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서윤 | 사법연수원 교수·판사
2025년 하반기 미국 법무부는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 등, 유권자 등록 명부를 제출하라는 연방정부의 요구를 거부한 주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운전면허 정보와 일부 사회보장번호까지 포함된 민감 개인정보를 넘기라는 연방정부와, 주법에 따라 주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겠다는 주정부 간 충돌이었다. 같은 해, 캔자스주에서는 73만명의 식료품 지원 수급자 데이터를 둘러싸고 민주당 소속 주지사와 공화당 소속 법무장관이 법정 다툼을 벌였다. 복지 관련 부정 수급 단속을 명분으로 한 연방정부의 데이터 요구에 맞선 주지사를, 법무장관이 소송으로 압박한 것이다.
위와 같은 사건들은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데이터라는 권력 자원을 누가 통제할 것인가를 둘러싼 본격적인 다툼의 시작이다. 연방정부가 국가 경쟁력과 안보를 내세워 데이터 통합을 요구하는 데 대하여, 상당수 주정부는 개인정보 보호와 자치권을 근거로 저항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3월 연방 공무원의 주정부 데이터 접근을 대폭 확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고, 최근에는 주정부의 인공지능 규제법을 연방 차원에서 무력화하겠다는 취지의 행정명령까지 발표했다. 나아가 콜로라도주의 ‘알고리즘 차별 금지법’과 같은 일부 주법이 인공지능 모델에 허위 결과를 강요해 혁신을 저해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와 같은 상황은 데이터 거버넌스가 기술 정책을 넘어 권력 구조의 문제임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데이터는 새로운 권력 자원이 아니라, 고대부터 국가 권력이 의존해온 기록과 분류, 예측과 통제의 구조가 디지털 시대에서 발현된 현대적 모습이다. 위와 같은 미국 연방과 주 간 갈등은 미국 건국 초기 연방파와 반연방파 간 논쟁이 21세기 데이터 영역에서 재현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시 토머스 제퍼슨이 중앙 권력의 비대화를 경계했던 것처럼, 오늘날 주정부들은 연방정부의 데이터 독점이 민주적 견제와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나아가 이는, 데이터 주권의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국가 차원의 데이터 통합과 규제가 인공지능 경쟁력과 안보 차원에서 어느 정도 필수적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효율성만 추구하다 보면 지역별 특성과 프라이버시권 등 시민의 권리가 희생될 수 있고, 데이터가 한곳에 집중될수록 유출 시 피해 규모도 커진다. 빅데이터 분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익명화된 정보조차 다른 데이터와 결합해 개인을 재식별할 위험은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데이터의 민감도와 사용 목적에 따라 수집·접근·활용 권한을 세심하게 나눠 배분하는 정교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 그리고 기술 거버넌스의 대원칙은 정치적 이념을 넘어 수립함이 바람직하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규제 완화와 강화가 반복되면 기업과 시민 모두 혼란을 겪게 된다. 인공지능 시대의 데이터 정책은 최소한 5년, 10년을 내다보는 초당적 합의가 필요하다.
인공지능 시대에 데이터는 곧 권력이고, 그 권력을 어떻게 배분하고 통제할 것인가는 민주주의의 미래를 결정짓는 문제이다. 효율성과 다양성, 국가 경쟁력과 권리 보호 사이에서 균형을 찾지 못하면, 민주주의는 기술 발전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표류할 것이다. 한국은 작지만 응집력 있는 사회인 만큼, 그 장점을 살려 정부와 시민, 혁신과 보호 사이의 새로운 균형점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 데이터 주권에 관한 명확한 원칙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유연하면서도 예측 가능한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한다면, 그야말로 다른 나라들의 귀감이 되는 케이(K)거버넌스 모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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