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폭의 ‘데칼코마니’였다. 10대 총잡이 김청용(17·흥덕고2)은 진종오(35·케이티)를 등진 채 나란히 사선에 섰다. 왼손잡이라는 점만 빼면 주머니에 손을 넣은 자세부터 하늘을 향해 총구를 세운 뒤 서서히 내리며 조준하는 모습까지 판박이었다. 김청용에게 18살 차이 대선배 진종오는 스승이자 우상이었지만, 그 우상을 넘어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김청용은 21일 인천 옥련국제사격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경기에서 개인·단체 2관왕을 차지했다. 그는 개인전 결선에서 201.2점을 쏘며 중국의 팡웨이(199.3점)을 제치고 금메달을 따냈다. 진종오, 이대명(26·케이비국민은행)을 포함해 세 선수의 본선 점수 합계로 메달을 가리는 단체전에서도 1744점을 쏘며 중국을 1점차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김청용은 한국 선수단의 대회 첫 2관왕이자 한국 사격 사상 최연소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라는 기쁨을 누렸다.
중학교 시절 체육 선생님의 권유로 사격에 입문한 김청용은 3년 만에 국가대표가 됐다. 그것도 ‘전설’ 진종오를 비롯해 선수층이 가장 두텁다는 권총 부문의 ‘바늘구멍’을 통과했다. 마지막 선발전에서 590점을 쏘며 진종오를 꺾기도 했고, 지난달 난징 유스올림픽에선 개인전 은메달을 따냈다.

큰 경기 경험 부족이 약점이었지만 아시안게임 최종 모의고사였던 스페인 그라나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은메달을 목에 걸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김선일 대표팀 코치는 “어린 나이답지 않게 자기 관리를 잘하고 시합을 이끌어나가는 능력이 탁월한 선수”라고 평가했다. 이날 본선에서도 김청용은 다른 선수들보다 늦게 경기 종료 시간이 다 돼서야 마지막 총알을 쐈다. 본인 스스로 큰 시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다른 때보다 더 신중하게 격발을 했다. 그가 최후의 한 발까지 사력을 다해 쐈기 때문에 단체전에서 중국에 단 1점차로 승리할 수 있었다.
본선 4위(585점)로 결선에 오른 김청용은 서바이벌 방식의 새 규칙 속에서도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고 침착하게 사격을 했다. 첫 4발에서 모두 10점 이상을 쏘며 기선을 제압했다. 그가 쏜 총 20발 가운데 12발이 10점 이상이었고, 9점 미만의 점수는 단 한차례도 없었다.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며 11번째 발은 10.9 만점을 쏘며 관중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진종오가 16번째 발에서 7.4점을 쏘고, 50m 권총 금메달리스트 지투 라이(인도)가 11번째 발에서 7.8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김청용이 얼마나 침착했는지 알 수 있다.
김청용은 경기 뒤 “국제대회에서 은메달만 땄었는데 처음으로 금메달을 따 기분이 좋다. 앞으로 오랫동안 사격을 할 것 같고, 올림픽도 자신 있다”고 우승 소감을 밝혔다.

또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도 밝혔다. 태권도 대표 선수 출신인 아버지는 아들이 권총을 잡은 해인 2011년에 세상을 떠났다. 이날 경기장에는 어머니와 누나가 찾았다. 그는 “시상대 위에서 태극기가 올라갈 때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다”고 말했다.
김청용은 진종오에 대한 존경심도 드러냈다. “선배님이 결선 첫 시리즈를 잘 풀어가면 실력이 나올 거라고 조언해 주셨어요. 사격은 몸으로 하는 게 아니라 생각으로 하는 거라는 조언이 큰 도움이 됐습니다.” 왼손잡이인 김청용은 훈련 때 오른손잡이 진종오와 마주 보고 총을 쏘며 자세와 마인드 컨트롤 지도를 받았다고 했다. 동메달에 그치며 아시안게임 개인전 첫 금메달이 좌절된 진종오는 “새로운 영웅이 탄생한 것을 많이 축하해 달라”며 웃었다. 그는 단체전 시상식에서 김청용의 어깨에 태극기를 둘러줬다.
인천/이재만 기자 appletr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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