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석 감독.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제공
정윤석 감독. 한국예술영화관협회 제공
광고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서울서부지법 난동을 촬영한 정윤석 감독이 대법원의 유죄 확정 판결을 취소해달라고 낸 재판소원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청구 취지를 보충하는 의견서를 내달라고 명령했다. 헌재는 소송 서류 등의 보강을 요구하는 보정명령에서 기자와 저널리스트를 구분하는 기준을 설명해달라 등의 내용을 담았다. 앞서 정 감독은 사건을 기록하고 알리는 저널리스트의 입장에서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촬영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친 바 있다. 하지만 법원은 정 감독의 일반건조물칩입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해 언론기관 소속 기자와 다큐멘터리 감독의 영역을 과도하게 구분하는 방식으로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15일 한겨레 취재 결과 헌재는 지난 12일 정 감독의 재판소원 대리인 쪽에 기자와 저널리스트를 구분하는 기준이 무엇인지 보충해서 설명하라는 보정명령을 내렸다. 20년 동안 사회적 사건을 다큐멘터리로 기록해 오던 정 감독은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를 촬영하다 일반건조물침입 혐의로 기소돼 지난 4월30일 대법원에서 벌금 200만원 선고를 받았다. 정 감독 사건을 심리한 1심 재판부는 “개인적인 작품 활동은 보도 목적이 명백한 언론기관과 비교해 수단·방법이 상당한지, 제3자의 법익을 침해하는지 등 정당행위의 성립 여부를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다”며 언론 보도보다 정당행위 범위를 좁게 인정했다. 2심 재판부와 대법원 역시 항소와 상고를 기각하며 이러한 판단을 유지했다. 정 감독 쪽은 지난달 28일 “정 감독 행위를 위법성이 조각되는 언론기관 활동과 달리 평가하여 처벌한다는 점에서 청구인을 차별하는 재판”이라며 헌재에 재판소원을 청구했다.

정 감독 쪽은 언론기관과 언론기관이 아닌 저널리스트를 구분해 처벌하는 것이 헌법의 관점에서 정당화될 수 있는지 헌재의 판단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대리인단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는 국제인권조약 가운데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에서 언론기관에 소속된 좁은 의미의 언론인 뿐 아니라 미디어 노동자 등 저널리즘 기능을 수행하는 개인도 저널리스트로 정의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집회 현장에서 기록 활동을 하는 저널리스트에게 건조물침입죄를 적용하는 건 조약을 위반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광고

이에 헌재가 정 감독 쪽이 주장하는 언론기관과 저널리스트의 기준은 무엇인지 명확히 밝혀달라는 취지에서 보정명령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헌재는 저널리스트와 예술인의 관계, 언론기관·저널리스트·예술인의 기본권 보호 범위 등을 추가로 설명하라는 명령도 내렸다. 이 사건은 현재 지정재판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정재판부에서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결정하면 사건은 전원재판부로 넘어가 본격적인 심리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나영 기자 ny3790@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