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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3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3.1운동을 기리기 위한 ‘머내 만세운동’ 기념행사가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서 열린다. 33개 마을공동체가 만든 연합 조직인 ‘동천마을네트워크’가 이 기념행사를 2018년부터 주최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3월30일, 머내 만세운동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 동천마을네트워크 제공.
매년 3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3.1운동을 기리기 위한 ‘머내 만세운동’ 기념행사가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서 열린다. 33개 마을공동체가 만든 연합 조직인 ‘동천마을네트워크’가 이 기념행사를 2018년부터 주최하고 있다. 사진은 2024년 3월30일, 머내 만세운동에 참여한 주민들의 모습. 동천마을네트워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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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천마을네트워크’는 경기 용인시 수지구 동천동에 있는 33개 마을공동체가 만든 연합 조직이다. 이들은 마을장터, 마을여행, 마을학교 등 다양한 마을 사업과 프로젝트를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첫 출발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였다. 사회적 충격에 함께 맞서보자며 몇몇 마을 단체들이 움직였고, 이듬해 ‘해도두리 마을장터’가 처음 열렸다. 해를 거듭하면서 마을장터는 친환경 농산물, 수공예품 등을 사고팔며 주민들이 교류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마을 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머내 만세운동’ 행사는 2018년부터 열렸다. 마을 역사 지리 공부 모임 ‘머내여지도’는 주민 인터뷰 등을 통해 동천동의 과거 지명인 ‘머내’의 유래와 병자호란 전투 현장 등 숨겨진 역사를 발굴했다. 특히 1919년 3월29일 동천동에서 일어난 ‘머내 만세운동’의 기록을 찾아내고 3∙1운동에 참여한 주민 15명이 독립 유공자 표창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 경기 남양주시 중서부에 있는 진건읍은 지난해 6월 ‘행복마을관리소 10대 위험 관리지역 지도(위험 지도)’를 만들었다. 위험 지도(면적 31.2㎢)에는 진건읍 주민자치센터를 중심으로 반경 1㎞ 권역에 있는 5개 마을의 △수해(폭우) △화재 △교통사고 △우범 △폭염(무더위 쉼터) 등 주요 위험 요소가 표시돼 있다. 마을 주민과 활동가, 주민자치센터와 복지관 관계자 등 민관이 참여한 ‘마을 위기 대응 협의체’가 위험 지도 제작을 주도했다.

이들은 마을에 발생할 수 있는 재난·재해 유형을 파악하고 그에 따른 주요 위기와 위험 장소, 피해 주민을 예측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또 재난·재해 유형별 주요 대응 방법을 정리하고 구호 자원을 비치할 장소 등을 선정했다. 지도 제작 과정에서 의용소방대, 교통봉사대, 이장협의회, 새마을부녀회 등이 참여하면서 마을의 공동 경험이 자연스레 축적됐다. 또한 위험 지도를 공유함으로써 주민단체와 경찰서, 소방서, 읍사무소 등이 함께 위험 지역과 구호 자원을 주기적으로 확인하고 관리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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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는 지역 문제 해결사

동천마을네트워크와 진건읍 위험 지도 사례에서 보듯이 마을공동체는 사회적 자본을 능동적으로 쌓아가며, 지역 문제에 대응하는 핵심 주체가 될 수 있다. 마을이 풀뿌리 민주주의 시작점이자 지방자치의 가장 기초적 단위이기 때문이다. 주민을 포함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사회적 관계를 이루는 특정한 공간인 마을에서 서로 협력하며 생활 문제를 해결해 나갈 때 마을공동체는 생명을 얻는다.

주민 스스로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방안을 기획·운영하고 지속적인 연대와 협력하면서 사회적 자본이 구축되는 것이다. 그렇게 마을공동체는 외부 충격과 변화에서 완충지대 역할을 하고 회복력과 자생력을 갖추며 성장해 나간다. 중앙정부의 행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다양한 문제에 마을공동체가 대응할 수 있게 된다. 전국 217곳 지방자치단체에서 마을 조례(2023년 기준)를 제정하고 운영하는 이유도 마을공동체에 힘을 북돋워 지역에 활기를 더하기 위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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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만든 ‘10대 위험 관리지역 지도’. 5개 재난·재해 유형을 구분해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이 표시돼 있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2024년 6월 경기 남양주시 진건읍에서 만든 ‘10대 위험 관리지역 지도’. 5개 재난·재해 유형을 구분해 위험 요소가 있는 곳이 표시돼 있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조례 아닌 법률 필요” 전문가들 한목소리

오래전부터 마을 혹은 마을공동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마을공동체 기본법’ 필요성이 제기되어왔다. 지방자치단체마다 마을 조례는 있으나 상위법이 없어 주민 활동의 가치를 보호하기 어렵고, 주민 참여 정책이 한시적 혹은 제한적으로 운영되는 일이 자주 발생했기 때문이다. 2016년 ‘지역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을 시작으로 명칭과 내용이 조금씩 바뀌었지만 4차례에 걸쳐 마을공동체 기본법이 발의됐다. 하지만 번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됐다.

