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30여년 동안 ‘물가 상승’을 모르고 살던 일본에서 지난해 12월 소비자 물가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나 올랐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가 이 정도로 치솟기는 2차 오일 쇼크의 여파가 이어지던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이다.
일본 총무성은 20일 신선식품 등을 제외한 지난해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104.1을 기록해 전년 같은 기간보다 4.0% 올랐다고 밝혔다. 일본의 소비자 물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식량 가격 오름세의 영향으로 16개월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가는 중이다. 지난달 전기·도시가스 등 에너지는 15.2%, 신선식품을 제외한 식품 가격은 7.4%나 오르며 전체적인 물가 상승을 이끌었다. 같은 기간 미국(6.5%)과 유로존(9.2%)의 상승률보다는 낮지만, ‘잃어버린 30년’이란 이름이 붙은 디플레이션에 시름해온 일본 사회가 받아들이는 충격은 그 이상이다.
지난해 전체를 보면, 소비자 물가는 전년보다 2.3% 올랐다. 한해 기준으로 일본의 물가 상승률이 2% 이상을 기록한 것은 소비세 인상이 이뤄졌던 2014년(2.6%)을 제외하면 1992년(2.2%) 이후 30년 만이다.
일본은행은 2013년 4월 대규모 양적 완화를 뼈대로 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를 시작하며 물가 상승 목표를 2%로 제시한 바 있다. 단순 수치로만 보면 이 목표를 이미 달성한 상황이다.
하지만 경기 부양을 우선시하는 일본은행은 1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마친 뒤 단기금리를 -0.1%로 동결하고, 장기금리 지표가 되는 10년물 국채 금리 변동 폭 상한선도 한달 전 수정한 0.5%를 유지하기로 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 전망은 상승 위험이 크다. 하지만 기업이 임금 인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필요 시점까지 금융 완화를 지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길윤형 기자 charis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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