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은 20일 사법개혁안을 발표하며 가장 논란이 됐던 ‘재판소원법’에 대해선 공론화를 거쳐 당론 추진 여부를 최종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4심제 아니냐’는 비판이 일자, 재판소원법을 추진하되 여론을 살펴가며 속도 조절을 하겠다는 취지다.
이날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 차원에서 발의된 5개 개혁안과는 달리, 재판소원법(헌법재판소법 일부 개정안)은 김기표 의원 개인이 대표 발의하고, 정청래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공동 발의자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발표됐다.
정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사개특위 사법개혁안 발표 자리에서 “재판소원은 헌법의 이치와 국민의 헌법적 권리 보장, 그리고 국민의 피해 구제라는 측면에서 필요한 제도”라며 “당 지도부가 입법 발의하는 만큼, 당론 추진 절차를 밟아 본회의를 통과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위헌 소지 등이 제기된 재판소원법을 제외한 5개 사법개혁안을 중심으로 입법 추진을 하려다가, 재판소원법도 포함해야 한다는 지지층의 요구가 거세지자 일단 개인 입법으로 발의한 뒤 공론화를 거쳐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다.
김 의원이 이날 대표 발의한 개정안을 보면 “확정된 재판” 가운데 △법원의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로 재판함으로써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의 재판이 헌법과 법률이 정한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 △법원 재판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함으로써 국민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 명백한 경우 등 세 가지를 재판소원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에 법원의 재판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재판소원법이 사실상 4심제나 다를 바 없어 위헌 소지가 있다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 나온 오민석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헌법은 사법권이란 대법원을 최고 법원으로 하는 법원에 속한다고 명확히 규정하고 있다”며 “재판소원제는 헌법 규정에 위배될 소지가 있어 매우 신중하게 검토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대웅 서울고등법원장도 “재판소원은 결국 어떤 형태든 4심제 형태를 띨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4심제가 되다 보면 권리구제 지연과 비용 문제가 생기고 약자가 제대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있을지 여러 문제가 있어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 대표는 그럼에도 “태산이 높다 하되, 다 하늘 아래 뫼다. 법원이 아무리 높다 한들, 다 헌법 아래 있는 기관”이라며 “법원의 재판이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거나 기타 헌법을 위반해 국민 기본권을 침해했다면 헌법소원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법개혁의 일환으로 재판소원법을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한 것이다.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이와 관련해 “공론화 과정을 통해서 (재판소원법에) 첨삭되는 내용이 있을 수 있다”며 “법사위를 거치는 과정을 통해 당론화할 수 있는 정도까지 가겠다는 게 지도부 의견”이라고 했다. 다만 민주당 쪽에서는 재판소원법 처리 시기는 못박지 않고 있다. 사법개혁 특위 관계자는 “재판소원은 공론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개특위 5개 의제와 구별해서 추진된다”며 “(정기국회가 끝나는) 11월 말까지 5개 의제와 같이 처리될 수도 있고, 시간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민도 김채운 오연서 기자 key@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