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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계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계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의 로고.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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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알리바바·쉬인 등 중국 저가 쇼핑플랫폼을 겨냥해 외국으로부터의 저가 소포에 대한 관세를 신설한다. 최근 쉬인의 오프라인 매장 개설로 논란이 일었던 프랑스는 유럽연합과 별개로 독자적인 제재들을 벼르고 있다.

르몽드·프랑스24에 따르면, 유럽연합 회원국 재무장관들은 1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유럽연합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150유로(약 25만5000원) 미만 저가 소포에 대한 면세 혜택을 내년 1분기 폐지하기로 합의했다. 이 조처는 애초 2028년 중반 이뤄질 계획이었지만 시점이 2년 정도 앞당겨진 것이다. 또 재무장관들은 조속한 시일 안에 저가 소포에 대한 통관 수수료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날 합의된 내용은 유럽의회 논의를 거쳐 확정될 예정이다.

이는 최근 알리바바·테무·쉬인 등 중국 온라인 오픈마켓들을 통해 중국산 저가 상품이 유럽으로 밀려들어오자 유럽연합이 제동을 건 것으로 풀이된다. 르몽드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에는 46억개의 저가 소포가 배송됐고, 이중 91%가 중국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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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유럽 상공업계의 반발을 불렀다. 유럽 환경·노동 규제 등을 받지 않고 생산된 중국산 제품이 유럽산보다 싼 가격에 유럽 시장에서 팔리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매장 대신 중국 오픈마켓에서 물건을 사며 상권이 황폐화될 거란 우려도 커진다. 올 상반기(1∼6월) 유럽연합 내 테무 이용자는 1억1570만명에 달했다.

여기에 중국산 저가 상품들의 환경호르몬·미세플라스틱 등 배출 논란과 종이 소포 남용에 따른 환경파괴, 생산 과정에서의 노동 착취 우려까지 더해지며 여론의 반감도 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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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패션 강국’을 자부하는 프랑스 당국은 중국계 패스트패션 브랜드 쉬인과의 “전쟁”을 공언한 상태다. 쉬인은 온라인몰에서 자체 패션 브랜드를 판매하면서도, 오픈마켓을 통해 누구든 의류 이외의 물건을 사고팔게 한다. 프랑스에서만 2500만명이 쉬인을 써봤고 하루 평균 440만명이 접속한다. 그러나 최근 쉬인 오픈마켓이 프랑스에서 어린이를 닮은 성인용 인형이나 마체테(정글도의 일종)·너클(손가락 마디에 끼우는 금속 재질의 둔기)을 팔다 적발되며 충격을 안겼다.

한 남성이 5일 낮 프랑스 파리의 베아슈베(BHV) 마레 백화점 앞에서 열린 반패스트패션 집회에 나와, 쉬인의 베아슈베 입점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쉬인은 지구를 파괴한다’, ‘프랑스 패션을 파괴한다’, ‘쉬인은 성인 인형을 판다’, ‘베아슈베는 공범’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EPA 연합뉴스
한 남성이 5일 낮 프랑스 파리의 베아슈베(BHV) 마레 백화점 앞에서 열린 반패스트패션 집회에 나와, 쉬인의 베아슈베 입점을 비판하는 팻말을 들고 있다. ‘쉬인은 지구를 파괴한다’, ‘프랑스 패션을 파괴한다’, ‘쉬인은 성인 인형을 판다’, ‘베아슈베는 공범’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EPA 연합뉴스

쉬인이 지난 5일 파리 시청 맞은편의 유서 깊은 백화점 ‘베아슈베(BHV) 마레’에 세계 최초의 오프라인 상설매장을 내면서 상공계와 여론의 반발은 더욱 높아졌다. 1856년 파리의 중심 상업지인 마레 지구에 문을 연 이 백화점은 하이엔드(최고급) 패션 매장으로 유명하지는 않지만, 중간 정도 가격의 의류·생활용품 매장으로 파리 중산층의 사랑을 받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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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파리 시장 선거에 프랑스 사회당 후보로 나설 에마뉘엘 그레고아르는 5일 베아슈베 앞 쉬인 반대 집회에서 쉬인의 이 백화점 입점이 “악마와의 계약”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는 도덕적·정치적·경제적으로 잘못된 결정이며, 지속 가능한 발전 모델을 보장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4일 파리 부시장 파트릭 블로슈 역시 “쉬인과 베아슈베 소유주에 대한 전쟁”을 하겠다고 했다.

프랑스 내무부는 5일 법원에 쉬인 누리집 접속 차단을 청구해, 오는 26일 심리를 앞두고 있다. 당시 내무부는 성명에서 “쉬인의 반복적이고 체계적인 법 위반으로 공공질서에 심각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6일엔 프랑스 세관이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직원 수십명을 파견해 쉬인을 통해 배송된 모든 소포를 개봉해 성적인 용도의 인형, 무기류, 위험한 장난감 등이 있는지 조사했다.

아멜리 드 몽샬랭 프랑스 공공회계부장관은 “첫 조사 결과에서만 이미 부적합·불법 제품들이 드러나고 있다”고 밝혔다. 프랑스 정부는 26일 심리에서 조사 결과를 쉬인 제재가 필요한 근거로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별도로 파리 검찰청은 아동 성착취 혐의를 받는 인형들과 관련해 쉬인 등 중국계 플랫폼에 대해 4건의 조사를 벌이고 있다.

롤랑 레스퀴르 프랑스 경제장관은 최근 프랑스앵포 인터뷰에서 쉬인을 향해 “(쉬인 제재의) 무기고는 계속 차고 있으며 우리는 조금의 자비도 갖지 않을 것이다. ‘와일드 웨스트’(무법지대)는 이제 끝”이라고 경고했다.

천호성 기자 rieux@hani.co.kr