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르신, 오늘 기분 어떠세요?”
지난달 24일 경기 안산의 서안산노인전문병원(서안산병원)의 한 병동. 김옥순(가명·63) 요양보호사가 다리를 움직일 수 없어 종일 침대에 누워 있는 이복민(가명·78)씨에게 안부를 물었다. 지난 4월 입원한 이씨의 유일한 말벗이 김씨 등 요양보호사다. “말씀을 따뜻하게 한다. 고맙다”며 이씨가 눈시울을 붉혔다.
요양병원인 서안산병원은 2024년부터 중증환자에게 간병비를 국비로 지원하는 ‘간병지원 시범사업’(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현재 경기 안산, 부산, 대구 등 10개 지역의 19곳 요양병원이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사업 참여자는 19곳 요양병원 입원 환자 가운데 간병 필요도가 높은 의료최고도 또는 의료고도이면서 장기요양 1, 2등급에 해당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국민건강보험공단 통합판정 심의를 통해 선정한다. 지난 7월 말 기준 올해 시범사업에 선정된 환자는 654명이다.
지난 6월 시범사업 대상자로 선정된 뒤 이씨의 병원 생활은 달라졌다. 기존에는 인력업체에서 파견된 간병인 한명이 환자 6명 이상을 돌보고 있어 간병인과 대화 한차례 나누지 못했다. 하지만 시범사업에 선정된 뒤에는 요양보호사들이 ‘단순 처치’를 넘어서 말을 걸고 돌봄을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시범사업 참여 병원이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하는 등 처우 개선이 한몫했다. 김씨는 “전에는 24시간 격일로 일하며 환자 10명을 돌봤는데 시범사업 병원에서 일하면서 하루 8시간씩 2교대로 일하며 환자 5∼6명을 돌봐 더 잘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시범사업에서 요양보호사 직고용이 필수 요건은 아니어서, 참여 병원 19곳 가운데 8곳만 요양보호사를 직접 고용하고 있다.
시범사업으로 환자의 경제적 부담도 줄었다. 이씨의 한달 간병비는 75만원에서 35만원으로 줄었다. 2024년 4월에 시작해 올해 10월에 종료되는 시범사업은 내년부터는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 시범사업(급여화 시범사업)으로 전환될 방침이다. 환자와 가족이 사실상 전액 부담하는 요양병원 간병비에 건강보험을 적용해, 대상 환자의 본인 부담률을 현재 100%에서 30% 수준까지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간병 부담이 간병 살인, 간병 파산 등으로 이어지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간병의 공적 책임을 강화한다는 취지다.
정부는 내년부터 급여화 시범사업 대상 병원으로 간병인을 직접 고용하고 100병상 이상이 되는 요양병원 500곳을 선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요양병원은 ‘간병 인력 수급’이 선결 과제라고 말한다. 정부가 급여화 시범사업 대상 조건으로 ‘간병 인력 직고용’을 내걸지만 인건비 부담이 큰데다 비인기 직종인 간병 일을 할 인력을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장석용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 교수가 지난 5월 요양병원 227곳의 간병인 7167명을 조사한 결과, 병원과 직접 고용을 맺은 간병인은 10%에 불과하고 60대 이상이 82%에 달했다.
공적 간병 체계 수립이 먼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원일 건강돌봄시민행동 정책위원은 “간병 서비스 자체에 대한 공적 지원과 관리 체계가 너무 부족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의 구조 개편을 한 뒤 간병비 급여화를 진행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석재은 한림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국내 인구 대비 요양병원 병상 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의 9배에 이를 정도로 과도하게 많다”며 “요양병원 중심의 고비용 돌봄 구조를 바꾸는 게 먼저다. 간병비를 건강보험으로 지원하기 전에 요양병원의 기능 재정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요양병원과 요양원 등 요양시설 간 환자 기준 정비와 역할 분담이 우선돼야 한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의 평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거쳐 간병비 급여화 추진 방향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복지부 관계자는 간병 인력에 대해선 “내국인을 대상으로 간병인 표준교육 과정을 마련해 간병인력을 양성하고 현장에 배치할 예정이다. 내국인 고용 효과 등을 검토한 뒤 외국인 간병 인력 활용을 단계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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