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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트레일리아 사이언스미디어센터의 수잔나 엘리엇 센터장은 사람들이 전통 미디어가 아닌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 시대에는 근거에 기반한 과학 보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 제공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언스미디어센터의 수잔나 엘리엇 센터장은 사람들이 전통 미디어가 아닌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 시대에는 근거에 기반한 과학 보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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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은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변화를 주고, 사회는 과학자들의 연구 방향에 영향을 준다. 이 상호관계 속에서 과학과 사회의 밀착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근년 들어 인공지능 연구자들이 기초과학 분야에 주어지는 노벨 과학상을 잇따라 수상한 것이 단적인 사례다. 하지만 지엽적 사실을 짜깁기하거나 근거가 박약한 정보를 그럴듯하게 포장한 ‘가짜’ 과학 정보들의 횡행은 어두운 그늘이다.

이런 흐름은 과학적 사실과 의견을 대중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일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음을 뜻한다. 그 과학자와 대중들 사이에 그런 소통의 통로 역할을 하는 것이 언론이다.

이에 주목해 근거에 기반한 과학적 정보와 과학자들의 의견을 신속하게 언론에 전해주는 역할을 하는 기관이 사이언스미디어센터다. 한국에서도 지난 7월 한국과학기술미디어센터(SMCK)가 출범했다. 세계 7번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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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가 출범을 기념해 13일 서울 명동 온드림 소사이어티 온소스퀘어에서 과학과 사회를 잇는 신뢰의 소통을 주제로 ‘글로벌 사이언스 미디어 포럼'을 열었다.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한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언스미디어센터의 수잔나 엘리엇 센터장을 만났다.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언스미디어센터는 역사가 20년이나 된다. 센터가 출범한 2005년 한국은 황우석 줄기세포 논문 조작 사태로 온나라가 뒤숭숭했을 때였다. 황우석 사태는 역설적으로 과학도 맹목적 신뢰가 아닌 근거에 기반한 신뢰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일깨워줬다. ‘당시 한국에도 이런 역할을 하는 기관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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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센터장은 사람들이 전통 미디어가 아닌 소셜미디어를 통해 많은 정보를 얻는 시대에는 근거에 기반한 과학 보도가 더욱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셜미디어에는 많은 잘못된 정보가 퍼져 있고, 그 정보는 전통 미디어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그들이 올바른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과학 저널리즘을 지원해야 한다. 이것이 사이언스미디어센터의 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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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잘못된 정보에 대응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후약방문식이 아닌 선제적 대응이라고 강조했다. 애초 잘못된 정보가 생성되지 않도록 사전에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이언스미디어센터가 과학자와 언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동안에도 정보는 이미 퍼져 나가고 있다. 나중에 사람들의 의견을 바꾸거나 정보를 무시하게 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언론이 보도하기에 앞서 과학자와 소통할 수 있다면 이를 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인플루언서들과도 협력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고 있다.”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언스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과학 언론 지원 통합 포털 ‘사이멕스’(SCIMEX).
오스트레일리아 사이언스미디어센터가 운영하는 과학 언론 지원 통합 포털 ‘사이멕스’(SCIMEX).

코로나19 사태 때 ‘백신 미디어 허브’ 개설 호응

그는 세포 및 발생 생물학 박사로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던 중 2000년대 초반 영국 사이언스미디어센터로부터 오스트레일리아에도 센터를 만들어 보라는 권유를 받았다. 당시 오스트레일리아엔 과학 분야를 다루는 언론 자체가 많지 않았다.

“예컨대 산불 같은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언론은 소방관이나 정치인들을 찾았지, 과학자를 찾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사건을 제대로 파악하려면 과학자들의 의견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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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반색을 했지만, 기자들은 정치나 스포츠 정보에 더 관심이 많았다. 센터는 과학자들의 연구 실적과 함께 기업과의 이해관계 충돌 여부, 동료간 추천 등 꼼꼼한 전문성 검증 작업을 토대로 신뢰를 쌓아 갔다. 과학자의 의견도 진짜 과학적 근거가 있는 것인지 살폈다. 그 덕에 지금은 기자 2천명, 과학자 7천명을 아우르는 조직으로 발전했다. 센터가 제공하는 연간 3200여건의 ‘근거 있는 정보와 의견’이 연간 2만5천여건의 기사에 인용되고 있다.

설립 초창기부터 줄곧 센터를 이끌고 있는 그는 잘못된 정보 대응에서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코로나19 사태를 꼽았다.

그는 코로나 초기 바이러스나 백신에 대해 부정확한 정보들이 횡행할 때 구글의 후원을 받아 ‘백신 미디어 허브’라는 웹사이트를 개설하고, 여기에 전세계 사이언스미디어센터에서 수집한 다양한 정보와 과학자들의 의견을 제공해 큰 호응을 얻었다고 말했다. 인터뷰 자리에 함께한 뉴질랜드와 대만의 사이언스미디어센터장은 이 웹사이트가 자국의 기자들에게도 큰 도움이 됐다고 전했다.

센터는 현재 대학을 포함해 70여개 기관의 기부금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본래 취지대로 활동할 수 있으려면 어느 쪽의 이해관계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고 있을까? 엘리엇 센터장은 운영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 어느 한 곳이 전체 기부금의 10%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사이언스미디어센터가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 7개국이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의 유해성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한창이던 2002년 영국에서 처음 출범한 이후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독일, 대만, 스페인에서 잇따라 설립됐다.

엘리엇 센터장은 “세계 각국 센터들이 서로 협력하고 아이디어를 교환하면서 가짜 정보들이 더는 퍼져나가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도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