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드레이크(58)는 에드워드 스노든에 앞서 미 국가안보국(NSA)의 시민에 대한 무차별 도감청을 내부고발했다. 그는 1989~2008년 국가안보국의 소프트웨어 계약 담당자로 일했다. 시긴트(신호정보수집)전문가다. 2001년 9·11 테러 뒤 국가안보국이 무차별 인터넷 도감청 프로그램을 개발중인 사실을 알고 상부에 반대 의견을 전달했다. 잘못이 시정되지 않자 언론에 익명으로 제보했다. 미 법무부는 그를 최대 35년형이 가능한 간첩법 혐의 등으로 2010년 기소했다. 시민단체와 언론의 문제제기 결과 2011년 1년 보호관찰과 지역사회 봉사 판결을 받았으나 연금은 박탈됐다. <한겨레>는 지난달 12일(한국시각) 한시간 반 동안 영상통화로 그와 인터뷰했다. 인터뷰 전문(한국어 및 영어)과 동영상 파일은 <한겨레> 인터넷 누리집(www.hani.co.kr)에서 볼 수 있다.
-스노든 문건에서 뉴질랜드 정보기관인 정부통신안보국(GCSB)이 2013년 세계무역기구 선거 당시 미 국가안보국 프로그램을 이용해 한국 후보자의 정보를 도감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신은 국가안보국이 이렇게 전자우편에 ‘엑스키스코어’(Xkeyscore·미 국가안보국 인터넷 도감청 프로그램)를 통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는가?
“이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답을 드릴 순 없다. 그러나 해외 정보기관의 경우와 같다고 보면 된다. 미 국민이건 동맹이건 제3자건 스파이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대상이 누구건 스파이 비즈니스이고 스파이 대 스파이의 경합인 셈이다. 이메일에 접근할 수 있다는 질문엔 ‘그렇다’고 답할 수 있겠다. 직간접적으로 이메일을 가로챌 수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물론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세계무역기구와 같은 국제기구에서 보통 다양한 정보기관들이 스파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스노든 문건을 특종보도했던 저널리스트 글렌 그린월드는 지난해 국가안보국이 해외 수출용 시스코 라우터에 백도어를 몰래 설치했고 이 라우터를 통해 전송되는 모든 인터넷 패킷을 도청했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국가안보국이 이런 활동을 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고 보는가?
“놀랍지만도 않다. 국가안보국과 같은 정보기관이 시스코와 같은 기업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면, 그래서 백도어 등을 설치할 수 있다면, 그러고도 남을 것이다. 여러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장치인 라우터라면 더 그러할 것이다. 라우터는 물론 다른 장비에도 이런 식으로 백도어를 심을 수 있으며, 노상 있는 일이다.”
-국가안보국이 감시 표적이 아닌 일반인을 대상으로,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인터넷 패킷을 무차별 감청할 수 있는가가 우려 중 하나다.
“기술을 사용해서 손쉽게 여러 채널들을 활용해 감청이나 추적이 가능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기존에는 실제 목표와 실제 위협만을 추적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도 없다. ‘건초더미 원리’(haystack theory)라고 부른다. 우선 보고 그다음에 찾자는 것이다. 권리 침해 여부 같은 건 (정보기관에) 문제되지 않는다. 현 상황에서 국내외 정보기관으로부터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게 너무나 어려워졌다. 기술을 통해 이런 침해가 가능해졌다. 기술의 등장으로 인해 대화, 정보, 데이터베이스 등에 (정보기관이) 접속할 수 있게 됐다. 라우터나 광통신 케이블에 대한 접속도 그러하다. 불특정 다수의 국민들을 대상으로 감청을 하고,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모든 정보를 다 쓸어 담자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침입으로부터 국민의 권리를 어떻게 지킬 수 있는가’로 질문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
-스노든 문서를 보면, 국가안보국이 뉴욕의 한국 유엔대표부를 감청했다고 한다. 컴퓨터 모니터를 갈무리하는 방식을 활용했다고 한다. 국가안보국이 이 정도의 기술력을 갖고 있다는 데 동의하는가?
