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인 대표나 사용자의 친인척, 원청 담당자가 가해자인 경우처럼, 현행법으로는 피해자가 보호받기 어려운 ‘직장 내 성희롱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동·인권 단체들은 세계 여성의 날(3월8일)을 앞두고 법의 보호 범위를 넓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젠더폭력특별위원회는 6일 오전 서울 광화문 광장앞에서 ‘성희롱을 성희롱이라 부르지 못하고: 직장 내 성희롱 사(死)각지대’ 기자회견을 열어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이들은 지난 2022년 6월~2026년 2월 직장갑질 119에 접수된 상담·제보와 방송·미디어 분야 비정규직 노동자 단체 ‘방송을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 엔딩 크레딧’의 ‘2026 방송·미디어 제작 현장 성희롱·성폭력 실태조사’에 보고된 사례를 통해 현행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에 존재하는 4가지 사각지대 유형을 꼽았다. 4개 유형은 △법인 대표에 의한 성희롱 △프리랜서·특수고용 노동자 대상 성희롱 △원·하청 근로자 간 성희롱 △사용자 친인척에 의한 성희롱 등이다.
먼저, 현행 남녀고용평등법은 ‘사업주’ 중심으로 직장 내 성희롱 책임을 규정하고 있어 법인 대표 등 사용자에 의한 성희롱 제재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남녀고용평등법을 보면, 사업주는 직장 내 성희롱 발생 사실을 알게 되면 지체 없이 조사를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가해자가 대표인 경우 조사·제재 방식이 사실상 ‘셀프’로 이뤄질 수 있다. 여수진 직장갑질119 젠더특위 위원장은 “(법 조항을 사업주 외 경영진 등을 포함하는) 사용자로 확대해달라고 여성계에서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법이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주최 쪽이 제시한 사례를 보면 지난 2월 방송·미디어 제작 현장에서 일하는 한 노동자는 감독에게 수차례 술자리를 강요받고 성희롱·성추행을 겪었지만 “다른 팀원에게 피해가 갈까 봐 쉬쉬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또, 대기업 하청 업체에서 일하던 한 노동자는 2024년 원청 담당자의 지속적인 ‘갑질’과 성희롱을 문제 삼았다가, 원청이 피해자가 일하는 업체를 없애려 한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사용자의 친인척이 가해자인 경우도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운 상황인데, 2023년 소규모 회사에 다니던 한 피해자는 대표의 아들인 실장으로부터 성희롱·성추행 피해를 겪었고 대표에게 피해 사실을 말했으나 “실장과 만나서 대화로 풀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 젠더특위는 이런 성희롱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사업주가 아닌 ‘사용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사용자의 친인척에 의한 성희롱에 대한 과태료 부과 △원청에 직장 내 성희롱 사용자로서의 조치 의무 부여 및 하청 노동자의 직장 내 성희롱 신고를 이유로 한 원청의 부당행위 금지 △국제노동기구(ILO) 제190호 폭력과 괴롭힘 협약 비준 △직장 내 성희롱 보호 범위 확장을 요구했다.
김효실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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