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4회 국무회의 겸 제11차 비상경제점검회의에서 개회를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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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일부 종합편성채널(종편) 등의 정치적 편향성과 불공정성을 거론하며 제재 필요성을 언급했다. 전문가와 시민단체는 이 대통령 발언이 이른바 ‘행정 검열’ ‘국가 검열’을 막기 위해 방송 행정과 프로그램 심의를 엄격히 구분하는 법체계를 혼동한 것으로 “부적절하고 위험하다”고 짚었다.

이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 자리에서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방미통위) 위원장의 종편 재승인 관련 보고를 받은 뒤 이들 채널의 공공재적 성격을 강조하며 “보호되는 만큼 책임을 부과해야 되는데, 예를 들면 무슨 정당 기관지처럼 매우 편파적으로 중립성을 잃고 있다든지 공정성을 결여했다는 이럴 경우 제재가 있느냐”고 물었다. 이 대통령은 이어 “특정 정당 방송인지 개인적인 취향 방송인지도 알 수 없을 만큼 객관성도 없고 허위사실 왜곡 조작에다가 이런 걸 상습적으로 내보내면 어떻게 되느냐”며 거듭 질문을 던졌다.

김 위원장은 “방송 심의 제도에 의해 심의를 받게 되고 거기에 대한 제재가 있고 그 제재가 누적되면 방송 재허가와 재승인 과정에서 불이익 조치를 받는 메커니즘으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은 거듭 “국민의 시각으로 봤을 때 ‘뭐 충분히 감내할 만한, 용인할 만한 중립성, 공정성, 객관성을 갖고 있네’ 하는 경우가 아니고 ‘정말 해도 해도 너무하네’ 하는 경우가 없지 않은데, 어떤 제재가 있었다는 얘기를 내가 들어본 적 없다”고 말했다. 보도의 정치적 편향성이 큰 일부 종편 채널에 대한 방미통위 차원의 조처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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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 대통령 발언이 방송 심의 기능을 행정기관인 방미통위에서 따로 떼어내 독립 민간기구인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방미심위)로 둔 법률 취지와 공정성 심의를 폐지하려는 국회 움직임에 역행한다고 짚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한겨레에 “심의 제도는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기준으로 삼기 위해 도입된 게 아니라 방송 내용에 대한 사후적 평가를 하고 그게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일종의 가이드 같은 건데, 대통령 얘기는 실질적으로 사후적이지만 행정 검열을 하자는 얘기로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적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송사가 있는 건 맞으나, 그런 기준으로 심의하고 이어서 행정 규제까지 하자는 건 상당히 위험한 발언”이라고 짚었다. 그동안 방송 보도의 ‘공정성’을 기준으로 방미심위가 심의하는 것을 두고도 그 개념의 모호함 등을 이유로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이 때문에 “방송의 자유와 독립성을 침해한다”며 방미심위가 공정성을 근거로 심의하지 못하도록 해당 조항을 폐지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이 여당 주도로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 회부돼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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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이 방미통위원장한테 방송사의 재승인·재허가와 관련해 방미심위 심의 등 제재 조처에 대한 얘기를 직접 하는 게 현행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 정부조직법(18조)은 국무총리가 대통령 명을 받아 방미통위 등 중앙행정기관을 지휘·감독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설치법(3조2항)은 지상파방송사업자의 허가 및 재허가, 종편 등 방송채널사용사업자의 승인·재승인, 방미심위의 심의와 의결에 따른 제재를 포함해 방송 독립성 보장에 필요한 사항 등에선 국무총리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는다고 규정한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정책위원장은 “대통령이 국무회의라는 공식 자리에서 특정 방송의 편파성을 직접 지적하고 제재를 촉구하는 것 자체가 정치권력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전형적인 행위 중 하나”라며 “방송사 재승인·재허가 심사와 관련해 일부 기준이 되는 프로그램 공정성 문제를 언급하는 것은 재승인이라는 행정 제도를 방송사에 대한 압박 수단으로 느끼게 할 수 있어서, 해선 안 되는 발언”이라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