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이 지난 1일 정부세종청사 대강당에서 열린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식에서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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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백민 |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지난 9월,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를 안고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역사적인 첫발을 뗐다. 김성환 초대 장관은 풍력 업계와의 첫 간담회에서 “과거 규제 중심의 역할에서 벗어나 재생에너지 대전환을 선도하는 부처가 되겠다”며 ‘산업 진흥’을 전면에 내세웠다. 기후 대응의 패러다임이 규제 중심에서 산업 혁신으로 이동하는 흐름을 반영한 선언이다. 화석연료 시대의 종언이 가시화하는 시점에서, 에너지 자립국가로 도약하려는 전략적 전환으로 평가할 만하다.

기후위기의 본질은 결국 에너지에 있다. 세계는 이미 태양광과 풍력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 시대로 진입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신규 발전설비의 80% 이상이 이미 재생에너지이다. 태양광의 단가는 석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풍력 역시 화력발전과 경쟁 가능한 수준이다. 에너지의 98%를 수입에 의존하는 대한민국에 이 변화는 위기이자 곧 기회다. 이 변화의 물결에 빠르게 올라타면 기술 혁신과 산업 구조 전환을 통해 ‘에너지 식민지’에서 벗어나 ‘에너지 독립국’으로 나아갈 수 있다. 새 부처가 ‘산업 진흥’의 추진력을 확보해야 하는 근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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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대와 함께 우려도 크다. 바로 ‘환경’의 실종 가능성이다. 기후와 환경은 겹치되 동일하지 않다. 예컨대 원자력은 탄소 배출이 없다는 점에서 기후위기 대응 수단이지만, 핵폐기물과 안전성 문제는 후세에 남을 심각한 환경 리스크다. 해상풍력도 탄소 배출은 없지만, 해양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검토하지 않는다면 새로운 갈등을 낳을 수 있다. ‘진흥’의 이름으로 ‘규제’의 기능이 약화할 경우, 단기적 성과는 얻을지 몰라도 장기적 지속가능성은 훼손될 수 있다. 과거 개발 시대의 논리가 ‘기후 대응’이라는 명분 아래 부활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환경부가 지켜온 규제와 감시의 역할이 뒷전으로 밀릴 때, 그 피해는 국민과 미래세대가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이 상충하는 가치들을 조율하는 나침반은 바로 ‘지속가능성’이라는 잣대다. 이는 단순한 환경 구호가 아니라, 인류가 합의한 가장 근본적인 보편 가치다. 1987년 유엔 브룬틀란 보고서가 제시한 “미래세대의 필요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발전”이라는 정의는 이후 지속가능 발전목표(SDGs)로 발전하며, 기후변화 대응을 포함한 모든 정책의 최상위 가치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 역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서는 눈앞의 이익을 위해 조급하게 움직일 것이 아니라 경제 성장, 사회적 형평, 생태 보전이 균형을 이루는 체계를 지향해야 한다. 기후에너지환경부가 이 원칙을 정책 전반의 기준으로 삼을 때, ‘녹색성장’은 비로소 진정한 의미의 지속가능한 발전으로 진화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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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새 부처는 산업 진흥과 환경 규제를 대립항으로 두지 말아야 한다.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성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인프라의 입지 기준을 과학적 근거에 따라 정교하게 설계해야 한다. 또한, 기후와 에너지, 환경 정책이 과거 관성대로 분절적으로 움직이는 한계를 극복하고, 하나의 시스템으로 통합 관리되는 ‘지속가능성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탄소중립의 속도는 높이되, 생태적 안전장치 또한 세밀하게 설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방향은 정해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의 신설로 산업 성장과 환경 보전은 더 이상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공존의 과제로 다뤄져야 한다. 그 균형을 잡는 기준은 지속가능성이다. 이 원칙을 흔들림 없이 견지할 때, 대한민국은 기후위기 시대에도 방향을 잃지 않는 지혜로운 국가로 거듭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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