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충상 전 상임위원에게 형사고발을 당한 직원을 위해 인권위 안팎에서 1000명 이상이 수사기관에 보내는 탄원서를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은 지난해 이 전 위원의 직장 내 괴롭힘 사건이 문제가 됐을 때 거론된 피해자 4명 중 1명이다.
문정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인권위지부장은 15일 한겨레에 “지난 7일부터 14일까지 (이충상 전 위원에게 고발당한 직원을 위해) 이숙진 상임위원 외 인권위 직원 185명의 탄원서를 받았고, 11일부터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822명으로부터 탄원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1000명 넘는 이들이 인권위 직원을 위한 탄원을 제출한 셈이다. 탄원서에는 “해당 직원의 행위가 (고발장에 혐의로 적시된)허위공문서 작성죄에 해당할 수 없다는 것을 잘 헤아려 합당한 판단을 내려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인권위지부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탄원서를 16일까지 추가로 받아 21일 변호인을 통해 서울 중부경찰서에 제출할 예정이다.
앞서 이충상 전 위원은 퇴임 직전인 2월27일 직원 ㄱ씨를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서울 중부경찰서에 고발한 바 있다. 이충상 전 위원은 2022년 12월 ㄱ씨가 작성해 제출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의견표명 관련 보고서에 나오는 노동쟁의 손해배상 관련 영국의 사례 기술을 문제 삼고 있다.
인권위지부는 이에 대해 “고발인은 피탄원인이 준비한 170여 쪽에 달하는 검토보고서 중 영국 입법례 인용 내용을 ‘허위공문서 작성’이라고 하면서 피탄원인을 ‘범죄자’로 취급하는 발언을 내부 상임위원회 논의 과정에서는 물론, 이후 인권위 내부 게시판, 언론 인터뷰, 국회 등에서 수차례 반복해 왔다”며 “고발인이 문제 삼는 검토보고서는 국가인권위 의사결정 과정상 과장·국장·사무총장의 검토와 위원장의 결재를 거쳐 제출된 상임위원회 안건으로 대외적 효력을 갖는 것이 아니며, 국회에 보낸 결정문에는 고발인이 허위라고 주장하는 영국 입법례는 아예 포함되지도 않았다. 이를 두고 고발인은 해당 안건을 담당한 가장 말단에 있는 실무자를 허위공문서를 작성한 범죄자라고 주장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인권위지부는 탄원 요청서에서 “차관급 상임위원인 고위공직자가 재직 중 괴롭힌 피해자 한 명을 형사고발 한 것은 피해자를 법적으로 괴롭히기 위한 전형적인 2차 가해에 해당하며 인권위 내부의 노동환경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형사고발된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를 위한 탄원서를 취합하여 사건 담당 수사기관에 제출할 예정이다. 동의하시는 분은 탄원서 제출에 참여해 주실 것을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 전 위원은 15일 “직원에 대한 고발을 취하할 생각이 없느냐”는 한겨레의 문자메시지 질문에 “없다”고 짧게 답했다. 그는 앞서 지난 6일 “노조 지부장과 ㄱ씨가 자신에게 사과 문자메시지를 보내면 수사기관에 탄원서를 쓰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안창호 위원장은 해당 고발 사건에 대해 현재까지 의견을 내지 않고 있다.
고경태 기자 k21@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