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신문의 ‘성평등공약.zip’ 갈무리
여성신문의 ‘성평등공약.zip’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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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정 |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6월3일이면 아홉번째 지방자치단체를 이끌고 견제하는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의원, 교육감이 선출된다. 이번 선거 결과가 매우 궁금하고 기대된다. 내란척결과 사회대개혁 광장이 연 2025년 대통령 선거에 이은 두번째 선거이기 때문이다.

케이(K)-민주주의로 일컬어지는 탄핵 광장은 비정규직이라, 밤샘 노동자라, 실업자라,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라 밝힌 시민들이 새로운 사회를 호출했다. 최근 개봉한 다큐멘터리 ‘남태령’은 광장에서 농민과 성소수자가 서로 알게 되는 모습을 그린다. 중년의 농민 남성은 ‘젠더퀴어’(스스로 성별을 특정하지 않는 존재)라는 소개를 처음 듣고 “그렇구나, 알아두겠다”고 답한다. 양곡법 개정에 공감하는 이웃 시민을 환대하는 농민, 성별 이분법에 가두려는 세상을 뚫고 자기를 소개하는 20대 시민은 세계의 변화를 트랙터처럼 이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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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지방선거는 어떤 변화를 약속하고 제시할까? 여성신문은 6월1일 ‘내 동네 후보 성평등 공약’을 볼 수 있는 ‘성평등공약.zip’ 사이트를 오픈했다. 광역단체장, 기초단체장, 교육감, 재보궐선거 후보의 성평등 공약을 모아 보는 편리하고 고마운 사이트다. 이를 바탕으로 지방선거가 끝나면 실행해야 할 성평등 정책을 짚어본다.

광장의 변화 요구에 가장 가까운 차별금지·평등 정책은 진보 정당 후보들이 제시하고 있다. 정의당 양희 대구 동구청장 후보는 차별금지를 조례화하고, 이주여성에 대한 성폭력과 가정폭력 대응,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돌봄 등 체계를 공약했다. 진보당 홍희진 서울 성북구청장 후보는 생활동반자 조례와 등록제를 통한 행정 서비스 접근권 보장을 공약했다. 광역자치단체 후보 가운데 혐오 대응, 평등 확산 공약을 한 후보가 매우 드문 가운데 정의당의 권영국 서울시장 후보와 여성의당 유지혜 서울시장 후보가 생활동반자 등 다양한 형태의 가족·공동체를 포괄하는 정책을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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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값이 된 정책도 있다. 정당을 불문하고 가장 많이 나온 정책은 다음과 같다. 영유아와 초등 전 학년 온종일 돌봄, 공공산후조리원, 주간어르신돌봄센터, 달빛어린이병원 확대, 소아 응급환자 센터, 경력단절여성 지원이다. 대부분이 추진하고자 한다면 이제 ‘기본 정책’으로 분류하고, 선거 때마다 반복하지 말고 인프라로 만들자. 돌봄 분야에서 보수 정당 후보자도 말하는 건 남성 육아휴직이다. ‘남성 육아 참여 확대’ ‘아빠 공동육아 수당’ ‘아빠 육아휴직 장려금’ 등으로 시민의 돌볼 권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을 앞세운다. 물론 여성의 육아휴직은 지원금 없이도 디폴트가 된 현실을 드러내는 아이러니함이 있다.

성평등 정책에서 중요한 것은 이를 확산시킬 수 있는 조직, 대표성, 문화 확산이다. 이러한 정책을 보면 반갑다. 노동당 윤정현 서울 강북구청장 후보는 성평등국을 설치하고 비전·정책·사업화를 집중화하겠다고 했다. 무소속 박권현 청도군수 후보는 여성 관리직 비율 확대, 여성정책위원회 실질권한 보장을 공약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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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김명식 충북 진천군수 후보는 농업정책결정위원회 여성 위원 비율 실질적 보장을, 같은 당 박종원 담양군수 후보도 여성농업인전담팀 개설을 하겠다고 했는데, 이는 최근 농림축산식품부 내 농촌여성정책팀이 과로 승격된 것과 발맞춘 것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시민의 문화적 힘인데, 같은 당 이상식 경북 봉화군수 후보는 ‘성 인지 감수성 교육을 정례화하고 여성 자치위원을 선출하는 마을에 공동체 사업 가산점을 부여’한다는 공약을 내놓았다. 같은 당 김미경 서울 은평구청장 후보도 초등 맞춤형 성교육 체계 마련, 학년·단계별 성교육 설계와 디지털 성 안전교육 강화를 공약화한 점이 눈에 띈다.

지양해야 할 정책도 짚는다. 출산 강요와 압박, 결혼 주선이다. 민주당 심덕섭 고창군수 후보는 다섯째 아이 1억원 출산지원금을 이벤트하듯 공약화했다. 현금성 출산지원책의 한계가 큰데도 같은 당 김왕규 양구군수 후보는 첫째·둘째·셋째 출산에 각각 지원금을 액수로 공약했다.

국민의힘 최원철 공주시장 후보는 ‘난임부부 시술 무제한 지원’을 내놨다. 이는 난임의 여러 사회적 요인을 간과한 채 여성에게 출산율 제고만을 압박하는 정책이란 논란이 상당하다. 같은 당 신상진 성남시장 후보는 시장 재임 때 수억원을 들여 결혼 주선 사업을 해 비판을 받았는데 이번에도 출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