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재능교육 해고노동자 오수영·여민희씨가 서울 종로구 혜화동성당의 종탑에 올라 고공농성에 들어갔다. 2007년 자신들을 해고한 재능교육 본사가 길 건너편으로 바라보이는 곳이다. 두 여성은 ‘단체협약 체결하라’ ‘해고자 전원 원직복직’이라고 쓰인 플래카드를 내걸고 무기한 농성을 하고 있다. 고난과 구원을 상징하는 십자가 옆에서 체감온도 영하 20도를 넘나드는 강추위와 맞선 두 여성의 투쟁에 가슴이 아리다. 재능교육 해고자들의 싸움은 오늘로 1877일째다.
두 사람처럼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을 찬바람 속에서 맞아야 하는 노동자들이 너무나 많다. 쌍용자동차의 한상균 전 노조지부장 등 3명은 경기도 평택의 쌍용차 공장 인근 철탑에서 80일 가깝게 농성중이고, 다른 쌍용차 해고자들은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노숙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울산 현대자동차 해고자 최병승씨 등 2명의 철탑농성은 100일을 넘은 지 오래다. 장장 2000일이 넘게 공장 점거 농성을 벌여온 콜트·콜텍의 해고노동자들은 결국 경찰에 의해 공장에서 쫓겨났다.
지금 이 땅의 노동자들에게 절망은 일상이 되고 있다. “함께 살자”는 가느다란 외침은 회사와 정부, 정치권의 외면에 막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특히나 새 정부의 무관심이 그들을 더욱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 모두가 행복한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해고노동자들은 자신들이 대한민국 국민에서 점점 배제되고 있음을 절감할 뿐이다.
누구보다 박 당선인이 해고노동자들의 절박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이달 초 민주노총이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국민의 90.8%가 새 정부 출범 이전에 노동 현안을 해결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쌍용차 문제를 풀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실시에 77.6%가 동의했고, 대법원의 불법 파견 판결을 현대차가 즉각 이행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국민도 87.1%나 됐다.
여론조사에서 확인되듯 노동 현안의 시급한 해결이야말로 박 당선인이 사회 대통합 약속을 실천하는 지름길이다. 국민의 신뢰를 받으며 새 정부가 힘차게 출발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물론 해고노동자 모두가 당장 일터로 돌아가기란 힘든 일이다. 그렇지만 박 당선인이 노동 현안 해결에 적극 나서겠다고 분명하게 밝혀준다면 철탑과 종탑, 그리고 길거리에서 설날을 맞는 해고노동자들은 몸과 마음의 한기를 조금이나마 녹일 수 있을 것이다. 해고노동자들이 희망을 가슴에 품고 설날을 맞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