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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국민의힘에서 제명된 한동훈 전 대표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입장을 밝히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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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지도부가 29일 한동훈 전 대표의 당적을 박탈하면서 계파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반탄(탄핵 반대) 주류’는 한 전 대표 제명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내 결속을 강화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였음을 강조했지만, ‘정치 보복’ ‘뺄셈 정치’라는 비판이 당내에 확산되는 가운데 친한동훈계를 중심으로 장동혁 지도부를 겨냥한 퇴진 요구까지 분출하고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예고된 수순이었다. 장 대표는 전날 단식을 마친 지 엿새 만에 당무에 복귀하면서 제명안 의결을 시사했고, 한 전 대표 역시 전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정치 역정을 다룬 다큐 영화를 관람한 뒤 “닭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제명’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제명안이 가결된 뒤 당내 반발의 수위는 예상보다 높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페이스북에 “장 대표가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며 장 대표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한 데 이어, 친한계 의원 16명도 “개인적 이익을 위해 당을 반헌법적·비민주적으로 몰아간 장동혁 지도부는 책임을 지고 즉각 물러나야 된다”고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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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대표 쪽은 퇴진 요구를 ‘정치 공세’로 일축하며 제명 결정의 정당성을 부각했다. 오래 끌어온 당내 문제가 정리된 만큼 지방선거 승리에만 집중할 수 있게 됐다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눈엣가시’ 같았던 한 전 대표를 축출했지만 장 대표의 리더십도 적잖은 상처를 입었다. 무엇보다 강성 당원들에게 휘둘려 당을 ‘윤 어게인’ 색채가 짙은 극단주의 정당으로 퇴행시켰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든 상황이다.

하지만 장 대표 쪽은 지금의 퇴진 요구가 더는 확산되지 않을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한 전 대표에 대한 당내 비호감도가 높은데다, 지도부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현재로선 친한동훈계 의원 16명에서 더 확대될 기미가 안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 국민의힘 소장파 모임인 대안과미래 소속 의원 17명은 “제명 결정은 정당 민주주의를 파괴함은 물론, 통합이 절실한 이때 당의 분열을 초래하고 외연 확장의 장벽이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도 친한동훈계의 사퇴 요구와는 선을 그은 채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 정도로 수위를 조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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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동혁 체제에 비판적인 관망파들 역시 6월 지방선거는 지금의 지도부로 치를 수밖에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 전 대표 제명에 이르는 과정에 중대한 절차적 결함이 있다고 보기 어려운데다, 한 전 대표 스스로 사과와 자숙 대신 지지층을 동원해 맞불을 놓으며 제명의 명분을 축적해준 측면도 크기 때문이다. 이날 ‘찬성7-기권1-반대1’이란 제명안 표결 결과에서 확인된 것처럼 최고위원 자진사퇴 등으로 지도부를 붕괴시킬 방법도 없다.

이런 상황들로 미뤄 국민의힘은 설 연휴가 끝나면 불만과 갈등이 ‘내연’하는 가운데 지방선거 체제로 전환할 가능성이 크다. 친한계와 소장파 역시 결단과 행동의 시기를 지방선거 이후로 맞추는 분위기다. 지금의 대통령 지지율과 정당 지지도로 미뤄 여권이 큰 실책을 범하지 않는 한 지방선거는 국민의힘의 패배로 귀결할 가능성이 크고, 그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지도부 퇴진과 쇄신의 기회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장나래 기자 wing@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