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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아 교사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게 심리적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삶의 감칠맛을 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현아 교사 제공
이현아 교사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게 심리적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삶의 감칠맛을 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현아 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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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과의 건강한 관계 맺기는 내 감정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표현하는 데서 시작한다. 자기 감정을 알아차리고 표현하기를 어려워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풍부한 감정 언어를 선물할 수 있을까. 15년차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자, ‘좋아서하는어린이책연구회’ 대표로 ‘감정을 안아주는 말’ ‘그림책 수업 대백과 261’ ‘어린이 마음 약국’을 펴낸 이현아 교사에게 그 답을 들어보았다.

- ‘감정을 안아주는 말’을 쓴 계기는 무엇인가.

“코로나 이후에 아이들이 자기 감정을 돌보고, 건강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조절하는 일에 어려움을 겪는 걸 많이 봤다. 학부모들 역시 아이들이 상처받을까봐 많이 걱정한다. 일단 자기 감정을 제대로 돌보고 생각할 수 있는 기회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일대학교에서 만든 ‘무드미터’라는 감정 코칭 도구가 있다. 총 100가지 감정을 네 가지 색깔 스펙트럼으로 나눈 것이다. 아이들에게 이렇게 감정을 직관적이고 선명하게 볼 수 있는 지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100개라는 감정 갯수가 초등 아이들에게는 좀 많고, 단어도 어려웠다.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재구성을 한 감정카드를 만들고, 각 감정에 직면했을 때 다루는 법을 소개하는 책을 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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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은 어떻게 감정 조절로 연결되나.

“심리학자 존 가트맨이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은 감정이라는 문에 손잡이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어떤 친구가 미울 때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 부탁을 친구가 소홀하게 여긴 데서 온 섭섭함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섭섭함을 가지게 됐을까 생각하며 들어가보면, 기대했기 때문이다. 친구라면 이런 걸 해줄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고, 그게 좌절됐기 때문에 섭섭했고, 그래서 이 친구가 지금 미운 거구나라는 이유를 명확히 알면 벽에 손잡이가 생기는 느낌인 거다. 손잡이가 생기면 내가 주도권을 갖고 감정의 문을 열거나 닫을 수 있다. 서운한 마음이 든 친구에게 지금 표현할지, 나중에 표현할지, 활짝 열어서 속마음을 다 털어놓는 게 좋을지, 아니면 살짝 언급만 할지 판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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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들이 특히 다루기 어려워하는 감정은 무엇인가.

“가장 많이 고민하는 게 분노 감정이다. 아이도, 양육자도 감정을 폭발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화내고 후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노를 건강하게 다루려면 자신의 분노 버튼이 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다른 건 괜찮은데 거짓말을 못 참는 사람이 있고, 형제자매가 있는 아이들의 경우 불공평한 걸 참을 수 없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참기 어려운 분노 버튼이 뭔지, 상대의 분노 버튼은 뭔지 아는 게 중요하다. 두 번째 솔루션은 잠시 숨을 고르고 화가 난 나를 가만히 바라보라는 거다. 이때 화가 나면 내 몸 어디에서 증상이 일어나는지 관찰해보면 좋다. 머리가 지끈거릴 수도 있고, 심장이 빨리 뛸 수도 있다. 그 다음에는 몸의 증상이 어떤 반응으로 나아가는지 봐야 한다. 화날 때 내가 어떤 모습인지 메타인지할 수 있어야 분노를 지혜롭게 다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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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분노를 알아차린 후에는 어떻게 지혜롭게 다룰 수 있나.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넓히는 연습을 한다. 분노 버튼이 눌러졌다는 건 자극을 받은 거다. 이때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이 없다. 자동적이고 습관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이 나간다. 그러면 나의 화를 내가 지지하면서 ‘당연히 이럴 수밖에 없지’라는 생각으로 회로가 돌고 폭발하기 쉽다. 하지만 ‘죽음의 수용소’를 쓴 빅터 플랭클이 ‘자극과 반응 사이에는 공간이 있다’로 말한 것처럼, 우리는 자극과 반응 사이에 공간을 만들고 선택할 수 있는 힘이 있다. 아이들에게 이 개념을 설명해주면서 3초 훈련을 한다. 화가 났을 때 셋을 세면서 공간을 가지는 연습을 하는 거다. 이때 아이들과 하면 더 효과적인 것이 주변 소리 듣기다. 아이들이 격앙돼 싸울 때, 잠시 멈추고 주변 소리를 들으라고 한다. 주변 소리로 주의를 돌리면서 분노를 다른 감각으로 돌리는 거다. 이렇게 환기를 하고 나면 부정적인 감정 자극을 어떻게 해석하고 어떻게 반응할지를 생각해볼 수 있다.”

- 긍정적 감정은 어떻게 다루는 게 좋은가.

“우리는 부정적인 감정을 들여다보고 탐구하는 것만큼, 긍정적인 감정에는 에너지를 들이지 않는 경향이 있다. 기쁘고 편안한 감정은 당연하다고 여기는 거다. 부정적인 감정을 다루는 게 심리적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라면, 긍정적인 감정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것은 삶의 감칠맛을 더하는 거다. 나는 이걸 애써 허리를 굽혀서 행복을 줍는 거라고, 발견하고 줍는 사람이 임자라고 말한다. 기쁘고 감사하고 감격스러운 마음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충분하게 느끼고 표현하는 일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들과 ‘용기를 낸 순간 찾기’ 같은 활동을 하면 좋다. 용기는 겁을 내지 않는 감정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사실 겁나고 두려워도 해보는 마음이다. 여기에 초점을 두고 자신이 발견한 용기의 순간을 써보는 거다. 부정적이라고 느낄 수 있는 감정 역시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아이들이 보호자의 부재에 외로움을 느끼곤 하는데, 사실 그 외로움은 사랑이 있기 때문에 느끼는 거다. 그래서 엄마가 준 사랑의 흔적 찾기를 해보면서 긍정적인 감정으로 치환해볼 수 있다. 보호자와 아이가 서로 사랑의 흔적 찾기를 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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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와 감정을 조절하고 표현할 때 주의할 점이 있다면.

“양육자들이 방어적이라고 느낄 때가 있다. 우리 아이가 무례한 아이에게 상처받을까봐, 누군가가 분노해서 공격당할까봐 걱정하는데 사실 내 아이가 그럴 수도 있는 거다. 그리고 아이가 갈등이나 부정적인 상황을 전혀 겪지 않고 자랄 수는 없다. 사람들 속에서 여러 감정도 느끼고, 혼란도 느껴봐야 성장한다. 아이가 다양한 감정을 경험할 기회를 주되, 돌아왔을 때 지지해주고 안아주는 안전지대 역할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

박은아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