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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미-중 경제·무역회담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사진 왼쪽)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런던/신화통신 연합뉴스
지난 6월9일(현지시각) 영국 런던에서 열린 2차 미-중 경제·무역회담에 참석한 스콧 베선트(사진 왼쪽)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악수하고 있다. 런던/신화통신 연합뉴스

중국 희토류 수출통제 강화와 미국의 100% 관세 부과 위협으로 미-중 무역 갈등이 고조된 가운데 양국 경제수장이 화상통화를 하고 이후 대화 국면을 이어가기로 했다. 미-중 정상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온 한국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의체(APEC·아펙) 정상회의 즈음 별도 회담을 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막판 의제 조율에 들어간 것이다.

19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과 블룸버그 통신 등 보도를 종합하면, 미-중 경제·무역 회담의 각국 대표인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과 허리펑 중국 부총리가 18일 오전(미국 시각 17일 오후) 화상통화를 하고 조속히 만나 무역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통화를 마치고 베선트 장관은 “솔직하고 상세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하며 곧 대면 회의가 있다는 계획을 재확인했다. 신화통신도 허 부총리가 베선트 장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등과 화상 통화를 진행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양쪽은 경제·무역 관계의 중요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고 건설적인 교류를 했다”면서 “조속히 새로운 경제·무역 협상을 개최하는 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예정된 경제·무역회담에선 얼마 남지 않은 미-중 정상회담을 위한 의제 조율이 이뤄질 전망이다. 베선트 장관은 허 부총리와의 통화에 앞서 열린 백악관 행사에서 “그(허리펑 부총리)와 나 그리고 대표단은 내일로부터 일주일 후쯤 말레이시아에서 만나 두 정상의 회담을 준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달 26~28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리는 데 이를 계기로 양국 경제수장 회담을 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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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은 아세안 정상회의 이후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펙 시기에 개최될 전망이다. 이 회담에선 외교·안보 사안과 더불어 △미국의 첨단 기술·제품에 대한 대중국 수출통제 강화·확대 및 중국 국적 선박에 대한 입항료 부과 조치 △중국의 희토류 및 관련 기술 수출통제 강화 및 미국산 대두(콩) 구입 중단 등의 무역 의제가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불확실성이 컸던 미-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성사’ 쪽으로 가닥을 잡아가는 모양새다. 9일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안을 발표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격분하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회담을 취소할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7일(현지시각) 폭스비즈니스 네트워크가 공개한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실제 2주쯤 뒤 한국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미-중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중국 상무부·외교부 등 공식 입장문을 통해 “대화를 하고자 한다면 문은 열려 있다”“대화를 통해 각자의 문제를 해결하자”는 표현을 반복하며 대화 뜻을 내비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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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중국과의 무역 협상이라는 ‘거래’를 두고 갈등 관리에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제품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유지될 수 있을 것 같냐는 진행자 질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그게 (우리가 부과한) 숫자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중국과 잘 풀릴 것이라 생각한다. 다만 공정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베선트 장관도 허 부총리와 통화 전 “난 긴장이 완화됐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중국에 보여준 존중을 중국도 우리에게 보여주기를 바란다”면서 “난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주석과의 관계 덕분에 이 상황을 다시 좋은 방향으로 설정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미국 쪽 발언을 종합해 보면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국과의 본격적인 무역전쟁 우려를 완화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베이징/이정연 특파원

xingx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