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살 한가득 머금은 야외 코트, 땀 흘리는 선수들, 분위기 돋우는 신나는 음악까지. 지난달 29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원마운트 이벤트광장에서 펼쳐진 3대3 농구 연습 현장은 청춘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청량했다. 실제로 한창 ‘반짝이는 워터멜론’ 같은 20대 초반 대학생 선수들이 코트에 섰다. 김승우(21)와 이주영(22·이상 연세대), 구민교(21·성균관대), 이동근(23·고려대)으로 구성된 3대3 남자 농구 국가대표 선수들이다.
한국 농구는 19일 개막하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남녀 5대5(10일 시작)와 남녀 3대3(21일 시작)에 출전한다. 특히 남자 3대3에서 좋은 성적이 기대된다. 남자 3대3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은메달, 2022 항저우 대회(2023년 개최)에서 4위를 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프로 선수가 아닌 대학 선수를 내세워 아시안게임 첫 우승에 도전한다. 5대5 농구 대학팀 에이스들인 이들은 올해 1월부터 호흡을 맞췄는데도 아시아컵 은메달, 네이션스리그 금메달 등 굵직한 국제 대회에서 상을 휩쓸었다.
나고야에서 찬란한 ‘청춘시대’를 열까. 원마운트 이벤트광장에서 만난 대표팀은 “기대해주시는 만큼 좋은 성적을 내야 하기에 부담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최대한 즐기려고 하고 있다”고 활기차게 입을 모았다.
3대3은 선수 3명(정원 4명)이 하프 코트에서 한 골대를 두고 경기를 펼친다. 10분 동안 21점을 먼저 넣거나 10분이 지났을 때 더 많은 점수를 얻은 팀이 승리한다. 체력 소모가 크고 순간 판단력이 중요하다. 구민교는 “자유로운 분위기에 템포가 빨라서 경기 자체가 신나는 게 3대3의 매력”이라고 했다. 대학생 선수들의 패기 넘치는 모습과 잘 어울린다. 당연히 금메달이 목표다. 이동근은 “목표가 확실하기 때문에 보여드리겠다. 감동도 주고 재미도 드리겠다”고 했다.

이미 아시안게임으로 가는 여정에서 ‘버저비터’를 일궈냈다. 특히 지난 4월 아시아컵은 농구팬들 사이에서 한편의 드라마로 회자된다. 이주영은 8강에서 입술이 찢어지는 부상 투혼을 펼쳤고, 그가 빠진 4강에선 교체 선수 없이 세명이 똘똘 뭉쳐 강호 중국을 꺾고 역대 최고 성적(준우승)을 냈다. 당시 위닝슛을 넣고 눈물을 흘렸던 김승우는 이 대회를 계기로 “진짜 ‘원팀’이 뭔지 느꼈다”고 했다. “주영 형이 다쳤는데도 계속 뛰면서 팀에 도움이 되겠다고 하고, 우리는 말리면서 우리가 더 뛰겠다고 하고. 그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도와주는 상황들이 감동이었어요.”(김승우) 그러면서 “진짜 가족 같은 사이가 됐다”고 이동근은 회상했다.
서로만 있으면 무서울 게 없게 된 ‘끈끈함’은 많은 것을 버티게 해준 힘이 됐다. 3대3 농구는 야외 코트에서 진행한다. 역대급 폭염에 온 나라가 찜통이었던 지난여름에도 이들은 야외 경기에 적응하기 위해 대낮에 훈련해야 했다. 피부가 뽀얗기로 유명한 이주영은 몇달 새 건강하게 그을렸다. 이주영은 “날씨가 말이 안 됐다”며 웃은 뒤 “하지만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꼭 필요한 훈련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다”고 했다. 이동근은 “선수촌에서 열심히 야외 훈련하는 다른 선수들을 보는 것도 동기부여가 됐다”고 했다.
‘청춘기록’이 해피엔딩으로 쓰이려면 강팀인 중국 등을 넘어야 한다. 우선은 조별리그에서 타이(22일), 일본(22일), 싱가포르(23일)와 맞붙는다. 이동근은 “조별리그에서는 싱가포르가 경기를 터프하게 해 까다로운 상대”라고 했다. 이주영도 “에너지 레벨이 우리 못지않게 좋다”고 했다. 변수는 아시안게임 직전에 열리는 월드컵이다. “전세계 강호들과의 대결은 큰 경험이 될 것 같은데 부상 등을 조심해야 해요.”(이주영)
메달을 떠나, 이들에겐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훈련하는 것 자체가 가슴 벅찬 경험이다. 구민교는 “티브이(TV)로 보기만 했던 아시안게임이라는 무대에 직접 선다니 설렌다”고 했다. 김승우는 “살면서 아시안게임을 나가게 될 줄 몰랐다”며 웃었다. 공교롭게도 3대3 농구 대표팀은 대회 내내 크루즈에서 머문다. “숙소가 크루즈라니! 신박해요.”(이주영) 배에서 ‘사는’ 게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진 않겠냐고 물으니 돌아오는 답변도 ‘신박’했다. “잘 곳만 있으면 어디서든 바로 자는 애들이라….(웃음)”(이주영)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면 병역 특례라는 달콤한 보상도 준비돼 있다. 병역 혜택을 위해 뛰는 것은 아니겠지만, 프로 데뷔를 앞둔 이들에게는 ‘군백기’(군입대+공백기)를 없애고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도구인 것은 분명하다. 4학년인 이주영과 이동근은 11월 남자프로농구(KBL)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이동근은 “순위 욕심은 없다. 좋은 팀, 내게 맞는 팀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주영도 “현재 관심은 오직 아시안게임”이라고 말했다.
햇살 아래서 시작된 네 청춘의 여름이 나고야의 가을 코트로 향하고 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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