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60) 세종대 교수가 항소심에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김문석)는 27일 명예훼손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왜곡된 사실을 적시해 자신들의 의사에 반해 성노예 생활을 강요당한 피해자들에게 크나큰 정신적 고통을 안겨줬다”며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재판부는 “박씨가 피해자들에게 고통을 가할 목적을 가졌던 것은 아니고, 학문과 표현의 자유가 위축돼선 안된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제국의 위안부>에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해 “일본군과 동지적 관계였다”, “일본 제국에 의한 강제 연행은 없었다” 등의 취지로 허위 사실을 기술해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검찰이 <제국의 위안부>에서 명예훼손 표현으로 기소한 35곳 중 30곳은 박 교수 개인의 의견을 표명한 것에 불과하다고 봤다. 또 사실적시로 판단한 5곳은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거나 명예를 훼손하는 내용은 아니었다는 등의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판단은 달랐다. 먼저 재판부는 사실적시 표현을 11곳으로 더 많이 인정했다. 또 쿠마라스와미 전 유엔경제사회위원회 인권위원회 특별보고관 등 국제기구 연구보고서와 고노담화를 인용해 일본군 ‘위안부’ 대부분이 자신의 의사에 반해 동원됐으며 이 과정에 일본군이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짚은 뒤, 박씨는 이와 다른 허위사실을 기술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는 단정적 표현을 사용해 ‘조선인 위안부’가 자발적으로 성매매를 했고, 일본군에 협력해 함께 전쟁을 수행했다는 내용으로 받아들여지도록 서술했다”며 “이는 (국제기구 등이 인정한) 객관적 사실과 다르다”고 했다.
재판부는 박씨의 행위로 인한 피해자가 특정된다고 봤다. 1심 재판부가 “많게는 수십 만명에 달하는 위안부 전체에 대해 기술했기 때문에 피해자를 특정해 명예훼손한 것이 아니다”라고 판단한 것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한국 정부가 1993년 ‘위안부’ 피해자 지원사업을 시작한 이래 등록된 ‘위안부’ 가운데 현재 생존자는 36명에 불과하다” 며 “독자로선 일본군 ‘위안부’는 ‘조선인 일본군 위안부’ 전체보다는 자신이 ‘위안부’라고 밝힌 피해자를 떠올리게 된다”고 했다.
재판부는 또 박씨에게 명예훼손의 고의도 있었다고 봤다. 재판부는 “박씨는 각종 국제기구 보고서 등을 통해 대부분 조선인 ‘위안부’의 강제동원 및 일본군 관여 사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자발적인 지원’ 등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등의 내용을 단정적으로 표현했다”며 “자신이 허위 사실을 적시해 피해자들의 사회적 평가를 저해시킬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박씨는 “선입견만으로 내린 부당한 판결”이라고 즉각 반발하며 상고하겠단 뜻을 밝혔다. 그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위안부 문제는 여전히 학계에서 연구 중인 주제”라며 “재판부가 사실을 적시했다고 판단한 내용 역시 사법부가 (나와) 다른 의견을 전제로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위안부’ 할머니들 가운데 익명으로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분도 많고, 나 역시 전쟁터에서 목숨을 잃은 분들을 염두에 두고 (책을) 썼다”며 피해자가 특정됐다는 재판부 판단도 반박했다. 이어 “해외 언론도 대한민국 사법부가 공정한 판결을 내리는지 주목하고 있는데, 한국인으로서 이런 판결이 나온 것을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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