“물론이다. 미 대통령, (국가안보국) 정보국장의 승인 아래 했을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만,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방식을 보면 상당히 흥미롭다. 정보를 확보하는 방법은 이렇게 다양하다. 이는 유엔에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어떤 주제로 회의를 하는지 알아내기 위한 것이다.”
-한국 정부와 국가안보국의 관계에 대해 묻고자 한다. 설명해달라.
“해당 부분(한국 정부와 국가안보국 관계)에 대해선 기밀사항이기 때문에 자세하게 말할 순 없다. 개략적인 설명만 가능하다. 알다시피 한국은 한반도 갈등이란 문제로 인해 (미국과) 특별한 파트너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정학적 위치 때문이기도 하다. 국가안보국 나름대로 오랫동안 (한국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공통의 위협에 직면했었다. 미국은 물론 한국 정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공통 관심사가 많다.”
-그게 뭔가?
NSA 동아시아 정당세력 변화도 관심우파가 집권하든 좌파가 집권하든항상 숨어서 지켜보고 논의미국에 도청당한 사실 확인해도한국도 독일도 동맹 깨려하지 않아“우선은 북한이다. 중국도 마찬가지다. 동아시아 지역에서 두 나라(중국과 북한) 모두가 갖는 책임 등이 있을 것이다. 역동성도 있고. 그리고 그 지역 역사에서 보이듯 서로간의 전쟁이나 침입 등도 있을 것이다. 동아시아 지역의 정당세력 변화 같은 부분들에도 관심을 갖는다. 야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우파 정부가 집권할 때도, 좌파 정부가 집권할 때도 (미국의) 정보기관은 항상 많은 관심을 갖는다. 문제는 이러한 논의가 공개된 장소에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항상 숨어서 지켜보고 논의한다는 게 문제다.”
-당신과 지난해 독일 언론 <슈피겔>의 인터뷰에 왜 독일 정부가 자국 메르켈 총리가 도청을 당했음에도 미 정보기관과 관계를 계속 유지하려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었다.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한국은 미국에 도감청당하는데 왜 관계를 유지하려 하는가?
“역사가 한 부분을 차지한다. 미국은 동맹관계에 있어 큰형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막대한 영향력을 펼치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같은 고위 공직자를 대상으로 도청을 자행했더라도 관계 유지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독일 대중도 도청 사건이 있어도 미국과의 동맹 기반이 흔들리는 걸 원하지 않는다. 한국도 같은 맥락이다. 그렇기 때문에 ‘왜 동맹국인데 도청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미국은) ‘서로 믿을 수 있는데 그 정도는 어떠냐’며 되받아칠 수 있는 것이다.”
-스노든 자료 중 하나를 보면, 국가안보국이 정보활동을 도운 대가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미국 스스로도 충분한 힘이 있는데 왜 한국 정부에 자금을 지원했다고 보는가?
“부분적으로 분명한 이유가 있다. 북한이 바로 그 이유다. (북한 감시에) 더 많은 주체를 참여시킨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리고 초국가적 정보활동에서 충성심이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정보기관의 충성심이란 게 자국에 대한 충성심보다 훨씬 중요하게 작용한다. 대부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거나 평가하지 못하는 부분이다. 이것이야말로 초국적 정보활동의 핵심이다. 자국에 대한 충성심이나 의무가 존재하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국가안보국과의 협력 또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내 활동에 있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것이다. 역사적 측면에서 한반도가 아시아 내 다른 지역으로의 (미국의) 교두보 역할을 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한국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가?
“아니다. 그러나 한국 근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많이 알고 있다.”
-대규모 사찰과 데이터 수집이라는 부분에서 과거 동독 등 전체주의 정부와 비교할 때 현대 국가가 갖는 사찰이나 감시 능력이 어느 수준이라 보는가?
