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이 제시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 조건을 거부했지만, 이란은 외교적 해법만이 해결책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란 대표단은 오는 30일까지 미국에 머무르며 협상 여지를 열어뒀다.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 참석 중인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교장관은 26일(현지시각) 텔레그램 성명에서 “중재자들과의 회담에서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의) 조건들을 모두 전달하고 설명했으며, 중재자들은 이를 미국 쪽에 전달했다”며 “호르무즈해협을 다시 열기 위한 어떤 조치도 이 조건들이 실현되는 것을 전제로 하며, 우리는 여기서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직 협상을 통한 해결책만이 그들(미국)을 교착상태에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다”며 “우리는 외교와 협상의 길을 결코 닫은 적이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같은 날 트럼프 대통령이 호르무즈해협 재개방을 위한 이란의 ‘7일 계획’을 거부했다고 밝힌 뒤 나온 반응이다. 그는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들의 협상안을 거절했다”며 “(이란이) 너무나 크게 패배하고 있어서 해협을 즉시 개방하는 합의를 맺고 싶어 한다. 그들은 호르무즈해협에서 들어오던 자금이 끊겨 돈이 없어 죽어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이 해협을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며 “어젯밤 엄청난 양의 석유가 빠져나갔고 선박 29척이 나왔다”고도 주장했다.

앞서 아라그치 장관은 25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타르를 통해 미국에 구체적인 ‘7일 계획’을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란이 제시한 방안은 미국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봉쇄를 해제하고 일부 동결자산을 풀어주는 한편 이란산 원유 수출 제재를 완화하면, 이란이 7일 안에 호르무즈 해협을 다시 열고 핵 프로그램에 관한 협상을 재개한다는 내용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이번 제안이 지난 6월 미국과 이란이 합의했던 양해각서(MOU)에 포함된 조처를 다시 이행하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마수드 페제슈키안 이란 대통령 역시 같은 날 미 시비에스(CBS)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이 해협 재개방과 핵 협상 재개 제안을 받아들이면 유엔 핵 사찰단의 입국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는 이런 방침을 두고 “혁명 최고지도자(모즈타바 하메네이)와의 조율이 이미 이뤄졌다”고도 알렸다. 이 제안이 이란 외교라인뿐 아니라 정권 수뇌부의 결심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거부 발언에도 미국이 제안을 공식적으로 거절한 것은 아니라며 미국의 최종 입장을 기다릴 방침이다. 아라그치 장관은 26일 성명에서 “미국 대통령에게서 (이란 제안에 대한) 첫 반응이 나왔지만, 아직 중재자들로부터 우리에게 전달된 내용은 없다”며 “우리는 중재자들을 통해 최종적인 입장이 전해지길 기다리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했다. 이란 국영 이르나(IRNA) 통신은 아라그치 장관 등 이란 대표단이 오는 30일까지 뉴욕에 머물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은 당장 이란 요구를 받아들일 필요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협상이 단기간에 재개될지는 미지수다. 미 당국자는 중재국을 통한 이란과의 대화가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미국이 현재 유리한 위치에 있어 합의를 서두르지 않고 있다고 시비에스에 전했다.
핵 문제를 둘러싼 간극도 여전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반면 이란 고위 당국자는 로이터 통신에 우라늄 농축 권리나 고농축 우라늄의 국외 반출 문제에서는 양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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