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3 내란을 모의·실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수첩에는 상상 이상의 잔인하고 끔찍한 계획들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로 충격적이다. 이런 계획을 함께 모의한 게 누구인지, 실제 어느 정도로 실행에 옮길 셈이었는지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
한겨레가 확보한 70쪽짜리 ‘노상원 수첩’에는 “여의도 30~50명 수거”, “언론 쪽 100~200(명)”, “어용판사” 등 500여명이 ‘1차 수집’ 대상으로 적시됐다.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조지호 경찰청장 등이 밝힌 계엄 당시 체포 명단과 상당수 일치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유시민 작가,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 방송인 김제동씨,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등 새로운 이름도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들을 ‘수집소’에 수용한 뒤 살해할 계획으로 보이는 “막사 내 잠자리 폭발물 사용”, “확인 사살 필요”, “교도소 한곳에 통째로 수감”하는 경우에는 “음식물, 급수, 화학약품”을 사용 등의 대목이다. 이런 생각을 품었다는 것만으로도 천인공노할 일이다.
내란 세력은 반국가 세력 척결을 계엄 이유로 내세우고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 등 음모론까지 제기했지만, 정작 내란 목적 달성을 위해 북한과 중국을 이용하려는 계획도 서슴지 않았다. 수첩에는 “아군을(내국인) 사용 시에는 수사 피하기 어렵다”며 “외부(중국) 용역업체”나 “북”을 활용하는 방안이 적혀 있다. “무엇을 내어줄 것이고 (북한) 접촉 시 보안대책”, “엔엘엘(NLL) 인근에서 북의 공격을 유도하거나 아예 북에서 나포 직전 격침시키는 방안 등”이라는 대목도 나온다. “3선 집권 구상 방안”, “후계자는?”이라며 무력에 의한 장기 집권을 꿈꾼 정황도 드러났다.
수첩에 적힌 내용은 노 전 사령관 개인의 망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 조사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불러주는 대로 받아적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도 체포 명단을 김 전 장관으로부터 하달받았고, “윤석열 대통령이 평소 사석에서 부정적으로 평가했던 인물들”이라고 검찰에 진술했다. 계엄 이틀 전 햄버거 가게에서 정보사령부 간부들과 계엄 관련 작전을 모의한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9월부터 계엄 당일까지 국방부 장관 공관에 22차례나 방문하는 등 내란에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뚜렷하다. 윤 대통령 공소장에는 김 전 장관이 문상호 정보사령관에게 ‘노상원 장군이 하는 일을 잘 도와주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김 전 장관을 수행한 김철진 군사보좌관은 계엄 실패 뒤 김 전 장관이 “상원아, 이제 더 이상 어떻게 하냐”라고 통화하는 것을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민간인인 노 전 사령관이 계엄 과정에 개입한 것은 물론 수많은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계획을 세운 게 드러난 만큼 진상 규명이 반드시 필요하다. 노 전 사령관에게 계엄의 중요 역할을 부여하고 수첩에 적힌 잔인한 계획을 함께 모의한 이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이 같은 계획이 실제 계엄 실행 단계에서 어느 정도로 진척됐는지도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진행된 검경 수사는 이 대목을 충분히 밝히지 못했다. 특검이 필요한 또 하나의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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