“기존 정부와 비교해서 비약할 수준의 발전을 이뤄냈다. 범위와 규모 두가지 측면에서 모두 그렇다.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막대한 양의 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조지 오웰이 <1984>에서 설명한 것보다 훨씬 큰 규모의 사찰이 이뤄지고 있다. 모든 형태의 전자통신을 통해 사실상 지구 전체로 (사찰이) 퍼졌다고 보면 될 거 같다. 주권의 침해와 인권의 침해도 가능해졌다. 정보화 시대의 패러독스이기도 하다. 중요한 건 모든 사람을 위협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해 건초더미 원리를 누차 강조했다. 지푸라기를 되는대로 긁어모아 헛간에 넣어놓는다. 즉, 바늘이라고 하는 위협을 찾기 위해 지푸라기 하나하나를 위협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결국 제로섬 게임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제 바늘, 즉 실제 목표를 찾을 수 없다는 건 자명하다.”
-한국 내 보안 전문가에 따르면 미 국가안보국이 민간 부문보다 기술력이 10년 정도 앞선다고 평가하는데 이 말에 동의하는가?
“얼마 전까진 그랬을 수도 있다. 기술 격차는 인터넷 시대에 들어오면서 사라지고 있다. 1990년대 인터넷 대중화 이후 국가안보국은 민간에 비해 10년 앞선 게 아니라 오히려 10년 정도 뒤처지고 말았다. 인터넷 대중화 이후 민간이 공공 부문을 따라잡으려 했으며 특히 9·11 이후 추격이 가속화되었다. 9·11 이전부터 막대한 규모의 실리콘밸리의 기술, 컴퓨터, 라우터,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저장장치 등이 국가안보국에 판매돼왔다. 국가안보국 자체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게 아니라 오래동안 비밀 계약을 유지한 기업에 소프트웨어 제작 등을 의뢰해왔다.”
-스노든의 내부고발을 보고 어떤 느낌이었나?
“스노든 같은 사람이 계속 나타나길 바란다. 그가 도덕적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내부고발을 통해 해당 기관이 좀더 제대로 활동하길 바랐겠지만 그는 결국 미국을 떠나야 했다. 결국 스노든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러시아에 있으면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형편이다. 내용 자체에 대해서는 크게 놀라진 않았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스노든이 아직 공개하지 않은 정보가 많이 있다. 스노든 문건에 나타나지 않은 감시 프로그램이 수백개 더 존재한다.”
-정보기관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다. 무엇 때문에 내부고발자가 됐는가?
“정부의 만행, 권력 오남용, 폭력 등을 (국가안보국에서) 알게 됐다. 인권 탄압도 마찬가지다. 수십억달러의 예산을 투입한 여러 프로그램도 알게 됐다. 9·11은 절대로 일어나선 안 될 사건이었지만 정보기관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은 탓에 이런 비극이 일어나게 됐다. 9·11 정보장벽이라고 부른다. 그 뒤 판도라의 상자를 열게 되면서 그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괴물(도감청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됐다. 자국 정부가 자국의 헌법을 위반하고 있다니. 시민의 권리를 위반했다. 9·11 이후 미국은 전자 감청을 실시하는 악성 국가가 되었다. 자국민이냐 여부와는 관련이 없었다. 외국인들에 대한 감시는 익숙해져갔다. 모든 사람들이 표적이 될 수 있다. 더는 침묵할 수 없었기에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대가는 상상을 초월했다. 정부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종신형을 살 수 있을 거란 말도 들었다. 경력도 연금도 박탈당했다. 아내는 속이 완전히 뒤집어졌지만, 자유를 위해 그 정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고 생각한다.”
-스노든의 폭로 이후 미국에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생각한다. 충분치 않다면 무얼 해야 하는가?
“많은 변화는 없지만 어쨌건 변화는 일어났다. 중요한 건 사람들이 이 문제에 대해 대화를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소한 토론의 주제가 됐다는 점이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발휘할지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 여전히 미 정보기관, 연방수사국이나 국가안보국에서는 사찰을 지속하고 있다.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
고나무 권오성 기자 dokk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