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8년 역사의 검찰청이 사라지고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과 공소청이 들어서는 형사사법 체계의 대전환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10월2일 검사의 직접 수사권이 전면 폐지되면서, 수사는 경찰·중대범죄수사청이, 공소 제기·유지는 공소청이 전담하는 ‘수사·기소 완전 분리’가 현실화한다. 형사 절차의 대변혁이 몰고 올 변화와 파장, 사건관계인에게 미칠 실질적 변화를 다각도로 짚어본다.
ㄱ씨는 2022년 7월께 경기도 안양시의 한 도로에서 무면허로 원동기장치자전거를 운전하다가 피해자에게 전치 6주의 상해를 입히는 사고를 내고 그대로 도주했다. 자수하는 대신 ㄱ씨는 지인 ㄴ씨에게 거짓 진술을 시켜 범행을 뒤집어씌우는 방법을 택했다. ㄴ씨는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항소심이 진행되자 마음을 바꿔 ㄱ씨가 진범인 사실을 재판에서 털어놓았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에서조차 ㄱ씨는 ㄴ씨가 교통사고를 냈다며 거짓 증언을 했다.

공판검사는 법정에서 이들의 위증 사실을 확인했고 이를 인지한 수원지검은 수사에 착수했다. 검찰은 교통사고 당시 ㄴ씨가 현장에 없었던 사실을 확인하고, ㄱ씨가 구속된 ㄴ씨를 찾아가 “그냥 안에서 편하게 있어라. 밖은 전쟁이다” “변호사에게 나랑 그때 통화했다고 했느냐” “내가 원망스러우냐” 등의 말을 한 사실도 파악했다. 이 외에도 폐회로텔레비전(CCTV)과 휴대전화 포렌식, 통화 내역 등을 분석해 검찰은 ㄱ씨가 진범임을 확인했다.
검찰은 ㄱ씨를 피의자로 소환했으나, 그는 출석에 응하지 않고 약 2년7개월 동안 잠적했다. 이후 지난 15일 검거된 ㄱ씨는 21일 범인도피교사, 위증, 도주치상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앞으로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면 재판 과정에서 인지되는 위증 사범 처벌에 커다란 공백이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검사가 공소유지 과정에서 위증 사실을 확인하더라도 직접 수사는 불가능하고 경찰에 수사를 요청하는 길만 열려 있어, 절차적 한계로 수사 차질 우려가 제기된다.
7일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위증죄 가운데 70%가량은 검찰이 인지해 기소한 사건이다. 지난해 위증 혐의로 기소된 574명 가운데 검찰 인지로 처리된 인원은 409명으로 70%가 넘는다. 2023년엔 782명 가운데 586명(74.9%)을, 2024년엔 784명 가운데 584명(74.5%)을 검찰이 인지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개정 형사소송법 시행으로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되면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잡아내더라도 신속히 처벌로 연결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권내건 법무법인 트리니티 변호사(전 대검 인권기획담당관)는 “공판검사는 이미 기록을 파악하고 있어서 위증 확인 즉시 수사할 수 있지만 경찰은 수사 및 공판 기록을 다시 검토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릴 것”이라며 “게다가 공소유지는 검사의 실적으로 연결되는 반면 경찰 입장에서는 위증 수사를 진행할 의지나 유인이 부족할 수 있다”고 짚었다.
위증 사건뿐만 아니라 허위 사실임을 알고도 고소하는 ‘무고 사건’ 역시 검찰이 밝혀내기 한층 어려워질 거라는 지적이 나온다. 권 변호사는 “불송치 결정이 난 사건이 무고인지 파악하려면 피의자를 불러 조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기록 검토만으로 무고 정황을 알아내는 건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무고 혐의가 입증돼 기소까지 이어진 사건 가운데 검찰이 직접 인지한 비중은 대체로 30%에 이른다.
검사의 수사권 폐지 뒤 위증·무고 수사는 뒷전으로 밀려날 공산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한 현직 검사장은 “위증·무고 사건은 공판 검사의 성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항목이자 인정받는 업무였지만 이제 경찰 수사 의뢰가 의무화되면서 구조적으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들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줄어들던 위증·무고 사건의 인지 건수가 앞으로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위증·무고 사건 처리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경찰이 적극 수사에 나설 수 있도록 동기 부여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위증·무고는 수사와 재판의 공정성을 침해하고 형사사법체계의 신뢰를 훼손하는 범죄라는 점에서 엄중한 처벌이 요구된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위증·무고는 기존 사건에 더해 별도로 수사해야 해서 기록 검토나 법리 판단이 훨씬 복잡하다”며 “이럴 때는 효과적으로 수사 의지를 끌어올릴 장치가 필요하기 때문에 경찰에 인사상 혜택을 주는 등의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기자 quicksilv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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