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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꾸옥응우옌(왼쪽)이 2일 프로당구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다니엘 산체스와 포옹하고 있다. PBA 제공
응우옌꾸옥응우옌(왼쪽)이 2일 프로당구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다니엘 산체스와 포옹하고 있다. P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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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특급’ 응우옌꾸옥응우옌(하나카드)이 4년 만에 프로당구 정상에 올랐다. 준우승자 다니엘 산체스(웰컴저축은행)는 조연이 됐지만, 그가 보인 스포츠맨십은 챔피언 감이었다. 명승부가 더욱 빛난 이유다.

응우옌이 2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 PBA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2026 9차 투어 ‘웰컴저축은행 PBA-LPBA 챔피언십’ 남자부 결승전에서 산체스를 세트 점수 4-3(11-15 8-15 15-3 15-9 4-15 15-2 11-4)으로 꺾고 역전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상금 1억원.

응우옌은 데뷔 4년 만에 트로피를 들어 올렸고, 마민껌(NH농협카드)에 이어 베트남 국적 선수로는 두번째로 챔피언 반열에 올랐다. 하지만 이날 경기의 명승부는 산체스의 스포츠맨십이 없었다면 2% 부족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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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꾸옥응우옌. PBA 제공
응우옌꾸옥응우옌. PBA 제공

산체스는 이날 PBA 최초의 3개 투어 연속 우승에 도전했고, 결승전 7세트 1이닝에 4-0까지 앞서면서 새로운 기록을 쓰는 듯했다. 하지만 어려운 공 배치를 풀어내면서 일군 5점째 상황에서 변수가 생겼다. 산체스가 득점하는 순간 공을 터치해 반칙을 범했다고 주심에게 확인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비디오 리플레이를 통해 봐도 팬들은 공의 흔들림을 감지하기 어려웠는데, 산체스가 먼저 고백한 것이다.

심판진은 한참 동안 확인한 뒤 산체스의 무득점을 선언했고, 0-4로 뒤지던 응우옌은 3이닝 만에 11점에 도달하면서 승패를 갈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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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우옌은 우승 순간 산체스에게 가장 먼저 다가가 포옹을 하며 진심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응우옌은 경기 뒤 인터뷰에서 “산체스가 왜 최고의 3쿠션 선수인지 다시 느꼈다. 경기 도중 본인이 범한 파울을 심판에게 스스로 먼저 얘기한 것을 보면서 다시 한 번 우러러 보게 됐다”고 말했다.

만약 산체스가 5점째 파울을 인정하지 않고 넘어갔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산체스 혼자만 그 사실을 알고 있었고, 우승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산체스는 경기 뒤 “예비 스트로크를 할 때 수구와 가깝게 큐를 맞댔는데, 공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공을 치는 선수가 아닌 이상 보기 힘든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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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산체스. PBA 제공
다니엘 산체스. PBA 제공

이어 “큐가 공에 닿는 게 느껴졌고, 이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잠들기 전에 생각이 날 것 같았다. 파울로 이득을 취하고 싶지 않았기에 심판에게 해당 사실을 알렸다”고 했다. 당구 대가의 품격이 드러나는 말이다.

결국 산체스는 졌지만 발을 편히 뻗고 잘 수 있었고, 응우옌은 우승의 기쁨에 더해 존경할 만한 친구를 덤으로 얻었다.

이날 경기는 백중세였다. 우열은 차이가 없었고, 경기는 수준 높은 공격과 수비로 이어졌다. 누가 이겨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경기에서 산체스는 패배를 자인하는 페어플레이로 팬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응우옌꾸옥응우옌이 2일 프로당구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다니엘 산체스 등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PBA 제공
응우옌꾸옥응우옌이 2일 프로당구 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다니엘 산체스 등과 기념 촬영하고 있다. PBA 제공

한편 대회 한 경기 최고 애버리지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웰컴톱랭킹(상금 400만원)은 하비에르 팔라손(휴온스)이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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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BA는 다음 달 6일부터 제주에서 남녀 각 32명만이 참여하는 왕중왕전 성격의 월드챔피언십을 개최한다.

김창금 선임기자 kimck@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