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해 ㅣ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궁금했다. 희생자들은 왜 항상 보복이 아닌 ‘사과’를 요구할까? 힘없는 ‘사과’가 뭐가 대수라고. 사과를 해도 비판이 잇따르기 일쑤다. ‘오빤 그게 문제야. 뭘 잘못한지도 모르고 미안하다고 하면 그게 사과야?’라는 노랫말처럼 ‘제대로 사과하기’란 더 어렵다.
사과를 하면 사람들은 그 말의 ‘진정성’을 따지지만 그걸 확인할 방법은 마땅찮다. 속을 들여다볼 수도 없거니와 말하는 사람 스스로도 천 갈래의 마음일 테니 뭐가 진짜인지 모른다. 게다가 이 무도하고 염치없는 세상에서 계산 없는 사과를 기대하는 것 자체가 순진한 일이다.
차라리 사과의 적절성을 따지자. 그걸 알려면 사과의 성립 조건을 따지는 게 좋다. 약속과 다짐은 미래와 관련되지만 사과는 ‘과거’와 관련된다. 사과는 자신(들)이 저지른 일을 스스로 문제 삼을 때 성립한다. 과거를 집중 사과한 모범 사례 하나. 오스트레일리아 전직 총리 케빈 러드는 원주민 아동 강제분리 정책에 대해 공식 사과하면서 ‘반성한다’를 5회, ‘미안하다’를 9회, ‘사과한다’를 18회나 했다. 그가 세 번 연속 ‘아이 앰 소리’(미안합니다)를 외치자 그 나라 전체가 울었다. 사과가 성립하려면 자신의 행위가 듣는 이에게 좋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듣는 이에게 미안함이나 책임감을 표현해야 한다. 피해자의 체면을 세워주고, 자신의 체면을 깎아내려야 한다.
아이 때는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라고 빌면 화를 면할 수 있다. 하지만 어른은 두 말 사이에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기입해야 사과가 된다. 그럴 때라야 힘없는 사과가 새로운 관계맺기의 출발점이 된다.
![<font color="#FF4000">[단독] </font>퇴근하려는데 “우리 남편 밥 차릴래?”…강요된 1인2역 필리핀 도우미](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204/53_17701861372936_20260204502539.webp)



![‘잔인한 중계’가 ‘냉정한 경쟁’과 만날 때 [김양희의 스포츠 읽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204/53_17701937078894_20260204503464.webp)




![[단독] 미국, ‘한국 대미투자 1호’로 에너지 사업 요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204/53_17702063577611_20260204503883.webp)



![현대차노조 ‘아틀라스’ 무조건 반대? NO…일자리 충격 해법은 [뉴스AS]](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204/53_17701549929584_20260203503847.webp)
![21세기 아틀라스와 19세기 러다이트 [오철우의 과학풍경]](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6/0204/53_17701645153048_20260204500080.webp)














![<font color="#FF4000">[단독]</font> 미국, ‘한국 대미투자 1호’로 에너지 사업 요구](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625/375/imgdb/child/2026/0204/53_17702063577611_20260204503883.webp)



![<font color="#FF4000">[단독]</font> 쿠팡, ‘장덕준 과로사’ 숨기려 직원들 건강검진 자료까지 뒤졌다](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6/0204/53_17702065519126_20260204503926.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