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땅이 없어지면 밭농사도 과수원도 할 수 없어요. 우리에겐 살고 죽는 문제입니다.”
김승규 성산읍농민회장은 지난 7일 저녁 6시에도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의 도로 위에서 ‘농민 생존 위협하는 제2공항 반대한다’는 손팻말을 들고 꼿꼿하게 서 있었다. 1만평(약 3만3천㎡) 밭에서 무 농사를 짓고 무 세척 공장에도 다니지만, 매주 월·수·금 저녁이면 다른 농민 회원과 거리로 나온다고 했다. 벌써 4년째다. 그는 “처음부터 성산 주민들과 2공항 건설반대 싸움을 함께했지만, 2022년부터는 농민회만의 투쟁도 시작했다”며 “2021년 당시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건설 반대’를 원하는 도민 여론조사를 무시하고 사업을 강행한 일이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의 무밭이 있는 수산리는 10년 전인 2015년 11월10일 제주 2공항 예정지로 선정됐다. 국토교통부 발표 전까지는 상상도 못 한 일이라고 했다. 친척에게 빌린 무밭이 2공항 부지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었다. 고성·난산·수산·신산·온평리 등 5개 마을에 걸친 예정지 166만평(약 550만㎡) 가운데 밭·과수원만 52만평(약 171㎡)에 이른다. 예정지 안에 농지를 소유한 농민은 그나마 땅을 정부에 팔 수라도 있지만, 농지를 빌린 임차농은 하루아침에 생업을 잃을 위기에 놓였다.

예정지 근처 땅을 임차한 농민도 새 공항이 생기면 고달파지긴 마찬가지다. 김 회장은 “농지가 공항 활주로 등으로 들어가면 농민은 농지를 빌리기가 더 힘들어지고, 농지 임대료는 더 올라갈 것”이라며 “나는 친척 땅이라 사정이 낫지만, 지금도 주변 농민 대부분은 1만평에 연간 1500만원 안팎을 임대료로 내고 있다. 일하고 손해 보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 전국농민회총연맹 제주도연맹은 제주 전체 농지면적의 약 70%를 임차농이 빌려 쓰고 있을 것으로 추정한다.
공항이 밭과 과수원, 임야를 갈아엎는 과정에 지하 물길인 숨골(동굴이 무너진 곳이나 용암이 흘렀던 길 등에 생긴 지형)이 막히는 것도 농민에겐 걱정거리다. 2019년 국토부는 예정지에 숨골이 8개 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주민들이 숨골을 더 찾아내자 뒤늦게 153개로 고쳤다. 김 회장은 “비가 많이 올 때 숨골로 들어가는 물이 어마어마한데 그 위에 아스팔트를 깔아버리면 성산에 홍수도 자주 나고, 지하수 함양에도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예정지에 농민도 많은데 공항이 들어서면 관광업, 자영업이 좋아질 것이라고만 말하고 농업 얘기는 하지 않는다”며 “사업이 백지화되는 날까지 거리로 나오겠다”고 말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font color="#FF4000">[단독] </font>통일교 파일 “국힘 미팅 완료”…대선 전날엔 “2억1천만원 써”](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113/53_17629967293581_531762996712462.webp)


![[속보] 이 대통령 “대한민국 흥하냐 망하냐 역사적 분기점…규제·금융·공공·연금·교육·노동 6대 구조개혁으로 새로운 길 열어야”](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113/53_17630134528512_20251113502498.webp)
![이 대통령 지지율 61%…‘대장동’ 여파에도 상승세 [NBS]](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113/53_17630023233371_20251113501731.webp)

![[단독] 계엄문건 안 받았다던 조태용, 특검 조사선 “선포문 받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113/53_17630138128704_20251113502529.webp)



![[단독] 검찰 “문재인 청와대가 통계조작”→“감사원 일방 주장일 수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113/53_17630135046494_2017630109383117.webp)

![[단독] 통일교 파일 “국힘 미팅 완료”…대선 전날엔 “2억1천만원 써”](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257/154/imgdb/child/2025/1113/53_17629967293581_531762996712462.webp)














![<font color="#FF4000">[속보]</font> ‘국내 최장수’ 고리 원전 2호기, 2033년까지 수명 연장 의결](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113/53_17630165069739_20251113502890.webp)
![<font color="#FF4000">[단독]</font> 계엄문건 안 받았다던 조태용, 특검 조사선 “선포문 받아”](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113/53_17630138128704_20251113502529.webp)

![이 대통령 지지율 61%…‘대장동’ 여파에도 상승세 [NBS]](https://flexible.img.hani.co.kr/flexible/normal/500/300/imgdb/child/2025/1113/53_17630023233371_20251113501731.webp)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