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21일 “재판소원은 국민 기본권이 법원 판결로 침해됐을 경우 구제받기 위한 제도”라며 국회 공론화 절차를 밟아 계속 추진하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다. ‘이재명 구하기’라는 야당 공세에 재판소원의 제도적 취지를 강조하며 반박에 나선 것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어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에 명백히 위반될 경우 끼치는 해악은 (현재 사법체계 안에선) 어디에서도 치유될 수 없다”며 재판소원 도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이 이날도 “민주당이 법을 바꿔 대통령을 무죄로 만들고 민주당 세상을 만들려고 한다”(박준태 의원)는 공격을 이어가자, 재판소원은 ‘이재명 구하기’가 아니라 ‘국민 기본권 구하기’라는 논리로 응수한 것이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재판소원까지 도입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재판에 대응하려고 한다는 것은 논리 비약”이라며 “그럴 의도라면 이 대통령이 기소된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조항)을 고쳐 재판 자체를 없애면 되는데, 굳이 왜 재판소원까지 하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은 재판소원을 명시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당내 특위가 마련한 ‘5대 사법개혁안’과 별도 법안으로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도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치려는 취지”라고 강조한다. 재판소원을 의원총회에 올려 당론으로 확정하기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해 공청회와 입법청문회 절차를 밟아 법조계·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것이다. 지도부 관계자는 ‘공론화’와 관련해 “논의에 부쳐보고 국민들이 원하면 가는 것이고, 원하지 않는다면 접게 되는 것”이라면서도 “대선 개입 의혹으로 사법부 신뢰도가 워낙 바닥인 상황이라 재판소원에 대한 여론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공론화 과정을 거치겠다는 민주당 방침은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에서도 재판소원을 두고 찬반이 엇갈리는 상황을 의식한 것이다. 찬성하는 쪽에서는 재판소원이 법원 재판에서 침해된 기본권을 보호하고 헌법에 어긋난 법원의 법률 해석을 견제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재판소원이 헌법이 규정하는 3심제를 넘어 4심제로 이어지고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는 헌법 규정에 어긋난다는 반론도 있다.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견해 역시 다르다. 법원은 재판소원 도입이 사법 비용을 늘리고 피해자의 권리 구제를 지연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헌재는 국민 기본권을 실질화하고 모든 재판 과정에 헌법의 정신이 투영될 수 있다며 도입에 찬성한다. 헌재가 지난 5월 국회에 제출한 의견서를 보면, 재판소원 제도는 유럽권의 독일·스페인·체코·튀르키예, 아시아의 대만 등에서 시행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저녁 공지를 통해 “재판소원에 대해선 당과 그 필요성에 대해 협의한 바 있다”면서도 “법률안 발의 등 구체적 대안 수립은 국회의 역할이고 당이 최종 판단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재판소원 추진 취지에 ‘원론적’으로 동의한 것일 뿐, 입법 시기나 방식을 결정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최하얀 전광준 엄지원 이나영 기자 ch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