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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책&생각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명함 같은 책’ 펴냈어요”

등록 :2021-02-03 19:16수정 :2021-02-04 02:10

[짬] 가수 겸 작가 요조
사진 마음산책 제공
사진 마음산책 제공

“이 책이 ‘내 명함 같은 책’이 됐으면 좋겠어요. ‘내가 이런 사람입니다’라고 보여줄 수 있게요. 아주 크고 무거운 명함이죠. 하하.”

가수이자 작가인 요조가 에세이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마음산책)을 최근 펴냈다. 제주도에서 ‘책방 무사’를 운영하며 만난 사람들, 달리기하며 보내는 날들, 채식 생활 등 소소한 일상을 들려주는 자기 고백적 에세이로, 여섯 번째 낸 책이다. 더불어 싱글 앨범 <모과나무>도 선보였다. 그를 지난달 26일 서울 서교동에서 만났다.

에세이집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
“박연준 시 ‘음악에 부침’에서 제목”
싱글앨범 ‘모과나무’ 동시에 발매

‘책방 무사’ 열고 6년째 제주살이
마을사람들·거리사람들과 소통
“책방도 글도 음악도 부드럽게 하려고”

“우연히 같은 날에 책과 음반이 나왔어요. 작가가 됐다가 뮤지션이 됐다가 왔다 갔다 하고 있어요. 기타 연습을 하고 책에 관해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해요. 제가 두 가지를 실수 없이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되네요. (어떤 반응이 올지) 설레기도 하고요.”

이번 책 제목은 박연준 시인의 시 ‘음악에 부침’에서 따왔다. 그 시에는 “패배를 사랑하는 건 우리의 직업병”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제목이 무슨 뜻인가 물어보는 분들이 많아요. 성공을 더 잘 사랑하기 위해서 실패를 사랑한다는 말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실패, 실패를 사랑하는 것, 실패를 사랑하는 직업은 무슨 뜻일까를 각자 생각해보셨으면 해요.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실패를 사랑하자’는 것은 스스로를 다독이는 말이다. 매번 온 힘을 다해 앨범을 만들고 책을 내도 잘 될지 확신할 수 없는 세상에서 이 말은 그 자신에게 큰 힘이 된다고 한다. “실패하면 ‘인생 다 끝났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잖아요. 그걸 과정으로 받아들여야 하는데요. 그런데 저도 그래요. 잘 안 될 때 사람들에게 푸념하고 자책도 많이 하는 편이에요. 저도 실패를 사랑하는 자세가 필요해요.(웃음)”

책에는 ‘책방 무사’ 대표로서의 일상이 촘촘히 적혀 있다. 그는 2015년 서울 북촌에 ‘책방 무사’를 열었고 이듬해 제주도 성산읍 수산리로 장소를 옮겨 현재까지 운영하고 있다. “책방을 열고 가장 자주 받는 질문이 ‘책방 운영하기 힘들지 않냐?’는 거예요. 뮤지션일 때는 들어보지 못한 질문이죠. ‘안녕, 잘 지내?’라는 안부 인사처럼 주변 사람들에게 이 질문을 귀에 피가 날 정도로 들었어요. 지난해에는 코로나로 힘든 시기라 더욱 많이 들었구요. 그분들이 걱정한 덕분에 책방 상황이 그리 최악은 아니었어요. 어찌어찌 잘 견딘 것 같아요.”

책방은 사람과 사람을 잇는 공간이다. 책방이 자리잡은 마을의 주민들과 유대감도 끈끈해졌다. “동네 분들이 막걸리를 들고 책방에 와요. 그분들이 수확한 귤을 책방에서 팔기도 하죠.” 책방 손님으로 이어진 특별한 인연도 많다. 책방에 왔다가 일곱장짜리 위로의 편지를 건넨 지원씨가 그중 한 명이다. 편지에는 사고로 동생을 잃은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보듬어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책에 지원씨에 관한 이야기를 한 꼭지 썼어요. 편지를 전해준 지원씨는 그 뒤에도 책방에 자주 방문하고 공연장에도 왔어요. 그분이 제 팬클럽도 만들었죠. 이름이 ‘나아요궁’, ‘나는 아직도 요조가 궁금하다’라는 뜻이래요.”

그는 책방을 열고 ‘거리의 사람들’도 마주했다. “죽고 싶을 만큼 매일같이 겪는 불평등과 차별들”에 화난 그들은 구겨진 얼굴이었다. 타인의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에게 다가서는 법을 배웠다. “무엇이 당신의 얼굴이 이렇게 구겨지도록 만들었는지를 묻는 것, 최대한 자주 그 구겨진 얼굴을 따라 옆에 서는 것”이다. 이 공감과 연대의 몸짓은 “책방을 운영하면서 힘들고 귀하게 배운 태도”라고 했다.

그가 제주도에 살게 된 건 사진작가 김영갑의 사진 수필집 <그 섬에 내가 있었네> 때문이다. “그 책이 아니었으면 제주도에 살 생각을 하지 않았을 거예요. 책 속 제주도 사진에 반했거든요. 제주 풍경만 찍은 김영갑 작가의 인생도 경이로웠어요. 한 가지 일에 인생을 바친 그분이 대단하잖아요.”

제주도에 터잡은 그는 여유를 갖고 삶을 즐기는 법을 알게 됐다. 어느 날, 성산 일출봉을 오르며 얻은 깨달음 덕분이다. “팟캐스트를 하던 때 주변에 일당백 하는 훌륭한 분들이 많았어요. 그분들 열심의 기운이 자연스럽게 저에게도 전이됐죠. 제가 저한테 더 열심히 잘해야 한다고 몰아치며 괴롭히던 때였어요. 너무 힘들었는데, 그때 허벅지가 터질 정도로 힘들다는 성산 일출봉에 올랐거든요. 쉬엄쉬엄 주변 경관을 보며 올라가니 힘들지 않게 정상에 도착했고, 그때 깨달았어요. ‘책방도 글도 음악도 부드럽게, 허벅지 터지지 않게 하면 되겠구나’라고요.”

그는 코로나19가 오기 전의 소소한 일상을 꿈꾼다. “이 책을 쓰면서 확실히 알았어요. 그동안 타인과 타지에 의지하며 글을 써왔더군요. 저는 그게 없으면 아무것도 못 쓰는 사람이에요. 코로나가 끝나 새로운 공간과 다정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글을 계속 쓰고 싶어요.” 그러면서 그는 책 안쪽에 다정한 문장을 꾹꾹 눌러 적어 건넸다. ‘늘 무사하세요.’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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