이번 22대 국회에서는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지난 2월 ‘마을공동체 활성화 기본법안’을 대표 발의했고, 3월 5일 국회도서관에서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국회 역할과 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 토론회는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협력하고, 마을법제화 추진 전국 TF,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전공동체운동연합, 한국마을연합이 공동주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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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 위기로 발생한 이상기후 현상 △인구 감소로 가속화되는 지방 소멸 △산업구조 전환이 야기한 일자리 변화 등을 마을공동체가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전환, 빈집, 일자리 감소 등은 지역마다 다르게 나타나는 복합 위기이기에, 정부의 대응과 더불어 마을에서 스스로 필요성을 인지하고 해결방안을 제안해야 효율적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마을공동체를 바탕으로 한 ‘주민생활공동체’가 마을 특성을 고려한 해법을 찾아내는데 최적화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위기론에 휩싸인 민주주의와 마을공동체의 관련성을 언급했다. 서 대표는 “건강한 민주주의에서는 대면을 기본으로 하는 공동체가 살아있어야 한다”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관계 안에서 생각과 의견을 나눠야 잘못된 정보가 자연스레 탈락하고 건설적 토론이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마을공동체가 단순한 주민 참여를 넘어 사회적 편익과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중요한 단위라고 진단했다. 그는 “마을공동체는 지역사회 문제를 자발적으로 해결함으로써 국가와 지방정부의 부담을 줄이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며 “사회적경제나 주민자치와 연계되면 지역 문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주체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많은 지방자치단체가 마을공동체 조례를 운영하지만, 상위법이 없어 정책적 연속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을공동체가 단순한 임의단체가 아닌 법적·사회적 인정 체계를 통해 안정적 운영을 하기 위해 마을공동체 기본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국회 역할과 과제’ 토론회가 지난 3월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이 토론회는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협력하고, 마을법제화 추진 전국 TF,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전공동체운동연합, 한국마을연합이 공동주관했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국회 역할과 과제’ 토론회가 지난 3월5일 국회도서관에서 열렸다. 박정현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한 이 토론회는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가 협력하고, 마을법제화 추진 전국 TF,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대전공동체운동연합, 한국마을연합이 공동주관했다.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제공.

지방정부 변화 따라 지원 정책 축소·폐지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위해서는 마을공동체 기본법 제정뿐 아니라 정책적·정치적 환경 조성도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장수찬 목원대 명예교수(행정정보학)는 마을공동체기본법이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중앙과 지방정부 간 협력적 거버넌스가 필수적이며, 특히 정치권의 지속적인 관심과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기본법이 제정되면 지역 특성에 맞는 공동체 활성화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지역 발전을 기대할 수 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 운용과 지속적인 관심이 없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게 장 교수의 전망이다. 더불어 기후 위기 대응과 주거 문제, 빈곤 등 사회적 의제까지 포괄할 수 있도록 마을공동체의 역할이 점차 확대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숙 한국마을연합 이사장(대구시 마을공동체만들기 지원센터장)은 마을공동체 지원 정책이 지방정부의 변화에 따라 축소되거나 폐지되는 현실을 지적했다. 그는 “2021년 민선 8기가 시작되면서 지방정부와 지방자치단체장의 입맛에 따라 마을공동체 조례를 폐지하고 마을공동체지원센터를 폐소했다”며 서울시와 경상남도, 울산광역시, 대전광역시, 인천광역시, 세종특별시를 그 사례로 짚었다. 토론자로 나선 조효경 대전공동체운동연합 상임대표는 최근 2~3년간 대전 지역의 여러 마을공동체 정책과 예산이 사라지고, 10여 년 넘게 마을에서 활동하던 중간 지원 조직들이 연이어 폐쇄되는 것을 경험하면서 마을공동체가 지속해서 활동할 수 있으려면 “지방자치단체 조례가 아닌 국가 차원의 법률이 필요하다”는 걸 절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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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공동체 기본법이 제정되면 마을공동체와 기존 주민자치회가 중복 혹은 충돌하는 것은 아닐까. 토론회를 준비한 곽현지 경기도마을공동체지원센터 마을정책팀장은 “주민자치회는 제도적 단위다. 주민자치회가 그릇이라면 마을공동체는 그릇에 들어가는 내용이라 할 수 있다. 마을공동체를 제도화하려는 것이 아닌 마을공동체 활동에 필요한 것을 제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을공동체 기본법을 제정한 후 시행 과정에서 공동체의 자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권상동 사단법인 우리마을 대표는 “마을은 복잡하다. 어떠한 단위로 재단하듯 규정할 수 없다. 그래서 기본법으로 주민들의 활동에 기본적 틀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 사회변동팀장 ey.ya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