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2025년의 끝자락, 대한민국 기후 기술의 미래를 논하는 포럼에 다녀왔다. 포럼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탄소중립이라는 거대한 목표를 향해 질주하는 대한민국 과학기술은 실로 눈부셨다. 이산화탄소 포집·활용, 차세대 태양전지, 수소 에너지 등 감축 기술의 진보는 희망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러나 화려한 기술들의 향연 속에서, 기후과학자인 필자의 마음 한구석에는 묵직한 돌덩이 하나가 얹혀 있었다. 바로 ‘지금 당장’의 문제, 날로 흉포해지는 기후 재난의 피해를 막아낼 ‘적응’ 기술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위기감이다.
지난 7월 국회예산정책처가 낸 ‘기후위기 적응대책 평가’ 보고서를 보면 정부의 ‘제3차 국가 기후위기 적응 강화대책’ 총투자액 중 연구개발(R&D) 예산은 1.7%에 불과했다. 심지어 국가 장기 전략인 ‘제1차 기후변화대응 기술개발 기본계획’에서조차 적응 분야 연구개발 예산 비중은 2023년 15.5%에서 2025년 11.2%로 뒷걸음질 쳤다. 폭염, 홍수, 산불은 더는 이변이 아닌 일상이 되어 국민의 생존을 위협하지만, 정작 이를 막아내는 데 필요한 기술 투자는 찬밥 신세다.
더 심각한 문제는 그나마 있는 예산조차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게 만드는 ‘데이터의 파편화’다. 지금 전세계에서 벌어지는 ‘에이아이(AI) 전쟁’의 본질을 직시해야 한다. 겉으로는 화려한 챗봇 모델이 경쟁하는 듯하지만, 실상은 에이아이를 구동할 하드웨어인 반도체 전쟁과, 에이아이를 학습시킬 양질의 데이터 전쟁이라는 두축으로 움직이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이미 본질을 간파했다. ‘메타’가 데이터 기업 ‘스케일 에이아이’를 인수하며 양질의 데이터 파이프라인 확보에 사활을 걸고, ‘팔란티어’가 흩어진 데이터를 하나로 엮는 통합 플랫폼 ‘파운드리’로 주목받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그들은 알고리즘 자체보다, 알고리즘이 먹고 자랄 ‘정제된 데이터’와 이를 담을 ‘그릇’이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다.
우리 현실은 어떤가. 기후 데이터는 부처별 칸막이에 갇혀 있다. 기상 데이터는 기상청, 홍수 데이터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산불 데이터는 산림청, 건물 데이터는 국토교통부에 산재해 있다. 서로 다른 포맷과 기준으로 조각난 이 데이터들은 에이아이에 ‘영양가 없는 불량식품’이나 다름없다. 연구자들은 혁신적인 모델을 개발하는 시간보다, 각 부처 데이터를 받아 포맷을 맞추는 ‘전처리’ 과정에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다. 명백한 국가적 낭비다.
데이터가 흐르지 않으면 피가 돌지 않는 것과 같다. 지금 우리 기후 대응 시스템은 심각한 ‘데이터 동맥경화’에 걸려 있다. 이를 해결하려면 공공의 역할이 절실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관계 부처는 흩어진 데이터를 물리적으로 모으는 것을 넘어, 에이아이가 즉시 학습 가능한 ‘기후위기 표준 빅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산·학·연 누구나 자유롭게 접속해 활용할 수 있는 백엔드(Back-end) 인프라가 깔려야 비로소 에이아이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다.
이러한 데이터 통합은 재난 예방뿐 아니라 에너지 전환에도 필수적이다. 재생에너지의 최대 약점인 간헐성 문제 역시 정밀한 기상 데이터와 전력망 데이터가 결합한 고도화한 예측 기술로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데이터 고속도로를 닦는 일은 국민 안전을 지키는 방패이자, 에너지 전환의 엔진이 된다.
기후위기 시대, 과학 행정의 몫은 첨단 기술 개발보다 기술이 꽃필 토양을 만드는 데 있지 않을까? 부처 간 칸막이를 걷어내고 데이터가 물처럼 흐르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 2026년 우리가 집중해야 할 것은 화려한 보여주기식 목표가 아니라, 에이아이가 딛고 설 단단한 데이터 인프라다. 탄소 ‘감축’과 ‘적응’ 두마리 토끼를 잡는 열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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