월 동안 이어진 의-정 갈등이 지난 1일 전공의가 복귀하면서 사실상 마무리됐다. 이날 전공의들은 노조의 깃발을 들었다. 출범 첫날 1천명이 가입했고, 조합원 수는 점점 늘고 있다. 노조는 오는 14일 출범식을 열고 구체적인 활동 방향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유 위원장은 “(의-정 갈등을 계기로) 전공의들이 스스로 노동자라는 인식을 갖게 된 점이 동력이 됐다”며 “병원에서 값싼 노동력으로 이용되고 있었다는 사실을 집단적으로 깨달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공의노조가 처음은 아니다. 2006년 설립됐으나 전공의들의 참여가 미흡해 유명무실해졌다. 근무시간이 길어 노조활동 등에 관심을 두기 어려운데다, ‘튀면 안 된다’는 폐쇄적인 내부 분위기 등도 영향을 줬다. 하지만 장기간의 의-정 갈등을 겪으며 전공의 내부에서 변화가 생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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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노조가 설립되면서 파업도 할 수 있게 됐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지역의사제 등 의료계 반발이 큰 정책을 추진하면서 ‘제2의 의-정 갈등’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유 위원장은 전공의 기피 등 지역·필수의료의 어려움에 대해 “불균형 문제는 공감하고 있다”며 “젊은 의사들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을 펼칠 수 있는 발판이 될 수 있다. 앞으로 적극적으로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 위원장은 대립보다 대화를 강조했다. 그는 “지난 의-정 갈등은 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이 너무 비상식적이었다”며 “(이재명) 정부가 의료정책을 결정하는 협의체를 구상하고 있는 등 앞으로 합리적인 대화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밝혔다. 다만 유 위원장은 지역의사제 도입 등 구체적인 의견에 대해선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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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는 앞으로 수련 환경 개선 등에도 나선다. 이를 위해 신고센터를 설치하고, 실태조사도 실시한다. 유 위원장은 “지난 1일 복귀한 뒤 지금까지 전공의와 근로계약서도 쓰지 않은 병원들도 있고, 처음에 말한 근로조건과 다른 계약을 강요한 경우도 있다”며 “병원 경영자들은 여전히 전공의들을 값싼 노동력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전공의들 사이에 복귀 시점에 따라 인사를 받지 않거나 인수인계를 하지 않는 등 내부 갈등에 대해서도 물었다. 유 위원장은 “병원 내 공식 기구를 이용하든 아니면 노조를 통해 가해자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 피해자 보호를 최우선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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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위원장은 전공의들이 환자를 두고 병원을 떠났다는 비판을 의식한 듯 ‘사회적 연대’를 여러차례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 계획에 대해 “세상은 논리만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바꾸고자 한다면 사회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의사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활동들을 고민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손지민 기자 sjm@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