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혜윤 CBS(시비에스) 피디
내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풍경 중 하나는 봄에 산들산들 바람이 불고 비처럼 떨어진 꽃잎이 가득 떠 있는 호수다. 이름하여 ‘꽃비 호수’. 그런 곳을 넋 놓고 보고 있으면 페소아의 시 한 구절이 절로 떠오른다. “왜 나는 내 유일한 인생을 꿈으로 만들었을까.” 그런데 지난해에 논산에 ‘꽃비원’이라는 이름의 농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꽃이 비처럼 떨어지는 농장. 세상에 그런 이름의 농장이 있다는 것을 알자마자 너무나 그곳에 가고 싶었다. 다른 날이 아니라 꽃이 비처럼 떨어지는 날에. 그래서 봄이 오기만 기다렸다. 나는 드디어 ‘지구의 날’에 꽃비원에 갔다. 그러나 아쉽게도 그날 꽃이 비처럼 떨어지지는 않았다. 꽃비원의 주인과 나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갔다.
“바로 지난주에 저기 산벚꽃 나무에서 꽃이 비처럼 날렸는데….”(가슴 아려라) 농장에는 사과나무 하얀 꽃이 이제 막 피기 시작하고 있었다. “사과나무 향이 정말 좋은데 아직은….”(가슴 아려라) “그럼 이렇게라도.” 꽃비원의 주인 남도씨가 보리수나무를 억지로 흔들어 주었다. 연한 노란색으로 변한 꽃잎 몇장이 애매하게 떨어져 내렸다. “아니 이렇게까지 안 하셔도.” “떨어질 때가 되긴 했어요.” 나는 주인을 말렸지만 속으로는 좋았다. 이렇게 해서 보리수나무는 나에게 영원을 선물해 주었다. 나는 보리수 꽃잎 한장을 주워 지갑에 넣었다.
꽃비원은 농장이면서 생명력으로 가득한 아름다운 정원이기도 하다. 아무리 지친 사람도 꽃비원 초록의 밝음을 보면 생기를 얻을 것이다. 내가 특별히 지구의 날에 꽃비원에 간 이유는 꽃비원에 농부시장 마르쉐와 시민들이 함께 ‘농부의 숲’을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농부의 숲은 나무 밑에 산마늘이나 눈개승마 같은 다년생 식물을 심어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위한 아름답고 지속가능한 농업 공간을 만들고 탄소를 흡수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농부의 숲은 쓰지 신이치의 ‘벌새의 물 한 방울’에서 영감을 얻었다. 안데스 지방에 전해오는 이야기가 있는데 숲이 불타고 있을 때 모든 동물이 도망쳤지만, ‘크리킨디’라는 벌새는 도망치지 않았다. 벌새는 작은 부리에 물을 한 방울씩 담아와 산불 위에 떨어뜨리기를 반복했다. 다른 동물들이 “너 뭐 하는 거야?” 비웃자 크리킨디는 말한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야.” 이렇게 자란 산마늘, 냉이, 달래는 맛있는 요리가 된다.
나는 남도씨 부부에게 왜 ‘농부의 숲’ 활동을 하느냐고 물었다. “꽃비원 시작할 때 이미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았어요. 이제는 미래 세대에게 되돌려 줘야죠.” 꽃비원과 농부의 숲에 어울리는 시가 있다.
“신이 대지와 물과 태양을 주었다/ 대지와 물과 태양이 사과나무를 주었다/ 사과나무가 아주 빨간 사과 열매를 주었다/ 그 사과를 당신이 내게 주었다/ 부드러운 두 손바닥에 싸서/…// 어떤 말 한마디 없어도/ 당신은 나에게 오늘을 주었다/ 잃어버릴 것 없는 시간을 주었다/ 사과를 길러낸 사람들의 미소와 노래를 주었다/ 어쩌면 슬픔도/…// 그래서 당신은 자신도 모르는 새/ 당신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을/ 나에게 주었다.”(‘이십억 광년의 고독’ 중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우리 영혼의 가장 맛있는 부분, 감사를 되돌려 주려는 마음에 이름을 붙여준다면 뭐가 좋을까? 그 이름은 꽃비원에 가득한 그것, (우리 모두를 살아 있게 하는) ‘생명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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