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해결대화전문가 자격과정 교육 모습. 갈등조정가로 활동하려면 최소한 105시간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실습훈련과 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필자 제공
갈등해결대화전문가 자격과정 교육 모습. 갈등조정가로 활동하려면 최소한 105시간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실습훈련과 평가 등을 거쳐야 한다. 필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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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혜 | 사단법인 갈등해결과대화 공동대표

 갈등 해결 관련 활동을 한 지는 20여년이 되었다. 지금도 여전히 내가 하는 이 일이 많은 사람에게 낯설기는 하겠지만, ‘갈등 조정’이라고 말하면 고개를 끄떡이는 사람이 많아지기는 했다.

갈등이 생기면 우리는 상대를 비난하고, 말꼬리를 잡고, 공격하기 바쁘다. 갈등 조정은, 이 익숙한 악순환 대신 다른 방식으로 말할 수 있게 돕는 일이다. 서로의 말을 막는 것이 아니라 대화의 규칙과 질서를 세워, 말의 길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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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이 말로는 간단하지만, 우선 갈등 상황에 있는 당사자들이 대화할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다. 갈등 조정을 권하면, 많은 경우 상대가 ‘말이 통하지 않는다’거나, ‘꼴도 보고 싶지’ 않아서, 당사자도 아닌 3자와 이런 얘기 하고 싶지 않다고도 한다. 물론 더 싸우게 될까 봐 안 하겠다고 하는 때도 있다. ‘대화할 결심’이 가장 큰 도전이다.

막상 만나겠다고는 하지만, “원하는 것을 상대방에게 전달해달라”며 자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 갈등 조정에 온 경우는 이미 서로 직접 대화가 끊기고 상대방에 대한 불신과 편견이 가득한 상태라 말이 곧이곧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그리고 상대가 있는 문제라 한 사람의 요구대로만 할 수도 없다. 어렵다고 해도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 그야말로 기가 빨린다. 이때는 상대를 만났을 때 염려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뢰할 방안이 무엇인지 당사자의 이야기를 다시 더 들어야 한다. 그리고 결국 문제를 푸는 건 조정자가 아니라 당사자라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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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조정자도 당사자들의 문제 해결 의지와 힘을 믿고 기다리는 인내심이 중요하다. 당사자들의 거친 언사 뒤에 있는 두려움, 분노 속에 이해와 인정을 원하는 그 마음을 잘 찾아내지 못하고 휘말리게 되면, 이른바 ‘현명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싶고 당사자보다 먼저 대화를 중단하고 싶은 유혹이 든다.

초등 여학생과 중등 남학생의 학교폭력 사안이었다. 보호자들의 분노가 만만치 않아 대화가 가능할까 염려스러운 자리였다. 그런데 막상 조정이 시작되자 보호자들은 ‘이렇게 어른들이 많은 데서 아이들이 긴장해서 이야기하겠냐?’라며 스스로 자리를 비켜주었다. 그리고 학생들끼리 이야기하던 중 여학생은 남학생이 쫓아와 도망갔다 하고, 남학생은 자신은 학원에 가느라 그런 일이 없다며 주장이 맞섰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전되면서 남학생은 ‘내가 그런 행동을 하지는 않았지만, 내가 쫓아간다고 생각했다면 놀라고 무서웠겠다’라며 그런 마음이 들게 했던 것에 미안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여학생도 부모님 앞에서 말하지 않았던 자기 행동을 사과했다. 부모님도 학생들을 믿어주었고, 학생들은 자신이 하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자신의 행위가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인정했다. 당사자들의 ‘문제 해결 의지와 역량’을 믿기보다, 보호자의 분노와 학생 당사자의 사실관계 논쟁에 매몰되었다면 이르기 어려운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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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저러한 도전에도 이 일을 계속하는 것은 ‘대화 과정에서의 변화’를 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귀를 막지만 대화하면서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을 조금 더 빨리 알아듣고, ‘진심 어린’ 사과를 주고받고, 책임을 떠넘기던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로 약속한다. 그래서 서로 ‘대화하기를 잘했다’라고 말할 때 뿌듯하다. 대화가 잘 안 풀리거나 안타까운 날은 ‘매운 것’으로 나를 달랜다.

물론 모든 갈등 조정이 서로 만족하는 결과에 이르거나, 갈등 조정한다고 다시 갈등이 생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경험은 문제 해결에 대한 자신감과 대화를 통한 갈등 해결이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는 기회이다.

갈등 조정을 하는 나도, 내 갈등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다만, 상대가 하고자 하는 말을 내가 알아듣고 있는지 돌아보고, 서로 대화가 힘들 때는 멈추고, 다뤄야 할 문제를 피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뿐이다. 갈등을 다룰 때, 다른 것을 대하는 태도와 그것을 다루는 방법이 잘못된 것이라기보다는 ‘서툴다’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서툰 것은 서로 노력하고 개선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 노회찬 재단과 한겨레신문사가 공동기획한 ‘6411의 목소리’에서는 삶과 노동을 주제로 한 당신의 글을 기다립니다. 200자 원고지 12장 분량의 원고를 6411voice@gmail.com으로 보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