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인권센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이주민 인권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앞까지 오체투지로 이동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난민인권센터, 이주노동자평등연대 등 이주민 인권단체 회원들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미등록 이주민 체류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을 마치고 청와대 앞까지 오체투지로 이동하고 있다. 정용일 선임기자 yon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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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국 당시 허용된 체류 기한을 넘겨 국내에 10년 이상 장기 체류하는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 일정 요건을 만족할 경우 체류 자격을 얻을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이주민 전문가들 주장이 제기됐다. 이들 존재가 사회·경제적 상황과 장기간 어긋난 이주 정책의 결과인 만큼, 이제라도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사무금융 우분투재단과 이주노동연구모임 마르코 등은 15일 국회에서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민의 삶과 체류권’ 토론회를 열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을 한국에서 체류 자격 없이 장기 체류한 미등록 이주민 10명의 생애를 구술사 형태로 정리한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민의 삶과 정의로운 이주정책’ 보고서를 공개하며, 이들 삶이 드러내는 정책 과제를 논의하는 자리였다.

보고서 집필에 참여했던 서선영 충북대 교수(사회학)는 “10명의 생애사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미등록 이주민들이 이주하게 되는 배경에 출신국의 사회 경제적, 정치적 요인 그리고 한국 사회의 노동 수요가 존재한다는 것”이라며 “이주의 시작이 개인의 선택으로만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사회 구조적 배경이 있기에 이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책임 역시 이주민과 출신국 뿐 아니라 한국 사회가 함께 나눠야 한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어 “미등록 체류가 장기화된 가장 큰 이유는 가족에 대한 책임”이라며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는 꼭 일해야 한다거나, 한국에서 나고 자란 아이들을 위해 정착해야 하는 이유가 생긴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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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기체류미등록 이주민의 삶과 체류권’ 토론회에서 전문가와 활동가, 당사자들이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민 문제를 논의했다.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제공
1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장기체류미등록 이주민의 삶과 체류권’ 토론회에서 전문가와 활동가, 당사자들이 장기체류 미등록 이주민 문제를 논의했다. 사무금융 우분투재단 제공

미등록 이주민이 생겨나고 늘어나는 데는 현실과 맞지 않는 이민 정책 탓이 크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한숙 이주와인권연구소장은 “단기적인 노동력 활용에 초점을 둔 외국인력 정책은 체류 자격을 얻고 지키기 위한 규정들이 지나치게 세세하고 까다롭다”며 “이런 조건 하에서는 등록과 미등록 이주민의 차이는 한 끗 차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연구진은 장기 체류 미등록 이주민에 대해 일시적인 사면 정책이 아니라 상설화된 체류 안정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한준성 강원대 교수(다문화학)는 “일정 요건을 갖춘 미등록 이주민에게 체류 자격을 신청할 수 있는 창구를 상시로 열어둬야 한다”며 “국제적 기준에 맞게 불법체류자라는 표현 대신 비정규 혹은 미등록 이주민 등으로 표현을 바꾸는 담론 전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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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도 “한국에서 먹고, 일하며 공동체 속에서 생활해온 사람들의 모습은 이들의 행정적·법적 위치와 사회적 실재가 어긋남을 보여준다”며 “‘이들이 왜 한국에 미등록으로 있는가?’라는 질문을 ‘왜 한국 사회는 이들을 계속 미등록 상태로 두고 있는가’라고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남지현 기자 southj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